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제3회 복대리 판교장터 미군 폭격 사건 희생자 추모제가 9월 5일 오전 10시, 판교재래시장(판교면 현암리)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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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복대리 판교장터 미군 폭격 사건 희생자 추모제에서 판교중학교 학생들이 현악기 연주로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제3회 복대리 판교장터 미군 폭격 사건 희생자 추모제가 9월 5일 오전 10시, 판교재래시장(판교면 현암리)에서 진행됐다.

복대리 판교장터 미군 폭격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1950년 9월 10일(음력 7월 28일) 오전 11시에서 1시 사이에 복대리에 위치한 판교 임시장터에 미군 비행기가 기총사격을 하여 장에 왔던 100여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 사건이다.

판교장은 원래는 판교면소재지인 현암리에 개설 되었으나 당시는 폭격을 피해 면소재지에 시장이 서는 것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필요에 의해 면소재지에서 약 1~2km 정도 떨어진 판교국민학교 뒤편에 임시로 시장을 개설했었다.

당시 판교장은 5일 간격으로 시장이 형성돼 판교지역은 물론이고 인근의 부여, 보령지역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30분경 미 공군의 F-51 2대가 임무를 완수하고 귀대하는 도중에 장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들을 향해 기총사격을 가하였다.

가해부대는 미군 제18전폭단 소속 제67전폭대대로, 이들의 임무보고서에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기총사격을 하여 약 100명을 사살한 사실이 기록까지 되어 있었다. 당시 판교장은 현암리에 섰지만, 사건은 임시로 섰던 복대리에서 발생했기에 ‘복대리 판교장터 미군 폭격 사건’이라 부른다. 두 지점 사이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1.8km정도 떨어져 있다.

70여 년 동안 추모제조차 지내지 못하다가 지난 2021년에 복대리 판교장터 희생자 추모회가 결성되면서 매년 추모제를 지내고 있고, 올해로 3회째를 맞고 있다. 2022년 9월 15일에 폭격사건 지점인 복대리에 표지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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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복대리 판교장터 미군 폭격 사건 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사건이 벌어진 날도 장날이었듯이 추모제도 장날에 맞춰 진행되었다. 시골의 작은 장이지만 5일장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판교장에는 추모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오가고 있었다.

추모제에 앞서 울려 퍼진 박성환 명창의 소리와 종소리는 장례를 치르듯 마치 상여소리가 연상되었다. 박성환 명창은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듯 “왜 이제야 추모제를 마련했느냐”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사건 희생자들은 억울한 죽음에도 불구하고, 인민군의 점령지에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진상규명뿐 아니라 장례조차 제대로 치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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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복대리 판교장터 미군 폭격 사건 희생자 추모제에서 박성환 명창이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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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희 복대리 판교장터 희생자 추모회 회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복대리 판교장터 희생자 추모회’ 정완희 회장은 추도사에 나서 “복대리 판교 장터 사건은 70년간 거의 방치되어 왔었지만 제2의 노근리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아직 추모탑도, 부지 매입도, 추모관도 건립 못하고 있으며, 작년에 폭격 현장에 작은 표지판 한 개 설치한 것이 전부”라고 말하며 앞으로 추모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지지와 지원을 해줄 것을 참석자들에게 호소했다.

김성관 서천군 부군수, 전익현 충남도의원, 신영호 충남도의원, 나소열 전 충남부지사도 추도사에 나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하지만 사건의 직접 가해자였던 미군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건의 가해자가 미군이었다는 것은 피해자와 목격자의 증언뿐 아니라 미군 제67전폭대대의 임무보고서를 토대로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실규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추모제의 제목에는 ‘미군’이 생략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의 추도사에서도 미군의 책임을 묻는 말은 들을 수가 없었다. 복대리 판교장터 미군 폭격 사건은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접수받은 한국전쟁시기에 대전을 비롯한 충청지역 일대에서 발생한 10개 지역 13건의 폭격사건 중에서 유일하게 진실 규명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규명을 하면서 “국가는 미국이 이 사건에 대해 사과나 피해보상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미국과 협상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의 협상을 권고한 바 있다.

제3회 복대리 판교장터 미군 폭격 사건 희생자 추모제가 진행되고 있는 판교재래시장(판교면 현암리) 모습. 부여 초촌 추양리 두레풍장팀도 풍물로 길놀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제3회 복대리 판교장터 미군 폭격 사건 희생자 추모제가 진행되고 있는 판교재래시장(판교면 현암리) 모습. 부여 초촌 추양리 두레풍장팀도 풍물로 길놀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2022년 9월 15일에 폭격사건 지점인 복대리에 설치한 표지판. 표지판은 복대리 버스정류장 인근 옛 4번국도변에 설치되어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2022년 9월 15일에 폭격사건 지점인 복대리에 설치한 표지판. 표지판은 복대리 버스정류장 인근 옛 4번국도변에 설치되어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편, 추모제는 ‘북대리판교장터폭격희생자추모회’가 주최했고, 서천군청, 판교면행정복지센터, 판교중학교가 후원했다. 서천군은 지난 2022년부터 ‘6.25 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추모제를 지원하고 있다.

추모제에 앞서 부여 초촌 추양리 두레풍장팀도 풍물로 길놀이를 진행했고, 판교중학교 학생과 교사들은 현악기 연주로 추모의 마음을 보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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