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법치에 기반한 가치외교를 내세운다. 자유와 법치는 국제적 보편성과 국제규범에 일치한다고 강변한다. 타당한 말이다. 그러나 자유와 법치 만으로는 국제적 보편성과 국제규범을 모두 충족하는 필요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자유와 법치만으로 남북한 관계를 화해. 협력으로 유도할 수도 없다. 국제적 보편성에는 자유와 법치 외에도 평화, 생명, 기후변화, 환경 등 글로벌한 가치 시각도 포함돼야 한다.

첫째, 자유(자유권) 하나만 살펴보아도 인권적 가치만 두고 설명해 보면, 자유권적 인권 외에도 평등(equality) 중심의 생존권적 인권, 연대(solidarity) 중심의 제3세대 인권(평화 및 환경에 대한 권리 등)으로 빠르게 발전되어 가고 있다. 자유는 헌법 또는 국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는 국가로부터 침해받지 않는 권리이다.

그런데 21세기에는 자유와 인권을 너무 자유권 중심으로 만 볼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정부는 자유를 너무 이념적으로 보고 강조하면서 자유 중심의 인권조차도 국가공권력으로 억압하는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자유권도 국가에 앞서고 국가에 초월하는 자연법적 권리이다. 국민은 포괄적 자유권을 가지고 있다.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 제정은 헌법상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인권은 자유권에 국한하는 국가로부터의 자유라는 소극적 면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생존권적 인권과 제3세대 인권까지 발전되어 가고 있는 것이 국제적 추세이다.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가 보통 극우파들이 주장하는 자유와 법치가 아니길 바란다.

둘째는 법치주의는 국가가 국민의 자유 및 권리를 제한하든가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려 할 때에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하거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에 의한 자의적 지배가 아니라 주권자 대표가 제정한 헌법 및 법률(법)에 의한 지배를 지칭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법치를 강조하면서 정부의 주장과 다른 주장에 대해서 명백한 법적 근거없이 노동조합을 불법폭력집단으로 몰아 수사와 검찰 고발을 남발하여 열악한 근로자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갔다. 지난 5월 1일 양회동 건설노동자의 분신자살도 그 한 예이다.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헌법과 노동법에 보장된 정당한 노조활동을 건설현장 폭력배로 몰아 마구잡이 고발과 수사를 남발하여 분신자살로 몰아갔다.


자유와 법치에 기반한 가치외교가 국제적 보편성과 국제규범에 일치한다는 것은 일응 동의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자유와 법치를 너무 이념적, 이분법적으로 몰아가는 모습이 뚜럿이 보인다.

국제규범은 자유와 법치를 이념적으로 보지 않는다. 1945년 UN 헌장, 1948년 UN 인권선언 및 1966년 국제인권규약 같은 국제규범은 자유와 법치를 이념적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유엔과 국제규범에는 사회주의국가들도 모두 회원국이 되어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자유와 법치주의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자유와 법치를 침해하는 반인권적 국내 법령들을 우선 개폐해야 한다. 남북한은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및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공동선언, 2018년 4.27판문점선언 및 9.19평양공동선언 등 남북정상합의에서 상호 정치적 화해, 교류협력 및 불가침을 이미 약속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들어 2023년 2월 16일에 『2016 국방백서』 이후 6년 만에 다시 『2022 국방백서』에서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우리의 적“으로 명시하였다. 또 모든 남북 간 민간교류를 통일부장관의 승인사항으로 철저히 규제하는 남북교류협력법 및 정부의 허락없는 남북민간인 교류협력을 형사범죄로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은 손도 못 건드리고 있다.

그 개폐는 커녕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을 더 엄격히 적용하여 민간부문의 교류협력 조차 모두 중단시키고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냉전 법령은 현재 남북한 교류협력과 민족화해를 실현하려는 수 많은 민간인사들을 억압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물론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을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강대강 남북문제 해결 접근은 현명치 않다. 또 이러한 국방백서 북한 주적 명시 및 냉전법령이 보편적 국제규범과 한국이 체결한 국제조약에 일치하는가?

한 예로 대한민국이 가입한 1966년 국제인권규약에 불일치하는 국가보안법에 대하여 국제인권이사회는 그 위반을 지적하고 수 차례 대한민국 정부에게 그 개폐를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냉전법령은 국제적 보편성에도 맞지 않고, 국제법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보편성과 국제규범에 맞게 개폐 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다. 이념색이 짙은 가치외교에 기반한 대일 굴욕외교는 일제식민 불법지배를 묵인하고, 식민시기 고통받은 강제동원, 일본군성노예 등 모든 조선인 피해자를 외면하고, 일본 정부에게 면책을 해주었다. 한국 주재 일본 전범기업에게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이행 현금화를 명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행정부가 완전히 무력화 시켰다.

일제식민지 피해자들은 일본에게 면책권을 부여한 1952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및 이에 근거한 1965년 한일협정체제라는 잘못 끼운 역사적 단추로 인하여 민족의 자존감 상실 및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수십년간 받아왔다. 특히 이로 인해 민족의 역사 왜곡를 바로잡고, 또 식민시기에 고통받은 피해를 바로 잡기 위해서 역대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70년 이상 노력해온 것을 모두 무위로 만들었다.

그런데 일본 재판부는 중국 일제강제노동 피해자 및 그 유족들에게는 한국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대우하였다. 해당 일본 전범기업인 니씨마쓰건설(2009.10)과 미쓰비시 머티리얼 기업(2016년 6월)은 중국인 노동자 및 유족들에게 책임인정 및 관련 손해배상조치를 행했다.

즉, 1)가해사실과 책임인정 2)사죄의 증거로서 경제적 배상 보상 3)추도사업 진행을 행했다. 물론 일본재판부는 중국 강제소송에서 배상책임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판결문의 ‘부언’에 전범기업의 책임을 명시하고, 민간차원에서 책임과 화해⸱배상 절차가 이뤄졌다.

여기서 윤석열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이 참여하지 않은 한국기업의 제3자 변제를 통해 일제식민지배 책임 해제라는 굴욕외교에 비교하여 일본 전범기업이 중국 강제노동 피해자 및 그 유족들에게 책임 인정과 손해배상을 한 것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윤석열의 가치외교는 한미동맹을 통하는 것을 강조한다. 물론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소중하다. 그러나 법구조적으로 불평등한 한미관계 속에서 미국 국익과 대중견제 패권주의에만 집중하는 미국에 종속되어 한미동맹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대단히 위헙하다. 한미동맹에 갇힌 극우 이념적 시각의 한국 외교는 한국의 국제적 입지를 매우 좁게 만들고 있다.

분단국인 한국은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적 시각의 외교정책과 다자주의 평화. 경제 외교가 절실히 필요하다. 미래 분단극복 협력을 위해서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지속적 평화⸱경제협력 외교는 매우 필요하다. 미국에 끌러다니기식 한미동맹은 ‘한미일-북중러’라는 양자의 진영논리에 빠져서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 몰아간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가치동맹 외교는 지나친 이념적 시각에 매몰되어 한미일이라는 이념적 가치동맹으로 묶이어 북중러라는 대결적 패권적 진영에 갇히게 되었다. 미국 중심의 가치동맹, 패권주의동맹인 ‘인도-태평양 동맹’을 만들기 위해서 미국은 일제의 조선식민지배 책임을 1952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아 희석화시켰다.

이 결과 윤석열 정부 대일 굴욕외교로 일본에게는 일제식민 불법지배 묵인 및 그 손해배상 면책을 해주어 버렸다. 나아가 분단국인 대한민국은 평화외교에서는 다자평화회의의 길을 트지 못하고 진영논리에 갇히어 남북관계를 또 다시 적대관계로 돌아서게 하였다.

이념 지향적 가치동맹 외교로 인해서 일제식민지배 역사청산를 통한 역사정의 및 분단극복을 통한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한국의 국가적 당면 목표는 윤석열 정부의 이념 지향적 가치동맹에 갇히어 송두리째 허물어졌다. 뿐만아니라 한국이 어럽게 쌓아온 중국,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공급망도 모두 무너졌다.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는, 가치동맹이요, 이념동맹이다.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는 21세기를 새로운 냉전시기로 보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 같다. 틀린 것이다. 21세기는 20세기 같은 미소의 이념적 교조적 싸움이 아니라, 패권적 실리외교의 싸움이 국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 예로 현재 미국-중국 반도체 전쟁으로 11월 선거를 의식하여 미국 바이든의 중국 때리기 때문에 재중 한국 반도체공장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이 2023년 올해 14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이 필요한 것은 가치동맹이 아니라 가치공유이다. 닫힌 이념편향적 가치동맹 외교는 한민족 역사 정의와 평화⸱안보⸱경제라는 실리적 국익을 모두 망치고 있다. 또 이 가치외교로 인한 대북정책도 실현성 없는 북한 비핵화에 경직되게 매달리고 있다. 그 결과 한미동맹에 기반한 힘에 의한 북한 변화에 집착하여 한반도 군사적 긴장만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이념 지향적 가치외교는 민족의 정신적 기반인 자주 독립과 남북한 평화 그리고 민족의 물질적 기반인 한국의 경제적 실리를 모두 흔들어 버렸다.

2023년은 광복 78주년이자 정전체제 70주년 해이다. 이 나라는 정신적으로도 진정한 자주 독립국가로 가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지금 이념편향의 가치외교가 아니라 다자외교를 통해서 일제식민지배 역사 부정의를 바로잡고, 자주적 균형⸱평화 외교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 ‘남북평화기원 강명구 유라시아 평화마라토너와 함께하는 사람들’(평마사) 상임공동대표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사)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원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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