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4)/ 사회의 축도, 유질물이 대부분
전당포(典當鋪)
사회(社會)의 축도(縮圖), 유질물(流質物)이 대부분(大部分)
“돈 없다고 잡지도 않고, 자유당(自由黨)때보다 더해졌습니다.”
〇... 「근간 시중 상가 경기가 불양하온 관계로 매월 유질물(流質物) 경매에 막대한 손해를 당하옵기...」 - 시립전당포 창구에 붉게 써 붙인 공고문의 첫 머리는 이렇다.
물건을 맡기고 기한이 되어도 찾아 못가는 세상살이의 그늘을 이 글귀는 웅변한다.
대출최고액 一만환을 四개월 기한으로 三부 五리라는 싼 이자로 쓰지만, 세월이 흘러가도 갚을 길이 없는 것이다.
〇...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기한이 돼서 돈을 못 갚는 사람이 나날이 늘어갑니다. 자유당 때보다 더 합니다.」
전당포의 한 계원은 머리를 흔들면서 창구에 매달려 돈을 빌려 달라고 보따리를 들이미는 사람을 저주하듯 노려보았다.
「할머니 이것 보셔요. 오늘 회수된 돈이 겨우 2천환입니다. 새벽부터 기다린 사람이 벌써 빌려갔으니 돈이 있어야죠...」
「하루 종일 기다려서라도 돈을 가져가야 살지 않겠어요.」
노파는 발을 동동 구르며 하소했다.
「오늘은 토요일이니 안 될 겁니다.」
「그럼 우린 죽으라고요...」
고개를 푹 떨어뜨리고 실망하는 노파의 머리 위로 커다란 보따리 한 개가 또 디밀어 졌다. 5십여세 되는 말끔한 신사가 「바이엘오바」와 옷 한 벌을 내놓았으나 또 퉁겨져 나왔다.
「사흘 후에라도 좋으니 이것을 지금 잡고 돈은 그때 주십시오. 우선권이 있을게 아닙니까?」
「안됩니다.」
〇... 서울시는 시내 5개 전당포에 연간 1억환을 풀어 세궁민을 돕는다고는 하나 실정은 이 모양이다.
이틀 사흘씩 물건을 싸가지고 다녀도 단돈 2, 3천환을 얻을 수가 없는 것이 이 나라의 「공익전당포」인 것이다.
빌려가도 갚을 길을 못 찾는 것이 이 세상이다.
△ 사진=전당포 창구에 매달려 돈을 빌려달라고 애걸하는 사람과 물건을 맡겨놓고 돈이 없어 못 찾아가는 담보물들.
세상 (4)/ 사회의 축도, 유질물이 대부분
[민족일보] 1961년 5월 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