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장관이 14일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최근 북러정상회담에서 군사협력에 대해 날선 표헌으로 논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영호 통일부장관이 14일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최근 북러정상회담에서 군사협력에 대해 날선 표헌으로 논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러시아와 북한은 스스로 고립과 퇴보를 자초하는 불법 무도한 행위를 중단하고, 안보리 결의 등 국제규범을 준수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김영호 통일부장관은 14일 서울 삼청동 남북관계관리단(구 남북회담본부) 회담장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최근 진행중인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 통일·대북정책에 대한 설명과 기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주된 내용은 북러 정상회담에 맞춰졌고 날선 표현이 거침없이 나왔다.

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종합적으로 볼 때, 양측은 모종의 군사적 거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하면서 "북러의 군사협력과 무기거래에 대해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북러 정상회담의 상세한 결과는 추가적으로 파악해야겠지만, △러시아 국방장관 방북 이후 북러간 동향 △김정은의 최근 수차례 군수공장 시찰 △이번 정상회담 수행원 면면 △러시아의 북한 인공위성 개발지원을 시사하는 언급 등을 근거로 내린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먼저 양국간 '군사적 거래'에 대해 '스스로 고립과 퇴보를 자초하는 불법무도한 행위'라고 지적하고는 안보리 결의 등 국제규범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북에 대해서는 "미중 전략경쟁과 진영간 대립구도에 기회주의적으로 편승하여 핵과 미사일 능력을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탈취 △주민 착취로 자금을 모아 △민생 아닌 핵과 미사일 개발에 탕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들어 북히 이례적으로 세차례 열병식을 진행한 것도 거론하고는 "북한 주민들의 고초는 아랑곳하지 않고 경제 실패를 군사력 과시로 덮으려고 하는 술책에 불과"하다며, "결국 북한의 핵개발과 북한 주민의 민생은 양립할 수 없으며, 이것을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북한의 선전선동은 북한 주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북한은 핵개발에 매달릴수록 한미일의 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여 위기를 고조시키는 우매한 행동을 멈추고 '담대한 구상/에 호응하는 '올바른 길'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무도한 행위', '기회주의적 편승', '탈취', '착취', '탕진', '술책', '주민 기만 선전선동', '우매한 행동' 등 수식어와 서술어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정부조직법 제31조)하는 통일부장관의 공식 발언에서 찾아 보기 어려운 표현이다.

김 장관은 이어 '북한인권문제'와 '통일 미래'에 대해 언급하면서 "시기별 목표에 입각해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종합하고 민간과 국제사회가 함께할 수 있는 '북한인권 로드맵'을 마련"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통일미래를 그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치중한 나머지 북한인권 문제에는 침묵했다"거나 "기존 통일논의는 우리의 헌법적 가치에 근거한 가치에 근거한 한반도의 미래를 명확히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등 지난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또 지난 8월 한미일정상회의 성명에 포함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라는 개념은 다자정상회담에서 우리의 통일비전을 지지한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라고 하면서 "정부는 미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6.25 참전국, 유사 입장국, 가치 공유국과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의 비전을 공유하는 적극적인 통일외교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장관이 강조한 '북한인권문제', 통일미래', 통일비전'의 공통점은 '통일의 대상이자 주체'인 북이 쏙 빠져있거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만 취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관은 "정부는 자유통일 비전의 확산과 함께 우리 내부적인 통일준비 노력도 차근차근 해 나가겠다"고 했으나, 정부정책과 다른 의견을 수렴하려는 태세는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2월 말 중장기 통일구상과 전략방향 정립을 위해 '통일미래기획위원회'를 장관 자문기구로 신설하고 5월 '신통일미래구상'의 초안이 나왔지만 연내 적절한 계기에 발표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괴담'이나 '가짜뉴스'라고 일방적으로 취급하거나 '반국가세력'의 이라고 강압하는 등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은 없다는 특징이 통일부 정책 결정과정에도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장관은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협력에 열린 입장"이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단기적 성과나 보여주기식 남북관계는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법과 원칙에 따른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 체계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북대화에서 가장 중요하고 최우선적인 주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담대한 구상 실현을 위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가 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이날 당국자가 밝힌 '교류협력은 수단'이고 '궁극적 목적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라는 언술은 정부조직법이 정한 통일부장관의 소임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부의 권한을 훨씬 넘는 자의적 정의를 앞세우는 발상이다.

'법과 원칙에 따른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 체계를 정립해 나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면 그 구체적인 내용을 조속히 확립해야 한다.

교류협력을 아예 못하게 하거나 조건을 앞세워 본질을 덮는 언급이 반복되면 신뢰의 위기가 닥치게 된다.

통일부의 교류협력 업무 담당 부서가 사실상 폐지되고 교류협력에 필수적 절차인 북한주민 사전접촉신고는 실제로 '차단'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류협력에 열린 입장'이라는 장관의 거듭된 발언이 곧이 곧대로 들릴 수 있겠나.

정책의 취지와 방향은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구체적 정책수단을 통해서는 그와 정반대의 집행을 하는 '언행불일치', 나아가 '양두구육'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장관은 올해 처음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제1회 이산가족의 날'(9월 27일)과 최근 장관 직속으로 신설된 납북자대책팀에 대해서도 다양한 노력과 진전을 약속하고 있으나 북과의 대화, 교류협력이 단절된 상태에서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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