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공동대표

 

광복 78주년인 2023년, 대한민국은 안으로는 일제식민지에 대한 역사청산 논쟁으로 보혁 간 심각한 남남갈등을 겪고 있다. 이러한 소모적 남남갈등의 깊은 원인은 역사왜곡을 전혀 반성치 않는 과거 일본 정한론자들을 추종하는 일본 극우파들 때문이다.

이 자들은 메이지 유신(1868년) 이래 2023년 10월 현재까지 한일 상고사 그리고 일제식민지청산을 포함한 한일 역사왜곡에 전혀 사과도 하지 않고 한일 상고사를 왜곡하고 식민지근대화론만을 강변한다.

여기에는 동북아 기득권 유지를 위해 무조건 한미일 단결을 강요하는 미국의 패권주의도 한 몫한다. 이에 더해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를 묵인, 맹종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종외교 및 대미 사대외교이다.

그 결과 한국외교는 2018년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대법원 판결에 기초한 일제 과거청산 과정이 완전 중단되었다. 현재 한반도에는 남북관계가 파탄된 것은 물론이고, 대중 견제를 의식한 미국의 비호하에 일제잔재 청산 희석화를 노리는 일본에 휘말려 한국외교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일-북중러’라는 이분법적 적대적 패권경쟁을 동북아에서 의도적으로 조성해, 한반도를 중러를 겨냥한 미국 군산복합체의 지속적, 안정적 무기수출 시장터로 다지는데 전념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미국 패권정책의 비호하에 가장 이득을 보는 나라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는데 있다. 일본은 2차대전 패전 후부터 과거 일제 군국주의의 부활과 일제식민역사 청산의 희석화라는 2가지 목표 관철 야욕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은 식민지범죄 면책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과거 일제식민지 범죄를 전혀 반성하지 않아 왔다.

반면 가장 손해를 보는 지역은 역사왜곡 속에서 70년 이상 장기분단 극복을 갈구하는 한반도이다. 여기에 역사의식과 자주성을 갖지 못하는 윤석열 정부가 일본 야욕을 관철하는 데 좋은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윤 정부는 역사와 민족의 먼 장래보다는 일본 식민지 범죄에 먼저 면죄부를 주고, 나아가 한반도 유사사태를 빙자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의 길을 미국과 협력해 안전하게 놓아주었다.

그 첫째가 2023년 3월 제1차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등 한일 과거청산 문제에 대한 2018년의 대법원 판결 이행을 일본에 몽땅 양보한 것이다.

그 두 번째가 지난 8월 18일 한미일 정상의 ‘워싱턴 선언’이다. 이 아시아판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군사동맹 연장이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참전국이 한반도 문제에 자동개입하는 것을 재확인하는 유엔사 참전국 국방장관 회의가 오는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다.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참전국 자동개입은 유엔안보리 결의를 거치지 않기에 국제법 위반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헌법상 국회 비준동의를 거치지 않기에 명백한 헌법위반이다. 그런데 이것을 모두 한국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가치외교를 표방하며 과거 60-70년대 이념적 반공정책을 다시 이용해 역대 보혁정부가 힘들게 쌓아온 평화외교, 북방외교, 남북정상합의를 모두 허물고 있다.

또한 한국의 정치지도자는 최소한 한민족의 역사와 일본의 침략사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일본은 조선의 자립과 근대화의 기회를 박탈하였다. 일본은 식민지근대화론에 입각해 마치 일본이 없었다면 조선이 청나라와 러시아에 지배당했을지도 모른다고 식민지근대화론으로 과거 침략행위를 지금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거짓임이 일본의 조선침략사 연구의 가장 권위있는 선구자 야마베 겐타로에 의해 명백히 밝혀졌다. 또 청일전쟁, 러일전쟁 그리고 한일강제식민화과정이 모두 국제법 위반임이 국제사회에 밝혀진 지 오래이다. 하지만 일본 집권세력은 나치 독일과 달리 일제식민지 범죄에 대해서 진실인정도 하지 않고 또 전혀 사과도 하지 않고, 정한론에 기초한 식민지근대화론을 강변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역사청산을 맡기고 기다리자고 국민들에게 요구한다. 1년 반이 흘렸는데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제부터 역사교과서 왜곡, 일제식민역사 청산과 핵오염수 방류를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에 맡겨두고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일본의 대승적 결단을 믿으라는 정부의 반복 요청(‘일본의 침략 부정의’에 동조 요청)은 대한민국 헌법이념과 가치질서를 정면 부인하는 것이다.

광복 78주년, 한국외교 출구전략은 우선 한국 정부가 독립된 자주국가로서 민족역사의 정체성과 대한민국 헌법이념과 가치질서 그리고 국제법에 입각해 자신의 대일 외교정책 및 대미외교정책을 냉철하게 검토하고 과감하게 그 궤도 수정을 해야 할 때이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 ‘남북평화기원 강명구 유라시아 평화마라토너와 함께하는 사람들’(평마사) 상임공동대표
-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 (사)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원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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