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요코아미초 위령공원 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비 [통일뉴스 자료사진]
도쿄 요코아미초 위령공원 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비 [통일뉴스 자료사진]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100주기에 난데없이 '윤미향', '총련'이 부각되고 있다. 한심하고 고약하다.

정작 중요한 '간토학살의 진실'은 외면하고, 지엽말단으로 초점을 이동시켜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불온한 계책이 엿보인다. 의도대로 될 일도 아니지만, 100년전 진상을 은폐하고 책임을 가리려고 획책한 일본 당국의 수작과 매우 흡사해 놀라울 뿐이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3일 윤 의원의 추도제 참석 보도와 관련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교류협력 체계를 확립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경위서 징구를 통해 사실관계를 최종 확인하고, 이후 과태료 부과 등의 절차가 질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교류협력법 제9조의 2, 제30조에 따라 총련 구성원을 접촉하기 위해서는 사전 접촉신고 및 수리가 필요한데, 윤 의원이 사전접촉신고를 한 바 없으며, 미신고 접촉은 과태료 부과대상이라는 것.
 
가족 생사확인, 교육목적, 외국 여행중 우발적 접촉 등 사후 신고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4일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교류협력 체계를 확립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며, 동 사안도 이러한 입장으로 검토해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가 무슨 행사에, 어떤 취지와 목적으로 참석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진지하게 말하지 않았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3일간 간토대지진 특집 편성으로 '영상기록 간토대진재 제국의 수도 괴멸 3일간'을 방영하는 등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한국정부는 심지어 100주기를 맞아서도 조선인학살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나아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총련 행사 참석'이라는 자극적 제목으로, 간토 학살 100주기의 의미있는 소식에 눈감고 귀가리며 말하지 않는, 이것이 과연 대한민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인가 따져 물어야 할 일이다.

한미일 군사협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무단 방출을 비롯한 실책을 무마하기 위해 얕은 꾀를 부리는 것이라면 새로 임명된 방통위원장의 치적이 아니라 오점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00년동안 갖은 수를 써 은폐하려던 역사가 새롭게 기억되는 모습을 9월 1일 간토학살 추도제는 보여주고 있지 않나.

100년전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를 비롯한 간토지방에서 벌어진 리히터 척도 7.9 규모의 강진과 그 와중에 일본 국가권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자행된 최소 6천 600여명 조선인의 대량 학살은 여전히 많은 의문을 남긴 채 지금까지 희생자 유족들과 동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그날의 참혹한 학살에 대해 외면할 수 없는 증언이 쌓여있고, 일본 정부 내각과 군부, 경찰 등이 학살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도 명백하게 남아 있지만 놀랍게도 일본정부는 학살에 대한 국가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지진으로 혼란에 빠진 와중에 재해대책에 전념해야 할 일본 당국은 '조선인 폭동설'을 유포하며 전시계엄령을 선포했다. 군대와 경찰이 동원됐고 조선반도에서 동학농민군, 3.1운동 참가자, 의병 등을 상대로 총칼을 겨눴던 재향군인들을 중심으로 자경단을 조직해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참혹한 살육행위가 자행했다.

일본 당국은 한편으로 조선인 학살을 직접 지시하고는 계엄령 발령상태에서 조선인 학살 관련 보도를 통제하고, 너무도 공공연하게 자행되어서 덮을 수 없는 조선인학살 에 대한 책임은 민간 자경단에 떠넘겼다가 곧 학살 가담 자경단원들을 방면하고 몇년후에는 훈장으로 포상하기까지 했다.

일본 정부는 2008년 내각부 중앙방재회의 보고서 '재해교훈의 계승에 관한 전문조사회 보고서-1923년 간토대지진(제2편)'에서 '이 정도 규모의 인위적인 살상행위를 유발한 예는 일본 재해사상 더 다른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일본 정부의 책임을 시인한 듯 했지만, 지난 6월 간토 조선인학살을 입증할 문서가 방위성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 열린 참의원 법무위원회에서 '유감의 뜻을 표명할 예정이 없다'는 태도로 회귀했다.

내각 보고서에 대해서는 일부 전문가들의 입장일 뿐 정부의 견해는 아니라고 발뺌했다.

희생자인 조선동포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양심있는 시민들이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미래에 대해 절망하는 이유이다.

지난 1일 일본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위령공원 내 조선인학살 추도비 앞에서 '간또대진재조선인학살 100년 도쿄동포추도모임'이 거행됐다.

보수언론은 윤 의원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이 주최한 추도제에 참석했다는 것에 주목하고 비판하는데, 알림판에 적혀있는 '간또대진재조선인학살 100년 도쿄동포추도모임'이라는 한글 표기 아래 한자로 '關東大震災 朝鮮人虐殺 100년 東京同胞追悼會'이라는 표시가 그들의 눈에만 안보였을리 없다는 점에서 필요한대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추도모임 자료집에는 총련 도쿄도본부 고덕우 위원장과 도쿄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니시자와 기요시 일본측 대표가 주최단체를 대표해 추도사를 한다고 적혀있다.

후원단체로는 '간토대진재 100년 조선인학살사건 추도와 책임추구의 행동실행위원회'가 기재되어 있고 '일조우호촉진도쿄의원연락회'와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 북측 '조선인강제연행피해유가족협회' 등이 추도사를 보내왔다.

추도모임에 앞서 오전 11시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9.1간토대진재 조선인희생자추도식전실행위원회'가 주최한 추도식이 열렸다.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일본의 양심적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일조협회 동경도연합회'가 사무국역할을 하고 있다.

30도를 웃도는 한여름 더위에 2시간 넘도록 많은 재일 동포들과 한일 시민 등이 참석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제는 희생자들의 안식과 함께 새로운 세기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일본정부가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

100년전 그곳엔 없었던 분단을,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마당에 굳이 되새기며 앞세우는 의도는 불온하지 않은가?

추도제가 열린 오코아미초 도쿄 도립공원은 1923년 간토대지진 발생 한해 전 육군 피복창이 있던 곳으로 당시 많은 지진 피해자들이 이곳으로 피난을 왔다가 때마쳐 불어온 강풍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에 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1930년 9월 간토대지진 피해자 위령당을 만들고 이후 도쿄 대공습(1945.3.10) 희생자들을 안치해 위령공원이 되었다. 1973년 도쿄도 의회의 찬성으로 '조선인 희생자 추도행사 실행위원회'가 처음으로 이곳에서 공식적으로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 조선인에 대한 추도행사를 진행했고 추도비도 이때 세워졌다.

간토학살 조선인 희생자들의 영령을 위로하고 새로운 한일관계를 다짐하는 상징적 장소로 자리잡은 곳이다. 이런 마당에 총련이니 민단이니 따지는 것은 너무 하찮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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