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영 /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대원

 

산행일자 : 2023년 8월 27일(일)
구간 : 적목용소~국망봉~민둥산~도성고개~강씨봉자연휴양림
거리 : 12.02km (접속 6.2km 포함)
참여인원 : 14명

 

용소폭포 앞에서 단체 사진.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용소폭포 앞에서 단체 사진.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일주일 전인 8월 20일 615산악회 창립기념 산행을 함께한 대원들이 10명이나 되어 한 주 만에 반가움을 다시 나눴다. 수술로 산행에 함께하지 못하는 전용정 대장이 이른 아침인데도 대원들에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고 모시떡을 나눠주었다.

휴게소에 도착하니 참석한 대원들에게 오동진 후미 대장이 참석한 대원들에게 기능성 등산용 손수건을 선물로 나눠주었다. 모두 같은 손수건을 매달고 가니 소속감도 더 생기는 것 같았다.

접속구간 앞에 서서 갈 길을 보고 있자니 지난번에 어찌 내려왔나 싶은 가파름이 느껴진다. 시작부터 경사로를 알리는 알람 같은 서효정 대원의 숨소리가 쌕쌕 들려온다.

누군가는 그 소리를 듣고 경사로의 각도를 안다고 했고 누군가는 얼마만큼 뒤에 쫓아오는지 안다고 했다. 이 숨소리는 신기하게 나만 힘든 게 아니고 모두가 힘들어하는 구간이구나 안도하게 하여, 산을 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

서효정 대원의 숨소리를 키워주는 가파른 경사로.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서효정 대원의 숨소리를 키워주는 가파른 경사로.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얼마나 올랐을까 끝도 없는 경사로에 지칠 즈음 용소폭포의 시원함이 바람을 타고 얼굴에 와닿았다. 한폭의 그림 같은 용소폭포 앞에서 전체 사진을 찍고 걸음을 옮겼다. 계곡의 물이 어찌나 맑아 보이는지 시작도 전에 발을 담그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다.

계곡의 시원함을 눈에 담고 걸어가니 무주채폭포 앞 장군들 형상의 조형물이 보였다. 이런 폭포 아래였으면 응당 그렇게 술상을 보고 한잔 걸치고 싶었을 것이다. 대원들이 비집고 들어가 앉아 장군들과 술 마시는 기분으로 물 한잔 걸쳤다.

무주채폭포 앞에서 장군들의 풍류를 느껴본다.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무주채폭포 앞에서 장군들의 풍류를 느껴본다.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신선놀음을 마치기 무섭게 바로 2.8km 끝도 없는 급경사 길이 펼쳐졌다. 스틱으로도 버티기 힘든 구간은 밧줄에 의지해 한 걸음씩 떼었다. 백두대간과 한북정맥을 통틀어 가장 경사가 심한 구간이 아닌가 싶다.

민둥산에서 도성고개 구간에는 밀림 같은 풀숲에 뱀이 출몰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앞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가보니 칠점사로 추정되는 뱀 두 마리가 슬금슬금 기어가고 있었다. 독사라고 하니 무서운 마음 반 호기심 반 카메라 줌을 당겨 사진을 찍어 소장했다. 풀숲도 아닌 곳에서 두 마리나 보았는데 풀숲이 우거진 곳에서는 어떨지 걱정이 되었다.

칠점사로 추정되는 뱀 두 마리.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칠점사로 추정되는 뱀 두 마리.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드디어 1150봉 삼거리헬기장에 도착하여 한숨 돌렸다. 시작부터 땀을 흠씬 흘린 터라 물도 달고 나눠 먹는 방울토마토와 오이도 달았다. 토마토와 오이를 먹으며 서로 본인들 텃밭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구의 온난화 때문인지 기온이 오르고 비도 잦아서 농사도 가늠하기 힘들다 했다. 갈수록 생활에서도 기후 위기가 피부로 와 닿았다.

오솔길 같은 포슬포슬한 흙길을 밟고 도착한 곳은 견치봉이었다. 포천에서 바라보았을 때 산 위의 바위들이 개 이빨을 닮아서 견치봉이라 불린다고 하여 꽤 오르내리기 까다로운 곳 아닐까 했는데 생각보다 편안한 길이었다.

숨소리로 경사 정도를 가늠하게 해주는 서효정 대원.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숨소리로 경사 정도를 가늠하게 해주는 서효정 대원.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일찍부터 유산소 운동을 했더니 아침에 먹은 모시떡도 다 소화가 되어 다들 배고프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적당한 평지에 돗자리 깔고 각자 가지고 온 도시락을 펼쳤다. 이번 산행엔 신기하게 모두의 도시락이 소박했다.

늘 넘치던 먹거리도 없고 반주도 과실주 1/3병에 맥주 한 캔이 고작이었다. 매번 먹거리가 남아 걱정이었는데 5구간은 모두가 짠 것처럼 먹거리도 마실 거리도 소박했다. 어느 때보다 건전한 점심 식사였다.

배가 두둑하니 발끝에도 힘이 들어가서인지 점점 속력이 붙었다. 전용정 대장이 있을 때는 “선두 반보!”를 늘 외치던 이계환 대원이 선두에서 빠른 속도로 대원들을 이끌었다. 지난주 615 산악회 백운산 산행 때 너무 힘이 들어서 헬스장에서 열심히 다리 근력을 키우셨단다. 역시 연습과 노력을 당할 수는 없다.

아픈 김종택 대원 덕분에 간만에 역할을 한 오동진 후미 대장.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아픈 김종택 대원 덕분에 간만에 역할을 한 오동진 후미 대장.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체력이 갑자기 좋아진 이계환 대원을 따라가기 힘든 대원들이 속출하더니 결국 심주이 총무는 민둥산에 오르자, 큰 大자로 뻗었다. 땅에서 에너지를 충전해서인지 잠시 쉬었는데도 씩씩하게 다시 산에 올랐다.

민둥산에서 큰 대자로 누운 심주이 총무.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민둥산에서 큰 대자로 누운 심주이 총무.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민둥산에서 이제 하산길이라며 좋아했지만, 도성고개까지 가는 구간의 풀숲이 정말 정글을 방불케 했다.

바로 앞사람이 지나간 곳이 보이지 않아 놓치지 않으려고 바짝 붙어갔다. 내가 지나가는 바로 발밑에 독사가 지나가도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앞으로 뒤로 이 정글 같은 풀숲을 기록한다고 사진을 찍는데 사람들이 풀숲에 숨겨져 잘 보이지 않았다.

‘한북정맥’ 산행이 아니라 ‘한북정글’이라고 타잔 소리를 내며 장난스럽게 하산길에 오르니 지루한지 몰랐다.

‘한북정글’을 외치며 한북정맥 대원들이 풀숲에서 환하게 웃는다.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한북정글’을 외치며 한북정맥 대원들이 풀숲에서 환하게 웃는다.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도성고개를 지나 반듯한 흙길이 나오니 이젠 서로 노래도 부르고 장난도 치며 내려갈 여유가 생겼다. 가는 길에 기다리던 계곡이 나오자 거의 뛰듯이 내려가 등산화며 양말을 벗어 던졌다.

선선한 날이었는데도 땀이 흥건해서 끈끈하던 차에 반가웠다. 계곡물에 조심히 세수하고 발을 담그는 사람도 있고, 등산복을 입을 채 물속에 들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계곡물에 등산복 입은 채로 입수하는 대원들.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계곡물에 등산복 입은 채로 입수하는 대원들.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몸에 열도 식히고 끈적이던 땀도 닦아내니 뽀송뽀송하고 쾌적했다. 좋은 컨디션으로 강씨봉 자연휴양림까지 내려가자니 발걸음도 가볍고 노래가 절로 나왔다. 음정 박자가 맞지 않아도 넘치는 흥이 다했다. 어쩌면 뒤풀이 장소에서 맛있게 익어가고 있는 닭갈비와 탁주를 떠올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강씨봉자연휴양림에서.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강씨봉자연휴양림에서.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추억을 담아오며 12km 산행을 마쳤다. 한북정맥 5구간을 걸으며 50km가 넘는 길을 동행하여 이야기가 쌓이고 서로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앞으로 남은 구간에서 담게 될 풍경과 이야기가 벌써 궁금해진다. 더 많은 사람과 이 추억을 함께 나누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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