2018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대법원 손배 승소 판결 이행이 한국 정부의 집요한 방해와 일본 정부의 전범기업 사주로 거의 무산되고 있다. 2018년 대법원 승소 판결 이행에 대한 한일 두 정부의 방해행위는 피해자 명예회복 및 손배를 넘어서 일제 식민지 강점을 합법화시켜주는 것이며, 또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가치의 훼손이요, 역사 정의의 파괴이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제강점 불법에 대한 사과와 이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해서 숱한 유혹을 물리치고 인고의 세월을 수십년 간 견디어왔다.

주지하다시피 일제 강제징용은 반인도적 범죄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국제법상 강행규범(jus cogens) 위반이다. 강행규범 위반사항은 국가간 조약으로는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반인도적 전쟁범죄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그 배상이다. 생존 피해자 및 유족 4인은 2023년 3월 내용증명을 통해 일본측의 전쟁범죄에 대한 사실인정과 사죄없는 제3자 변제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밝혔다.

그런데 역사의식이 없는 윤석열 정부의 방해 속에서도 최근 한국법원은 한국정부의 제3자 변제 공탁이라는 불법행위를 기각해 징용피해자의 명예를 지켜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일본 가해기업의 사과와 손해배상이 없이 한국 기업들만의 기부금만으로 손배판결지급(소위 제3자 변제행위, 한국민법 469조)으로 역사정의를 지우고 피해자 설득을 강행하고 있다.

부연하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과 존엄을 무시한 한국 정부의 해법안(제3자변제)은 사법부 판결을 행정부가 무력화시키는 조치로 삼권분립에 반하여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기본적으로 일본과 한국은 강제징용을 보는 법적 관점이 전혀 다르다. 일본은 1952년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그 하위 체제인 1965년 한일협정을 기초로 일제 식민지배 자체를 합법으로 보고 일제 강제징용을 합법이라고 본다. 그래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 1항(유무상 5억불 지불), 2항(최종/완전해결)으로 최종, 완전 해결되었다고 강변한다. 또 국제법상 국가면제 이론을 남용하여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면죄부로 악용하려고 한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일제 강제병탄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있고, 2005년 한일 외교문서 공개 이후부터 일제 강제징용은 불법이고, 1965년 청구권협정은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 포기에 불과하고,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인권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에 불포함, 일본 정부에 언제든지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1,2심에 패소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2012년 대법원 최초로 역전승소했지만, 2013년 파기환송 및 재상고심 후 2018년 10월 30일 한국 대법원 최종확정 승소 판결까지 5년동안 한국 정부의 추악한 사법 농단이 있었다. 2018년 대법원 승소 판결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신일철주금(피고)이 각각 1억원 씩 배상하도록 최종 확정 판결, 이에 따라 대구지방지법원 포항지원은 2019년 신일철주금의 대한민국내 자산을 압류하였다. 그런데 한국 외교부의 집요한 방해로 2018년 10월 30일 판결 후 5년이나 세월이 흘려간 것이다.

2023년 11월 16일 현재 배상이 지연되어 원고 4명중 3명이 사망하고 단 1명만 생존하고 있다. 대법 판결의 지난 5년간 미집행 주요 지연 이유는 한국 외교부가 사법부에 대한 의견제출 등 사법간섭으로 한국 법원이 특별 현금화 명령에 대한 재항고심 결정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하였다. 또 일본 정부의 사주로,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충분한 변제능력을 가지면서도 고의로 법원명령을 무시하였다.

물론 일본 정부는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에 강하게 반발, 한일관계 경직의 1차 원인이 되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1965년 한일협정을 위반했다며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강변하였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2023년 한일정상회의(2023.3.16~17) 이후 한일관계 정상화를 명분으로 제3자 변제 논리로 선회,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일본 요구(식민지 강점 합법성)를 모두 수용하였다. 한국 정부는 손해배상을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이 출연한 금액을 한국재단 이름으로 대신 변제한, 제3자 변제를 강행, 2023년에 12건 공탁을 시도했으나, 한국 법원은 피해자의 뜻에 반한다면서 불수리로 12건 모두 기각하였다. 다시 정부가 이의를 제기하자 이 또한 12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아 정부가 완패하였다. 윤 정부는 사법부 월권행위를 비판하고, 2024년 정부예산 4억을 편성, 강제동원 피해자와 싸우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일 양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문제에 대해서 취해온 그간의 방해 행태를 보아서 공정한 규칙 복원 및 바른 역사해석과 이를 이행할 ‘이행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의 진정성을 양 정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그래서 좀 더 객관적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손배를 위해서 유엔 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 B규약 제28조)에 의한 이행기적 정의로 접근하려고 한다.

과거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유엔 인권위원회(UN Commission on Huamn Rights)를 대체한 2006년 6월 설립된 총회 산하 유엔 인권이사회의 진정절차 및 개인통보제도가 매우 효과적이다. 유엔인권이사회는 18명의 전문가로 구성되며, 소속 국가의 지시를 받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1945년 UN 창설 이후부터 인권문제가 국내문제에서 국제문제화 되었지만, 개인 인권침해 문제의 국제기구를 통한 구제는 주권간섭을 명분으로 소속 국가의 집요한 방해가 있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이 이를 방해한 행위는 양국이 가입한 1966년 국제인권규약, 특히 B자유권규약(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8조 3항(강제노동 금지) 위반이다.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방치하고 방해하는 것은 식민지전쟁으로 인한 전쟁범죄, 일본이 1938년 가입한 강제노역 금지조약 위반, 또 현재 가입한 국제인권규약 B자유권규약 제8조 위반이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피해자 승소판결의 이행에 비협조적이고 집요하게 방해하는 행위 역시 한국이 가입한 국제인권 B규약 제8조 위반이다. 또 한국이 편법으로 방해하는 수단인 민법 제469조 제3자 변제는 피해자 동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는 불법적인 행위이다.

국제인권규약상 인권침해시 그 인권보호 이행방안으로 세 가지 방안이 있다. 하나는 국가보고제도(Universal Periodic Review:UPR)이다. 정기적으로 규약가입국은 자국의 인권상황을 인권이사회에 매 4년마다 정기보고서를 내고(B규약 제40조), 이에 대한 민간단체의 반박보고서 접수 후에 양자를 동시 검토하는 제도이다. 둘째가 국가간 고발제도인데, 체약국이 타 체약국의 규약위반을 고발하는 제도(B규약 제41조)이다. 셋째가 개인의 국가고발제도, 일명 “개인통보제도”(B규약 선택의정서, 2007년 도입)라고 한다. 개인 또는 단체가 소속국가의 인권규약 위반에 대하여 진정서를 인권이사회에 제출, 진정서를 받은 국가는 6개월 내에 그 해명서 제출, 인권위는 양 보고서를 비공개로 검토한 후 인권위 최종견해를 체약국과 개인에게 통보하는 제도이다.

B규약 적용 한국 사례로서 고 김근태 씨 국보법사건(1993. 9. 27)이 있다. 여기서 국보법 대법원 판결, 헌재판결 후 국내구제(local remedies) 완료와 여타 조건 충족 후 김근태 씨에 대한 국보법에 의한 처벌이 표현의자유(B규약 19조 2항) 위반이라고 효과적 구제조치를 요청, 긍정적 권고를 받은 바 있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한미군사동맹 강화 및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피해자들의 권리를 소멸시키고, 역사정의를 지우려는데 만 몰두한다. 그래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는 어럽게 승소한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판결 이행을 외교부를 통해 방해하는 한국 정부에 만 맡길 수 없다.

일제 강제노동 피해자 개인이 한국이 가입한 국제자유권 B규약 및 동 선택의정서에 따라 국내적 구제 완료 조건 충족 후에 한국 정부를 개인통보제에 근거하여 직접 유엔인권이사회에 ‘이행기적 정의’로 제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장희(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KIEL) 대학 법학박사(국제법)
- 미국 Yale Law School Visiting Scholar, Hawaii East-West Center Fellow,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국제공법 막스프랑크 연구소 객원연구위원(역임)
- 한국외대 법과대학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한독법률학회 부회장(역임)

-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 위위회 위원장(역임)
-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운영위원장, 통일교육협의회 상임공동대표, 민화협 상임공동의장(역임).
- 대한적십자사국제인도법자문위원장,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영문학술저널),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사NGO포럼 이사장,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통령 자문위원, 대통령자문 국가정책기획기위원회 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재외동포재단자문위원, 외교부 자문위원(역임)

- 민화협 고문,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 6.15남측위 상임공동대표, 6.15남측위서울본부 대표상임의장, 서울시국회의 상임공동의장(현재)
-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ILA 런던본부 “Use of Force”상임위원회 위원(현재)
- 진실화해위원회 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해양경찰청 국제해양법위원회 위원, (사)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원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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