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사진 출처-헌법재판소 홈페이지]
헌법재판소 [사진 출처-헌법재판소 홈페이지]

헌법재판소가 26일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의 대북전단살포 규제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남북관계발전법의 제24조 제1항 제3호(전단 등 살포) 및 제25조(벌칙) 등을 심판대상조항으로 하여 대북 전단 등 살포 금지·처벌 조항이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2020년 12월 29일 청구된 헌법소원심판(2020헌마1724) 재판에서 재판관 7 : 2의 판결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심판대상조항이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하여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제한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한 것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고 밝혔다.

또 "이번 결정에 따라 접경지역에서 대북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에 대한 일반적 제한은 철폐"되었으나 "전단 등 살포 현장에서는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접경지역 주민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면서 "입법자는 향후 전단 등 살포가 이루어지는 양상을 고찰하여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보장을 위한 경찰 등의 대응 조치가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전단 등 살포 이전에 관계 기관에 대한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입법적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관계발전법 위반이라는 제한은 즉시 풀리게 되었으나, 실제 접경지역 대북전단 살포 현장에서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  판단에 따라 전단살포 행위가 제한될 수 있다. 앞으로 국회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관련 조항 개정이 뒤따라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표현의 자유 침해와 과잉금지원칙 위배 등을 근거로 헌재에 위헌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는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발표해 "이번 남북관계발전법 전단 규제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지난 정부에서 남북관계발전법을 졸속으로 개정하여 우리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고, 북한 주민의 알 권리도 침해되고 있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하면서 "정부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여 국회의 남북관계발전법 관련 조항 개정 노력에 적극 협력하여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9명의 재판관중 김기영,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하여 '전단등 살포'라는 방법을 통하여 표현을 하는 것을 금지할 뿐, 표현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가하고 있지 않는바, 이는 '전단등 살포'라는 표현 방법에 대한 제한으로 보아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따라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는 "청구인들의 견해는 '전단등 살포' 외의 다른 방법, 예컨대 내·외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이나 탈북자들과의 만남 등을 통하여 충분히 표명될 수 있고, 남북 간 긴장완화를 시도하는 국면에서 제한된 표현의 자유도 교류협력이 활성화되는 국면에서 확장될 수 있다는 동적인 관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을 이해해야한다"고 말했다.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의한 조치나 대북전단 살포전 의무부과 등을 대안으로 하여 지킬 수 있다고 제시하지만, 법률로 처벌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현행 남북관계발전법 제24와 제25조는 전단 살포 행위 등을 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며,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앞서 국회는 2020년 12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법률안을 의결했으며, 이 법은 2020년 12월 공포돼 2021년 3월부터 시행됐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는 이날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정책에 코드를 맞춘 정치적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사진-6.15남측위 제공]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는 이날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정책에 코드를 맞춘 정치적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사진-6.15남측위 제공]

이날 헌재 결정 직후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6.15남측위)는 이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정책에 코드를 맞춘 정치적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관련 법조항은 전단의 내용이 아니라 '전단살포 행위'를 규제하는데 초점이 있고, 이는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위해를 초래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인데, 이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보는 것은 부당한 판단이라는 것.

국제법학자인 이장희 6.15남측위 상임대표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이유로 제한이 가능하다 △대북전단살포는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조성을 깨뜨리고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우발적 전쟁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엄격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우발적 군사 충돌시 남북 접경지역 134만 국민을 포함해 7천만 민족이 겪게 될 인간적 고통과 피해는 중대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헌재판결은 헌법의 평화적 통일사명을 외면한 판결"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오민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일위원장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여 그를 위해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도 용인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하면서 "헌재 결정은 접경지역에서 전단을 살포하는 부적절한 방식에 대해 규제하고자 한 입법 취지를 외면한 결정"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정종성 6.15청년학생본부 상임대표는 이날 헌재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 위헌소송에서는 합헌 결정을 내리고, 대북전단살포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결정한 한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중적이고 상호 모순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식 연설에서 한 '북한 핵 사용시 정권종식' 발언을 거론하면서 남북대결로 치닫는 상황에서 헌재가 대통령 의중에 따른 결정을 한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이종철 6.15경기본부 상임대표는 "대북전단살포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얼마나 큰 위험을 느끼고 있는지 외면한 결정"이라고 하면서 "정부가 표방하는 힘에 의한 평화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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