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관리 모드로 들어갔다고 본다”

최근 한국과 중국 사이에 차관급 경제공동위 개최(8.29)에 이어 양국 외교장관이 80분간 전화협의(8.31)를 갖는 등 예전보다 활발한 고위급 접촉이 이루어지고 중국인 단체관광도 풀렸다(8.10).

한미일 3각협력을 강조하며 사실상 중국을 고립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그간 행보를 감안하면 한중관계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할 것이다.

이같은 한중 간의 대화 분위기는 미중 관계라는 보다 큰 밑그림을 보지 않으면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일찌감치 지난 7월 “미국과 중국이 관리 모드로 들어갔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7월 17일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2023년 7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미중 패권경쟁(전략경쟁)과 한중관계'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7월 17일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2023년 7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미중 패권경쟁(전략경쟁)과 한중관계'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남주 교수는 7월 17일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2023년 7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미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중(6.18~19)과 재닛 앨런 재무장관 방중(7.6~9)을 분석하며 미측의 메시지를 “중국과 미국 관계는 디커플링(decoupling, 분리)이 아니다.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제거)이다”로 요약했다.

디커플링은 미국과 중국의 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가 되고, 디리스킹은 안보에 대한 위협을 방지하기 위한 제한적 대중 제재를 취한다는 것. “공동 발전할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신냉전’이 도래했다는 일각의 분석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중국 전문가 이남주 교수는 “엄밀하게 따지면 지금 미중 관계가 본격적인 패권 경쟁 단계로 들어섰느냐? 이렇게 얘기하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라며 “패권 경쟁이라는 말보다는 대체로 ‘전략경쟁’이라는 표현들을 많이 쓰게 된다”고 규정했다.

“종합적인 국력 격차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 차이가 있고 더 중요한 건 사실 중국이 지금 소위 헤게모니 또는 패권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만한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를 추구하느냐? 꼭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고 구체적으로 경제력과 군사력 지수를 비교해 제시하기도 했다. “중국의 정책 결정자들도 사실은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는 게 지금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역으로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거나 무너질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중국이 제조업 기반이 굉장히 강한 나라”이고 “비판은 많이 받고 있지만 국가를 관리하는 능력”이 있다는 평가다.

결국 “단기간, 20년 정도의 시간대를 가지고 보더라도 누가 누구를 압도하는 결과는 나타나기가 상당히 어렵다라는 게 기본적인 판단”이라는 것.

“타이완 문제에 대한 갈등이 증가하게 된다”

이남주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 과정에서 타이완 문제를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남주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 과정에서 타이완 문제를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다만,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우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라는 게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며 “남중국해라든지 타이완 문제에 대한 갈등들이 증가하게 된다”고 진단하고 “미중 관계를 충돌로 가게 만들 수 있는 폭탄은 제거됐느냐? 그게 아직까지는 불확실한 거다”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내세우고 있는 타이완 문제가 갈등의 핵이라는 것.

타이완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79년 미중수교 당시 ‘하나의 중국’ 합의 사항인 ‘관방(공식) 교류 금지’ 원칙을 트럼프 대통령 시기부터 공공연하게 깨뜨린 점과 ‘타이완 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 무기를 수출한 점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주요 갈등 소지를 미측이 제공했다는 평가인 셈.

여기에 더해 “미국도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안보적 접근과 실용적 접근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 이미 미중 관계는 경제적으로 갈라서면 양측 모두 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미국의 발전이 계속 군산복합체에 의존하는 게 미국에게도 분명히 부정적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런데 그 패턴에서 미국이 사실 벗어나기는 쉽지 않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따라서 “사실 국제질서는 상당한 정도로 불확실성을 조금 안고 가야 되는 그런 상황”이라는 것.

미중 간의 전략경쟁이 현실이지만 국제질서의 ‘다원화’에도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더 웨스트(서구)를 제외한 더 레스트(서구를 뺀 나머지)의 비중이 경제적으로도 계속 늘고 있고 정치적 영향도 지금 증가하고 있다”며 “예를 들면 이제 브릭스(BRICS)가 5개 국가인데 지금 확장되는 논의들을 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프놈펜 성명, “한미일이 모여서 중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거다”

이남주 교수는 중국이 한중관계를 서두르지 않고 미중관계 조정을 통해 한국을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남주 교수는 중국이 한중관계를 서두르지 않고 미중관계 조정을 통해 한국을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처럼 상황은 복합적이지만 미중 관계가 적대적 ‘패권 경쟁’ 보다는 상호의존적 ‘전략 경쟁’ 성격이 강한 시기이고, 한중 관계 역시 이같은 큰 그림 속에 놓여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등장이 변수다.

이남주 교수는 “작년 11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 이게 저는 상당히 어떤 방향을 결정한 사건이라고 본다”며 “한미일이 모여서 중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거다”고 짚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을 적대 국가로 만드는 건 아니고 압박과 설득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한중관계를 서두르지 않고 미국과 관계를 풀면, 한국이 앞장서고 막 중국이랑 한번 싸우겠다고 달려들다가 뒤를 보니까 아무도 없어진 이런 상황”이 된다는 것.

이 교수는 “중국 시장이라는 게 한국이 소위 선진국으로 되는 기반이 됐는데, 그걸 버린다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한중 관계의 악화가 가속화 하면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빠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중국에게 중간재를 팔았고 엄청난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며 “중국도 철강 발전시키고 석유화학도 발전시키고 점점 수입 대체를 한다...한국의 대중 무역 흑자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중국의 내수시장에 들어가야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한중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 내수시장에서 우리 자동차나 핸드폰은 물론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시장 점유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 삶을 해결할 수 있는 외교, 우리 삶을 해결할 수 있는 어떤 한반도 비전, 이런 것들을 가지고 좀 얘기를 해서, 그 토대 위에서 정치적 변화들을 추구해야 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연을 경청한 참석자들은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강연을 경청한 참석자들은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중국 전문가 이남주 교수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인 셈이다. 강연 자료에는 “한미동맹 올인 외교 전략의 수정 및 한반도 긴장 관리 위한 대북전략 필요”라는 당면 과제도 짤막하게 남겨 놓았다.

평화3000이 후원하는 통일뉴스 월례강좌는 오는 9월 12일 오후 6시 30분 전태일기념관에서 조성렬 전 오사카총영사가 "국가와 민족, 그리고 재외동포 - 한민족공동체 네트워크의 모색"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통일뉴스 9월 강좌는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공동주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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