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이사장)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협 속에서 올해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이하게 되어 가슴이 아프다. 필자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사실상 전쟁 상태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2022. 5.10) 2년째, 남북미 3국 간 ‘강대강’ 맞대응의 구조 속에서 한미·북한 간 적대관계로 한반도의 평화로 가는 길은 점점 더 소원해지고 단기적으로 평화스러운 한반도 장래가 안 보인다. 향후 남북미 간 ‘강대강’ 맞대응 전략이 지속된다면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어 매우 염려스럽다.

필자는 다시 강조하고 싶다. 절대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며 한반도에서 전쟁 예방이 필자의 최고의 가치이며 남과 북이 추구하는 공동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한미 '워싱턴 선언'과 한반도의 핵 균형

윤석열·바이든 한미 두 정상(4.26)은 백악관에서 안보, 경제 문제 등 현안에 심도 있는 논의를 단독회담과 확대 회담 후 한미 정상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핵심이슈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여 한미 간 확장억제와 관련하여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발표하였는데 핵심내용은 한미 간 ‘핵 협의 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의 신설과 전략 핵잠수함(SSBN), 최첨단 전략자산의 한반도 정기적 전개 그리고 미국의 핵무기 사용 관련 정보공유 확대에 대한 합의를 이룬 것은 큰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한반도 '확장억제'의 개념은 북한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국의 억제력을 미 본토 수준으로 확장해 한국에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워싱턴 선언으로 미국이 안정되고 신뢰성 있는 핵전쟁 억제력을 한국에 제공하게 되어 실질적으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아도 한반도에서 핵 공포의 균형을 이루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환언한 다면 만약 북한이 선제 핵공격을 감행해올 때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실질적 보장을 의미한다.

현시점에서 한미·북한 간에는 핵 억제력(nuclear deterrence)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북한이 한미 양국을 공격하려면 상호 파멸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핵 공포의 균형(nuclear balance of terror)이다. 이러한 균형은 상호 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라고도 하는데,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북한의 공격 미사일 등이 도달하기 전에 또는 도달한 후 생존해 있는 제2 타격 능력인 핵 보복 능력을 이용해 북한을 전멸시키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번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이 한국을 위해 강력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문서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 공격 시 "정권 종말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해서 전쟁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이며 결국은 북한체제의 종말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워싱턴 선언’은 한국의 단독 핵무장론을 무마시키고 안보를 제도적 보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한반도에서 핵균형이 이뤄져서 핵균형이 깨어지지 않는 한 북한의 핵 선제공격이 억제되어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개연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지도부의 피포위 강박증(siege mentality) 악화

‘워싱턴 선언’에 대해 극렬하게 반발하면서 북한은 4월 28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조선중앙통신(4월 29일 게재)을 통해 ‘핵 협의 그룹’(NCG)과 지속적인 미국 전략자산 전개, 더욱 빈번해질 한미연합 훈련 등으로 정세가 불안해졌고, 이에 따라 북한도 '결정적인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구체적으로 ‘핵전쟁 억제력 제고’와 관련하여 향후 핵 무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군사적 도발 혹은 무력시위를 지속해서 추진할 것을 밝혔다.

이어 조선중앙통신 논평(4.30)에서 한미의 ‘워싱턴 선언’을 맹비난하며 “한미 핵전쟁책동… 상응한 군사적 억제력 키울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반민족적이고 대미굴종적인 행태는 남조선을 미국의 핵전쟁 화약고, 전초기지로 전락시키고 있으며 조선반도는 물론 지역의 안전과 리익까지 해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논평은 "상전과 주구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우리 국가를 절멸시킬 흉계를 꾸민 윤석열 괴뢰 역도의 이번 행각은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도발 행각, 위험천만한 핵전쟁 행각"이라고 혹평했다.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비핵화 목표 달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라고 필자를 포함하여 대부분 전문가의 견해이다. 왜냐하면,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 강경·압박정책에서 배운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10년 간 두 보수 정권 시대에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유엔 안보리 제재가 이어져 이런 적대적 작용과 반작용의 악순환 구조로 인해 북한은 핵 무력 강화에 주력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한미·북한 간 적대적 강대강 맞대응의 구조로 인해 북한지도부의 피포위 강박증(siege mentality)을 악화시켰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핵 무력을 강화하게 되어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에 실패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북한은 9번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었다. 이러한 정책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호적인 맞대응 평화전략으로 전환 바람직

필자는 아직도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기회가 존재하기에 남북미 3국은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여 남북/북미대화 재개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현시점에서 남북미 3국이 '강대강' 맞대응(hostile tit-for-tat strategy)을 우호적인 맞대응(friendly tit-for-tat) 평화전략(peace strategy)으로 전환하기 위해 먼저 북미/남북 간 대화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한반도에서 한미·북한 간 '공포의 핵 균형'을 이루고 있어 누구도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시작한다면 자멸 행위이며 모두가 공멸하게 되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핵전쟁 억제력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남북미 3국이 선택해야 할 바람직한 정책대안은 무엇인가? 필자는 3국 간 대화와 협상 재개를 주장한다. 3자가 대화를 재개하여 한반도 비핵-평화 로드맵에 3자가 합의하고 이에 따라 상호양보와 타협 의지를 갖고 핵 없는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실용적인 외교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논객들이 윤 정부의 대북 강경·압박정책이 북한을 대화로 유인하는 방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산이고 착각이다. 북한의 과거 언동을 보면 북한이 수용할 리가 만무하다. 그래서 이런 잘못된 정책은 궁극적으로 실패할 것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도 수용할 수 있는 한반도 비핵-평화 로드맵을 만들어 핵 없는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가 구현될 수 있도록 북한과 협상할 것을 제언한다.

그러면 북한과 창의적인 대화/협상의 ‘유인책’은 무엇인가? 필자는 '본질적인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대북 적대시 정책'의 일부분만이라도 철회를 심각히 고려하여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남북미 3국이 6개월 동안 모든 군사행동 모라토리엄(유예)을 두자는 정책을 제언한 바 있다. 따라서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우호적 맞대응 평화전략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남북미 3자가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상호양보와 타협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한반도 문제 해법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하려면 대화 분위기 조성을 먼저 해야 한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남북미 3국의 강대강 맞대응 전략은 인간의 오류(human errors)나 최첨단 전략자산의 오작동으로 인해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의 개연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한반도에서 또다시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한민족의 공멸을 가져오게 될 것이며 더욱이 북한과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급속히 핵전쟁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민족상잔의 비극이 또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한미일은 위기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미·중·남·북 4자 간 가칭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이 해법

지난 70년 동안 유지되어온 정전협정체제가 한반도의 평화체제로 전환하는데 미·중·남·북 4자간의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윤 정부는 미·중 간 전략경쟁 시대에 장기적 국가 핵심이익 증진을 위해 미국 일변도 편향정책보다 대한민국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교차점에 있는 지정학적-지경학적 운명을 고려하여 균형된 실용외교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필자는 주장해 왔다.

70년 동안 지속한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한반도 평화체제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이 주장하는 북미 간 평화협정보다 국제법상 더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미·중·남·북 4국 정상이 서명하는 다자간 평화조약인 가칭 '한반도 평화조약'(a Korean Peninsula Peace Treaty)을 체결하고 유엔 안보리 추인을 걸쳐 국제조약으로 유엔사무처에 등록해야 할 것이다. 국제적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조약은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국제평화조약은 김정은 위원장이 제안한 '조건부 조선반도의 비핵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적 제안을 재검토하길 바란다.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의 초석이며 나아가 글로벌 평화구축에 필수적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관련국인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해서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상호협력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핵)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대화여건 조성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대북 강경·압박정책이 북한을 대화로 유인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착각이기 때문에 정책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올해 정전협정체결 70주년을 맞이하여 한반도 평화는 항구적인 분단을 고착하는 평화가 아닌 한반도 통일을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가 구현되길 기대해 본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미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 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 참여포럼(KAPAC) 상임고문, 평통 자문회의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가주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 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의 혁신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4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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