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깨비 한미동맹의 멍에를 벗어던져야 전진이 가능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지구상에 세 악마(이란, 이라크, 북한)가 존재한다면서 이들을 타도하는 게 절박하다고 외쳐댔다. 드디어 2003년, 이라크에 있지도 않은 살상무기가 있다는 구실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협잡해서 침략을 감행했다. 미국은 유엔조사팀의 ‘조사보고서’가 제출되기 전에 미친 듯이 쳐들어갔다. 다음으로 이란과 북한을 손봐야 하는 데, 그만 이라크전에 발목이 잡혀 뜻을 이루지 모했다. 월남전 패배에서 아무 교훈을 터득하지 못한 미국은 이라크 불법 침략으로 국제 왕따의 신세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미국식 민주주의는 트럼프에 의해 급속도로 거덜나기 시작했다. 심각한 국내외적 문제로부터 국면전환을 꾀하려고 멀쩡한 중국을 적으로 돌려 경제전쟁을 벌였다. 지금 백악관에 진을 치고 있는 핵심 참모들은 대부분 트럼프 주변에서 대중 적대정책을 입안했던 인물들이다. 따라서 바이든은 경제뿐 아니라 외교, 안보, 군사적 영역까지 중국에 적대정책을 펼치고 있다. 바이든은 여기서 그치질 않고 러시아까지 적으로 돌리고 있다.

‘나토 주술’에 걸려든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를 미러 대리전의 전초기지로 만들었다. 이제 ‘한미동맹’ 주술에 깊이 빠져든 윤석열 대통령이 미중 대리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자 혼신을 다하고 있다. 미국의 치밀한 각본에 따라 한일,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이어서 기시다 수상이 졸지에 방한했다. 아-태 전략에 따라 한일 관계를 격상시키고 한미일 3각동맹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관상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라는 포장을 씌웠지만, 실은 중러를 겨냥한 공동전선 구축을 꾀하자는 것이다.

윤 정권은 북핵이 온통 나라를 집어삼키는 양 공포분위기 조성에 열을 내고 있다. 그는 북한을 ‘주적’이라며 ‘선제타격’을 주야로 떠들어대고 있다. 지상 최대 최고의 한미군사훈련을 통해 ‘작계 5015’에 따라 북 수뇌부 ‘참수작전’까지도 벌였다. 그뿐 아니라 일본을 끌어들여 미핵함대을 앞세우고 독도 인근 한미일 해상군사훈련까지 해댔다. 최대 규모의 다국적 군사훈련에 북한은 물론 중러도 안보 차원에서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중러는 확장억제에 초점을 맞춘 이번 ‘워싱턴 선언’을 정면 거부하고 나섰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 선언은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 행동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집약된 산물”이라고 성토했다. 또한, 한미의 망상은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바이든의 “북한의 핵공격시, 정권 종말” 발언에 대해 김 부부장은 “반드시 계산하지 않을 수 없고 좌시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한편, 3만 5천 민간인 학살 현장에 마련된 ‘신천박물관’ 앞에서 북녘 청년학생들은 복수결의를 다지는 모임을 가졌다.

중국은 전략자산 상시 배치, 핵함대 기항, 고도의 상시 다국적 훈련 등이 한반도 긴장 격화의 주범이라고 맹비난했다. 러시아도 지역 및 세계 안정에 심각한 부정적 후과를 끼친다면서 거부하고 나섰다. 북중러의 상상 초월의 반발은 절대 그냥 넘길 수 없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봐야 맞다. 타의 안보 우려가 고려 배려되지 않으면 우크라전과 같은 꼴이 나게 마련이다. 중러는 영토보전은 반드시 준수돼야 하지만, 타의 안보 우려는 더 엄격이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반도로 시꺼먼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이유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협의 그룹’이 아니라 가장 절박한 ‘통일협의 그룹’을 만들어야 옳다. 우리 민족 최대의 소원이 통일이라는 걸 누가 부정하겠나. 통일보다 북핵 해결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실은 그 반대다. 통일 없는 평화 번영이란 빛 좋은 개살구다. ‘사상누각’이라는 말이다. 미국은 분단과 휴전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미국은 그놈의 분단으로 재미를 보는 데에 취해 통일 소리만 나오면 눈귀를 틀어막는다. 또, 휴전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건 주한미군 철수가 우려돼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하게 한다.

북핵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며 무조건 북핵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북핵이 없을 때에는 왜 평화협정을 거쳐 분단을 제거하고 관계 정상화에 들어서지 못했나. 솔직히 말해 북핵은 미국이 만든 대북 적대정책의 산물이다. 물론 북핵을 불거지게 한 책임에서 절대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적대정책에 올라가 이를 충실하게 부역했으니 말이다. 윤 정권은 내일 당장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북핵 공포 확대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북핵은 한반도에선 무용지물 고철이다.

서울과 그 주변에 인구 절반이 살고 핵발전소가 동해 쪽에 옹기종기 배지돼 지구상 가장 안보 취약이라는 약점이 있다. 중단거리 포사격으로도 족한데 왜 굳이 핵을 쓰겠는가. 한반도에서 핵사용은 공멸인데, 이런 머저리 짓을 누가 하겠나 말인가. 북측은 남측을 향한 북핵이 아니라 미국의 적대정책을 겨냥한 것이라고 누차 말했다. 여기서 놓쳐서 안 될 건 미국이 북핵 재미를 단단히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 번 북핵폐기 합의의 기회가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미국이 엎어버렸던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말해, 미국이 맘만 먹으면 북핵 타결은 죽 먹기보다 쉽다. 애초에 북미 관계 정상화에 들어섰다면 북핵이 불거졌을 리 없고 골치를 썩일 필요도 없었을 게 아닌가. 지금 미국은 북한이 핵폐기도, 핵보유도 못하게 훼방 놀고 있다. ‘동네북’으로 필요하면 때리는 데 재미가 붙어서다. 쉽게 말해, 핵보유 북한이 계속 도발하고 악역을 해줘야 값비싼 첨단무기도 팔아먹고 안보 이익을 챙기는 데 기막힌 조건이라는 것이다. 핵없는 북한은 미국으로선 별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북핵폐기는 물 건너갔다는 걸 뻔히 알면서 고단위 제재와 군사적 위협을 비롯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은 꿈쩍도 않고 되레 더 고도화되고 있다.

그 오랜 세월, 많은 시련과 고통을 인내하면서 때로는 환희에 젖고 때로는 절망을 답습해왔다. 여기서 얻은 값진 교훈은 더 이상 ‘죽쒀서 개주기’는 말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워싱턴 선언’에 대한 실체를 알아차린 건 장님이 눈을 뜬 것 이상 밝은 희망이다. 미국에 더욱 더 심오하게 예속되는 서류에 윤석열이 덜컥 서명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드디어 우리 국민이 깨어나 각성되기 시작했다는 징표다.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합의는 중러를 극도로 자극해서 제2우크라전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결국은 돌고 돌아 한미일 공조가 아니라 민족공조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최종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이 허깨비 ‘한미동맹 주술’에서 탈출하지 않고는 한 걸음 전진도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는 건 큰 수확이다.

 

 

이흥노 / 재미동포, 워싱턴 시민학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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