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100주기 추도제에 참석한 재일 동포들과 남측 및 해외에서 온 동포들이 1일 저녁 도쿄 시내 블라썸 중앙회관에서 '간토대진재 100년-조선인학살희생자추도와 책임 추궁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100년의 중대한 전환기(절목, 節目)에 조선인 학살의 역사 사실이 일본 정부의 책임임을 분명히 하고 동시에 희생자와 유족에 대해 사죄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이를 일본정부에 촉구하는 '요청서'가 발표됐다.

요청서는 포럼 평화·인권·환경, 동아시아시민연대,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일본 기독교협의회를 비롯한 단체들로 구성된 '학살희생자의 추도와 책임추궁 행동실행위원회'(실행위원회) 명의로 기시다 총리에게 보낸 것으로, 명칭은 '간토대진재·조선인학살 100년, 정부요청서'이다.

후지모토 야스나리 포럼 평화·인권·환경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후지모토 야스나리 포럼 평화·인권·환경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실행위원회 사무국장인 후지모토 야스나리 포럼 평화·인권·환경 공동대표는 요청서 내용을 설명하면서 일본정부에 대해 △간토대지진 시 조선인학살 희생자에 대해 그 책임을 인정, 사죄할 것 △조선인학살의 근본적 원인이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 지배에 있었음을 인정하고 분명한 태도로 그 청산을 실시할 것 △조선인 학살에 관한 진상, 실체를 밝힐 것 △조선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해 정부 뿐만 아니라 공적기관에 존재하는 관계 서류를 조사할 것 △학살 희생자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죄를 위해 시민 및 연구자를 포함한 진상규명 프로젝트팀을 구성할 것 등을 촉구했다.

계기는 2008년 3월 일본 정부가 총리를 대표로, 모든 각료가 참가한 내각부 중앙방재회의의 '재해교훈의 계승에 관한 전문조사회 보고서-1923년 간토대지진(제2편)'을 발표하면서 "이 정도 규모의 인위적인 살상행위를 유발한 예는 일본 재해사상 더 다른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하면서, "광범위한 조선인 박해의 배경으로는 당시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고, 그 식민지 지배에 대한 저항운동에 직면해 공포감을 갖고 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몰이해와 민족적 차별의식도 있었다고 본다"고 인정한 것.

그러나 일본 정부는 최근 간토 조선인학살을 입증할 문서가 방위성에 보관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 6월 참의원 법무위원회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내에서도 그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감의 뜻을 표명할 예정이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실행위원회는 "다양한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감의 뜻'마저 부정하는 자세는 다문화·다민족 공생'의 미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실행위원회에는 이타가키 류타 도시샤(同志社)대학 교수, 김성제 일본기독교협의회 총간사, 니시자키 마사오 일반사단법인 오센카 이사, 히라오카 히데오(平岡秀夫) 전 법무대신, 후지노 마사카즈 일조학술교육교류협회 회장 등이 참가하고 있다.

남승우 재일본조선인총연합 부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승우 재일본조선인총연합 부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승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부의장은 "대지진때 무참하게 학살당한 조선 동포들의 후손이 우리들이다. 100년을 맞아 희생자들의 상주로서 제일 먼저 머리 숙여 추모의 인사를 드려야 하는 사람도 재일 동포들이고, 또 희생자들의 넋을 지키고 이어나가야 할 사람들도 우리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년의 기나긴 역사속에서 일본제국주의의 잔인성, 야만성에 대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일본 당국이 그동안 단 한번의 사죄나 반성없이 조선인 대학살 사건을 땅속에 묻어버리려고 하는 파렴치한 행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 "재일 동포들에게는 아직도 원한을 풀지 못하고 있는 희생자들의 원한을 꼭 풀어드려야 하는  역사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족수난의 역사인 간토대진재 조선인학살 희생자들의 원한을 대를 이어가며 절대로 잊지말고, 일본이 과거 역사를 깨끗이 청산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재일동포들에 대한 차별과 비인도적인 정책을 그만둘 때까지 힘차게 투쟁해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사카 마사히토(保坂正仁) 일조우의촉진동경의원연락회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호사카 마사히토(保坂正仁) 일조우의촉진동경의원연락회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입헌민주당 소속 곤도 쇼이치 중의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입헌민주당 소속 곤도 쇼이치 중의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홍정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이홍정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호사카 마사히토(保坂正仁) 일조우의촉진동경의원연락회 공동대표는 "일조협회는 재일동포들의 민족교육을 지원하고 북일 국교정상화를 이행하며, 우호협력관계를 증진시키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아직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간토대진재 당시 조선인학살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부정하는 일본 당국의 처사가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입헌민주당 소속 곤도 쇼이치 중의원도 연대사를 통해 "백서에서는 인정했지만 그것은 전문가들의 견해일 뿐 정부의 입장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태도엔 분명 문제가 있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홍정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허위사실로 계엄령을 발동하여 조직적으로 학살하였음에도 피해사실을 조사할 계획도, 유감을 표시할 의지도 없다고 밝히는 것이 일본정부의 공식입장이라면 이 얼마나 반인도적이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태인가"라고 간토학살에 대한 국가책임을 극구 부인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거부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으며, 평화헌법의 전수방위 원칙을 무력화하여 다시 '전쟁하는 국가',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고 하면서,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묻으려는 과거는 현재로 반복되어 나타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는 평일 늦은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500여명의 동포들이 2시간 넘는 시간동안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좌석을 지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집회에는 평일 늦은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500여명의 동포들이 2시간 넘는 시간동안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좌석을 지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재일동포 윤봉설씨가 간토 학살 희생자의 증언을 대독하고, 북측 조선인강제연행 피해자, 유족협회에서 보내온 추도사도 이날 낮 요코아미초 추도모임에 이어 다시 낭독되었다.

윤미향 국회의원과 김수복 6.15미국위원회 대표위원장도 발언에 나서 "100년전 재일 조선인들에게 자행한 반인도적 범죄의 진상을 규명하고 즉시 공식 사죄와 배상 등 국가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평일 늦은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500여명의 동포들이 2시간 넘는 시간동안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좌석을 지켰다.

재일동포 학생들의 다채로운 공연도 감동을 주었다. 박순호 도쿄 조선중고급학교 학생대표는 간토 학살의 역사를 잊지 않고 민족을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다짐을 씩씩하게 밝혀 박수를 받았다.

이덕규 경기 민예총 이사장이 준비한 간토 학살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시 낭독과 일본에서 널리 불리는 '인간의 노래'를 열창한 가수 손병휘씨의 무대에도 아낌없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강리수, 김현수, 하미주 3명의 조선대학교 학생들이 '백년의 잔향(殘響, 乱響)-1923/2023 증언과 기록의 콜라쥬'라는 제목의 낭독극을 진행해 100년전 간토 학살의 생생한 현장으로 참석자들을 인도하는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강리수, 김현수, 하미주 3명의 조선대학교 학생들이 '백년의 잔향(殘響, 乱響)-1923/2023 증언과 기록의 콜라쥬'라는 제목의 낭독극을 진행해 100년전 간토 학살의 생생한 현장으로 참석자들을 인도하는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아름 도쿄 조선중고급학교 학생은 간토 학살 당시 민족의 애환과 꺾이지 않는 의지를 담은 윤극영 작사·작곡의 동요 '반달'을 불러 참석자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아름 도쿄 조선중고급학교 학생은 간토 학살 당시 민족의 애환과 꺾이지 않는 의지를 담은 윤극영 작사·작곡의 동요 '반달'을 불러 참석자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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