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윤석열-바이든 한미정상회담(4.26)에서 안보, 경제 문제 등 현안에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단독회담과 확대회담 후 한미정상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특히 이번 국빈방문의 핵심이슈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여 한미 간 확장 억제와 관련하여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 발표를 통해 제기됐다.

이 선언의 핵심내용은 한미 ‘핵 협의 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의 신설과 전략 핵잠수함(SSBN), 최첨단 전략자산의 한반도 정기적 전개 그리고 미국의 핵무기 사용 관련 정보공유 확대에 대한 합의를 이룬 것은 크게 평가할 만하다. 본 칼럼의 기본목적은 워싱턴 선언을 북한은 어떤 시각에서 보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향후 윤 정부가 한반도 위기관리를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한 필자의 정책을 제언하고자 한다.

이번 ‘워싱턴 선언’으로 미국이 안정되고 신뢰성 있는 핵전쟁 억제력을 한국에 제공하게 되어 실질적으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아도 한반도에서 핵 공포의 균형을 이루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이에 대한 필자의 칼럼 참조, “한반도의 핵균형이 이뤄지고 있는가?” 통일뉴스(4.29기재)] 만약 북한이 선제 핵 공격을 감행해올 때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실질적 보장을 의미한다.

현시점에서 한미와 북한 간에는 핵 억제(nuclear deterrence)가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북한이 한미 양국을 공격하려면 상호 파멸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핵 공포의 균형(nuclear balance of terror)이다. 이러한 균형은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라고도 하는데, 북한이 핵 공격을 가하면 북의 공격 미사일 등이 도달하기 전에 또는 도달한 후 생존해 있는 제2 타격 능력인 핵 보복 능력을 이용해 북한을 전멸시키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번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이 한국을 위해 강력한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를 문서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해서 전쟁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이며 결국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데로 ‘북한 정권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번 ‘워싱턴 선언’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기 개발의 동기유발(incentives)을 감소시켰으며 미국 노력의 결과로 한국의 단독 핵무장론을 무마시키고 한국의 안보를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 한반도에서 핵균형이 이뤄져서 핵균형이 깨어지지 않는 한 북한의 핵 선제공격이 억제되어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개연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공식 입장

이번 워싱턴 선언에 대해 북한지도부는 그들의 체제생존에 새로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상한 데로 북한은 ‘워싱턴 선언’에 반발하면서 4월 28일 조선중앙통신(4월 29일 게재)을 통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발표내용을 통해 알려졌다.

김 부부장은 ‘핵 협의 그룹’(CNG)과 지속적인 미국 전략자산 전개, 더욱 빈번해질 한미연합 훈련 등으로 정세가 불안해졌고, 이에 따라 북한도 ‘결정적인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핵전쟁 억제력 제고와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할 것을 언급하면서 ‘제2의 임무’는 적국의 핵 공격 조짐 시 '핵 선제타격'에 나설 수 있다는 태도를 반복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핵전쟁 억제력 제고”와 관련하여 향후 북한이 할 수 있는 군사적 도발 혹은 무력시위를 요약하여 정리해 보려고 한다. 첫째, 북한이 4월 말까지 준비를 마치겠다고 공언했던 '군사 정찰위성 1호기' 발사와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이다. 군사 정찰위성 1호기 발사는 준비 관계로 지연되고 있는 듯하다. 조만간 ICBM의 경우 정상(30~45도)보다 높은 각도로 발사하는 대신 각도를 낮춰 비행거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발사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미국 전략 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가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했기 때문에 북한은 강대강 맞대응으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및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 (SLCM) 발사와 북한이 최근 공개했던 '핵 무인 수중 공격정', 이른바 핵 어뢰 발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제7차 핵실험의 준비를 구체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지 않는 이유로 중국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하는데, 중국이 한미정상 회담 결과에 대해 맹비난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북한이 과감한 군사적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 공격 시 "정권 종말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북한이 김정은 체제의 보장을 위해 지속해서 핵 무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논평(4.30)에서 한미의 '워싱턴 선언'을 맹비난하며 “한미 핵전쟁 책동… 상응한 군사적 억제력 키울 것”을 강조했다. 통신은 워싱턴 선언의 여러 내용을 언급하며 한미가 북한에 대한 '침략기도'를 명백히 밝히면서 '핵전쟁'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논평은 “미국과 괴뢰들의 적대적 흉심을 재확인할 수 있게 한 윤석열 역도의 미국 행각은 우리가 더욱 강해지고 더욱 철저히 준비되기 위해 조금도, 단 한순간도 주저하거나 멈추어 서지 말아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앞으로도 핵 무력 강화에 지속해 나설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대한 북한의 인식도 가관이다. 윤 대통령에 대해 "반민족적이고 대미굴종적인 행태는 남조선을 미국의 핵전쟁 화약고, 전초기지로 전락시키고 있으며 조선반도는 물론 지역의 안전과 리익까지 해치고 있다"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논평은 "상전과 주구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우리 국가를 절멸시킬 흉계를 꾸민 윤석열 괴뢰 역도의 이번 행각은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도발 행각, 위험천만한 핵전쟁 행각"이라고 혹평했다. 이후 북한은 거의 매일 북한 매체를 동원하여 한미 당국을 맹비난하고 있다.

윤 정부가 해야 할 정책 건의

한미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북한의 예상되는 군사적 도발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이 개발 중인 현무-5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EMP탄 (electromagnetic pulse bomb) 등 한국의 3축 체계와 미국의 확장 억제력 강화와 함께 안정되고 신뢰성 있는 핵전쟁 억제력을 제공하게 되어 실질적으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아도 한반도에서 핵 공포의 균형을 이루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 간 실효적 NCG 운용을 구체화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향후 다양한 형태의 북한 무력시위 혹은 도발에 대한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제공은 한러관계를 고려하여 신중히 처리해야 하며, 대만과 남중국해 사태와 관련하여 한국의 군사적 개입문제도 한중관계를 고려해 실용주의적 외교접근을 추진하길 기대한다. 최근 윤 정부가 프리덤(freedom), 자유민주주의, 인권문제 등 외교정책 추진에 있어 법적-도덕적 접근(legal-moralistic approach)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어 정책실패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따라서 윤 정부는 국가이익을 바탕으로 한 대러/대중 정책은 신현실주의 접근을 고려해 주길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칼럼을 통해 주장한 데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군사안보와 평화전략을 병행 추진할 것을 제언한다. 다시 한 번 남북미 3국 정상에게 호소한다. 이제 북한도 ’워싱턴 선언’에 대한 맹비난을 접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경고한 바와 같이 북한체제의 ‘종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3국이 ‘강대강 맞대응 전략’에서 벗어나 우호적이고 협력적 전략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현시점에서 한미와 북한 간의 ‘강대강 맞대응 전략’의 종착점이 우발적인 무력충돌로 인해 한반도에서 누구도 원하지 않는 핵전쟁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은 홍익 후예의 공멸을 의미하기에 핵전쟁을 예방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며 국가의 핵심이익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시작하는 자는 정신병자가 아닌 이상 핵 단추를 누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핵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대안은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한반도에서 비핵-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남북미 3국은 실용적인 외교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이를 위해 이른 시일 내 3국이 대화여건을 조성하여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제도화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 주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미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 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 참여포럼(KAPAC) 상임고문, 평통 자문회의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가주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 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의 혁신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4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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