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성주 통신원 / KAL858기 사건 연구자

 

KAL858기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학술회의 자리가 처음 마련됐다. ‘KAL858기 연구소 <그 마음>’은 2023년 7월 2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실규명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

사건 관련 ‘학술’ 행사는 2019년 11월 28일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에서 처음 열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열린 세미나는 규모와 청중 수준에서 본격적인 첫 학술회의라 하겠다.

KAL858기 관련 첫 학술회의

‘KAL858기 연구소 ’KAL858기 진실규명 특별 세미나가 2023년 7월 27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620호에서 열렸다. [사진 제공 - ‘KAL858기 연구소 ’]
‘KAL858기 연구소 ’KAL858기 진실규명 특별 세미나가 2023년 7월 27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620호에서 열렸다. [사진 제공 - ‘KAL858기 연구소 ’]

예컨대, 여성주의 학자, 국제관계학자, 문화인류학자, 평화학자, 북한학자, 자연과학자 등이 이 사건을 논의했는데 이처럼 다양한 연구자가 사건 토론회에 함께한 적은 없다. 다학제적 접근은 일반 학술회의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세미나의 첫 순서는 진실규명 당사자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KAL858기 가족회가 2000년대 초반부터 활동해온 과정을 정리한 영상이 상영됐다. 그 활동의 중심에는 김호순 씨, 임옥순 씨, 그리고 차옥정 씨 등 가족회 집행부와 신성국 신부 같은 활동가가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KAL858기 가족들이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다며, 한을 풀어달라고 외쳤던 차옥정 전 회장은 얼마 뒤 건강 문제로 공개활동을 못 하게 된다.

두 번째 격려사를 맡은 이는 신시아 인로 미국 클라크대 교수다. 저명한 여성주의 국제관계학자 인로 교수는 “KAL858기와 115분 실종자의 운명은 우리 각자가 국제정치를 어떻게 이해하려 하는지, 그 정치에서 유동적인 우리들 위치 관련해 깊고도 불편한 물음을(deep, even disturbing questions) 던지는 출발점이 됩니다”라고 했다.

원래 이 격려사는 인로 교수가 다음 책의 추천사로 써준 글인데 비대면 형식으로 토론회 참석자들에게 공유되었다. 박강성주, 『슬픈 쌍둥이의 눈물: 김현희-KAL858기 사건과 국제관계학』(한울, 2015).

‘사실’ 논쟁과 노태우 후보 당선

토론회는 정희진 이화여대 초빙교수의 발표로 열기를 더해갔다. 평화학 연구자 정희진 교수는 “제반 사실 논쟁은, 사건의 효과로서 노태우 후보 당선으로 수렴”되었다고 짚었다. 그리고 “이 사건의 가시화와 연구, 진상 규명은 이후 한국사회에 다음과 같은 현상을 제기할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문구를 인용했다.

“문이 열리고 내면의 모순이 드러나면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충돌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올바른 발언을 하기는커녕, 나 자신에게조차 말이 되게 설명할 수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진심을 말하지 않는 한편, 누가 자기 진심을 읽으려고 하면 상대가 마음에 드는 가장 위쪽 상태만 드러내고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 의식의 수풀 안에 감춘다.” 애나 번스,『밀크맨』(창비, 2019).

다음으로 ‘KAL858기 연구소 <그 마음>’은 “진심을 몰라주는 세상, 진심을 다하는 KAL858”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했다. 박강성주 박사는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KAL858기 3부작’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 1부: 『KAL858, 진실에 대한 예의: 김현희 사건과 ‘분단권력’』(선인, 2007).
- 2부: 『슬픈 쌍둥이의 눈물: 김현희-KAL858기 사건과 국제관계학』(한울, 2015).
- 3부: 『하루살이의 고백: 김현희-KAL858기 이야기』(한울, 2022).

1부는 전형적 사회과학 글쓰기로 이루어진 석사논문을 다듬었고, 2부는 사회과학 글쓰기와 소설 쓰기가 결합된 박사논문을 다듬은 책이다. 마지막 3부는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는 후속연구로서, 이 책들은 방법론 측면에서 3부작을 이룬다고 한다.

세월호 가족과 해외학자도 참석

KAL858기 진실규명 특별 세미나에는 마크 캐프리오 일본 릿쿄대 교수도 비대면으로 함께했다. [사진 제공 - ‘KAL858기 연구소 ’]
KAL858기 진실규명 특별 세미나에는 마크 캐프리오 일본 릿쿄대 교수도 비대면으로 함께했다. [사진 제공 - ‘KAL858기 연구소 ’]

이어서 세월호 참사 가족, 문화인류학 교수, 북한학/사회학 교수, 자연과학 교수 등이 토론회를 이끌어갔다. 자신을 “단원고 2학년 5반 이창현 학생 엄마”로 소개한 최순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임원은 미리 써온 토론문을 읽었다.

최순화 대외협력부서장은 KAL858기 사건 관련 고통을 2014년 세월호 참사는 물론, “1993년 서해 페리호 참사,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 2022년 이태원 참사, 2023년 궁평2지하차도 참사” 등과 연결시키며 의견을 개진했다. 토론문을 다 읽은 ‘이창현 학생 엄마’ 최순화 씨는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수정 덕성여대 교수, 김성경 북한대학원대 교수, 공공을위한과학기술인포럼 FOSEP 대표도 각자의 위치에서 KAL858기 사건을 고민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마크 캐프리오 일본 릿쿄대 교수는 비대면(줌)으로 의견을 나눴다. 한국사 전공인 캐프리오 교수는 기본적으로 KAL858기 사건을 “한국 정부가 갑자기, 또는 충분한 증거 없이(without sufficient evidence) 북쪽이 나쁜 행위를 했다고” 규정한 사건으로 이해했다.

또한 세미나 전에 이루어진 전자우편 대화에서 그는 사건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진실 관련해 아무것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진실이란 한 사람[김현희 씨]의 진술(one person’s testimony) 이상의 것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건이 일본에서 크게 보도되는 경우는 대부분 김현희 씨 진술로 북쪽의 일본인 납치와(the Japanese NK kidnapped) 사건이 연결될 때라고 했다.

KAL858 국회 국제 토론회

이번 세미나 바탕, KAL858기 연구소 <그 마음>은 8월 9일 국회에서 국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뉴질랜드 국립평화분쟁연구소 소장 등 해외학자, 천안함 사건으로 과학사회학 박사논문을 쓴 오철우 전 한겨레 기자 등이 참여한다.

KAL858기 사건으로 ‘국제’ 토론회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신청은 https://url.kr/6jsl8q

2023년 8월 9일에는 국회에서 KAL858기 진실규명 국제 토론회가 열린다. [자료 제공 [사진 제공 - ‘KAL858기 연구소 ’]
2023년 8월 9일에는 국회에서 KAL858기 진실규명 국제 토론회가 열린다. [자료 제공 [사진 제공 - ‘KAL858기 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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