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조선로동당 부부장이 17일자 담화를 통해 “힘의 지위에서, 충분한 실력행사로 그들의 강권과 전횡을 억제”하겠다고 천명한데 대해 이례적으로 외교부가 나서 북한이 “변명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외교부는 18일 오전 기자들에 보낸 문자를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며 전례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 특히 최근 아세안까지 비판적인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 변명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반격했다. 일종의 ‘명분 싸움’으로 본 것.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번 담화는 비핵화와 대화를 거부하면서 도발을 지속하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최근의 선전·선동활동의 일환”이라며 “우리 정부는 담대한 구상에 따라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나설 경우 정치, 경제, 군사적 분야를 포괄하는 상응 조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재확인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17일 “미국이 우리에게서 바라는것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며 “가역적인 성격을 띠는 공약을 믿고 우리 국가의 영원한 안전을 당면한 리익과 바꿀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군철수의 경우도 보름 정도면 되돌릴 수 있는 ‘전략적인 속임수’에 불과하는 것이다.

나아가 “《대한민국》과 세계악의 제국인 미합중국을 상대로 장기전략을 세워야 하며 압도적인 억제력에 기초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망적인 안전담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한민국’ 호칭이 자주 등장하고 있는 점도 달라진 흐름이다.

외교부는 “지난 30년간 수 차례 비핵화에 합의하여 다양한 상응 조치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기만적으로 핵·미사일 능력을 지속 증강시키고 합의를 파기해 온 북한의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은 최근 확장억제 강화, 한미 연합훈련 등 우리의 정당한 방어적 조치를 핵 개발과 도발의 명분으로 선전하고 있으나, 과거 여러 차례 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축소했을 때도 북한은 핵 개발을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특히 “이렇게 자기모순이 드러난 북한은 이제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대화 거부의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이는 유엔 안보리가 열 한차례 만장일치로 북한에 부과한 국제법상 의무로서, 북한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논지를 세웠다. 북한의 완전하고 불가역적 비핵화는 이미 유엔안보리 결의 등으로 공식화된 것으로 논의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외교부는 “북한이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도 의례 ‘대화’를 촉구해왔지만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규정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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