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철 남북경제협력협회 대표가 현재 진행중인 『지금 우리가 다음 우리에게-남북 경협 1세대 기업가 7인의 격정 인터뷰』 출간을 위한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현철 남북경제협력협회 대표가 현재 진행중인 『지금 우리가 다음 우리에게-남북 경협 1세대 기업가 7인의 격정 인터뷰』 출간을 위한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금이야 화해와 협력을 입밖으로 꺼내는 게 무색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이지만 6.15남북공동선언으로 물꼬가 트이던 20여년 전 너도 나도 통일을 꿈꾸며 금강산으로, 개성으로, 평양으로 발길이 분주하던 시절이 있었다.

비록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가, 기업가이지만 그때 그들의 가슴속엔 민족의 숙원인 통일에 기여한다는 벅찬 설레임이 있었다. 

마음 한켠의 두려움을 눌러가며 만난 북측 인사들과 '유무상통'의 정신으로, 이제까지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남북경협의 길을 개척하면서 한때는 제법 많은 수익도 올렸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2010년 이명박 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로 금강산관광을 비롯해 모든 대북경협사업이 중단되는 일이 있었지만 개성공단이 2013년 일시중단됐다 다시 열리는 걸 보면서 훗날에 대한 기대를 버리진 않았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를 거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2018년 극적인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이 잇따라 개최될 때는 묵혀 두었던 옛날 서류를 다시 꺼내들고 중단된 사업을 재개할 꿈에 부풀기도 했다.

그러나 천우신조라 여겼던 그때도 남북의 통로는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2016년 10월부터 총 260일의 농성을 하며 남북경협 재개의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남북경협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유동호 남북경협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018년 3월 53세를 일기로 별세했고, 금강산에서 푸드트럭 '황금마차'를 운영하던 이창희 대표가 실의에 빠져 한해 전 세상을 떠난 아내와 어려운 집안살림을 일으키기 위해 일하다 과로사한 아들의 뒤를 따라 2021년 12월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치는 등 불행한 일들이 이어졌다.

20년을 훌쩍 넘는 세월이 한바탕 봄날의 꿈같기만한 시절이었다. 한창 열정을 불태우던 청·장년 기업인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머리엔 백발이 늘어갔다. 

이영성 (주)서평에너지 대표, 김용관 (유)산과들농수산 대표, 정태원 (주)지피 대표, 김영미 바로텍 대표(전 대동무역 전무), 정경진 승국물산 대표, 이종근 (주)드림이스트 대표, 윤범석 (주)흥진교역 이사 등 7명의 남북경협 기업가들이 살아온 20여년의 세월이 그랬다.   

이들 남북경협 1세대 기업가 7인의 인터뷰를 담은 『지금 우리가 다음 우리에게-남북 경협 1세대 기업가 7인의 격정 인터뷰』가 출간을 앞두고 있다.

사단법인 남북경제협력협회 문화컨텐츠 그룹 '지우다우'(지금 우리가 다음 우리를)가 지난달 31일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첫번째 이야기라며, 책 출간을 목표로 텀블벅에 1,500만원 펀딩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클라우드 펀딩 후원자들에게 전달될 '지금 우리가 다음 우리에게' 책자와 지우다우 에코백.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클라우드 펀딩 후원자들에게 전달될 '지금 우리가 다음 우리에게' 책자와 지우다우 에코백.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동 남북경제협력협회에서 이현철 협회 대표를 만나 책출간 펀딩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반적으로 책을 발간하고 출판기념회같은 격식을 차리는데, 저희 고민은 책 1,000권 정도 만들어서 아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는 거 였다. 이런 이야기들이 대중들과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을 찾게 됐다."

지금의 책이 나오기까지 2년 전부터 준비를 해온 이 대표는 2021년에 이미 6개월간 인터뷰를 통해 연구보고서를 냈는데, 아쉬움이 남아서 책으로 만들려고 작년 한해 동안 사실관계 재확인, 내용 검수와 자문, 수정·보완을 위한 추가 인터뷰, 주석달기에 매달려왔다.

이 대표와 협회 김용구실장, 정숙경 실장, 염규현 연구위원이 인터뷰에 매진했고 김기헌 박사와 백인주 박사, 유영구 상임고문이 기꺼이 자문과 감수를 맡아주었다.

기업가 1명을 인터뷰하는데 2~3번 만나는 건 기본이고 전화로 6~7회 이상 접촉했는데 보통 5시간씩 만나 1명의 인터뷰를 끝내면 최종 결과물만 300쪽에 달했다. 기업가들도 이들의 열정을 알기에 북측과의 계약서를 비롯해 회계서류까지 믿고 제공해 주었다. 

남북경협의 역사를 남기는 작업이기도 하고 앞으로 재개될 경협을 준비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해 지금까지와 같은 자세로 앞으로도 6~7명씩 2~3차례 아카이브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애착을 갖고 만든 과정만큼 책 발간을 계기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는데, 마침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김서경 조각가가 취지에 공감해 기꺼이 '지우'(지금 우리)와 '다우'(다음 우리) 등 캐릭터를 만들어 주어서 그 캐릭터와 스토리를 담은 '타이벡 에코백'도 함께 소개하게 됐다.

펀딩 목표금액은 1,500만원이고 앞으로 남북경협 기업가들의 2, 3차 인터뷰도 구상하고 있다. 이달 30일까지 펀딩을 마감하고 후원자들에겐 5월 30일부터 책과 지우다우 에코백을 배송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바로가기 https://tumblbug.com/7777777777

7명 남북경협 기업가들의 인터뷰에는 남북경협이라는 전인미답을 길을 남다른 열정으로 개척해온 기업가들의 유다른 뜨거움이 있다. 물론 고충도 있었지만 그 길을 가본 사람들에게만 특전처럼 주어진 성과와 희열도 있다. 그것이야말로 앞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내면의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남북경협 영욕사'이기도 하고 거창하게 말하면 '분단 극복을 위한 분투사'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새롭고 낯선 상황에 도전하고 또 좌절하면서도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하는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다.

지금 이들의 경험을 다음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어 '지우다우'라는 이름으로 책을 펴내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책 제목에 쓰인 '지우다우'라는 표현이 특이하면서도 낯설지 않아 물었더니, 이 대표가 2003년부터 활동했던 사단법인 명칭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사단법인 지우다우는 활동 당시 한해에 1~2만명의 대학생들이 '금강산 모꼬지'(MT)에 갈 수 있도록 도와 3~4년간 약 7~8만명의 젊은이들을 금강산에 보낸 '길라잡이'역할을 했는데, 그 시절이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차용해 왔다고 했다.

그 당시 '지우다우'가 '지금 우리가 다음 우리를' 생각하는 연결의 느낌이었다면, 지금 '지우다우'는 '지금 우리가 다음 우리에게' 단절된 역사를 이어주고 싶은 전승의 의미가 크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번이라도 금강산으로 모꼬지를 갔던 사람들이 청춘의 빛나는 시절에 가본 금강산의 기억을 되살리고 이 책에 공감하고 지금 아들, 딸들에게 권해주기를 바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 대표는 "지금 20대중에는 개성공단이 있었는지 조차 모르는 친구들이 많고 금강산이 함경도 어디쯤 있는 산으로 알고 있는 친구도 직접 만나봤다. 분단된 나라에서 늘 전쟁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위험을 두려움속에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젊은이들의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라고 하면서 "남북경협이라는 현장이 분명히 존재했고, 남과 북이 함께 하면 활화산처럼 타오를 수 있는 뭔가 있다는 간절함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는 경각심, 그러나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앞으로 남북경협을 통해 평화롭고 번영하는 한반도를 만들수 있다는 확신, 이런 생각과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넘겨주고 싶었다"고 했다.

원고를 마무리하고 후반 편집작업을 하고 있는 지금 소감을 물었다.

"작업을 한 우리로서는 소중한 옥동자 같은 것이지만 공감이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20년동안 남북관계와 경제환경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에 모든 것들을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뭔가 섞이지 않을 것 같던 관계들이 융합되어 가면서 충분히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을 보아주었으면 한다.

남북관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고, 뭘 믿고 저 사람들하고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북을 너무 모르는데서 오는 오해라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이런 오해를 없애고 서로 더 잘 교감하는데 이 책이 이바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이현철 대표)

"7명 기업가들이 처음에는 두려움을 갖고 시작했지만 경협사업을 하면서 '뭔가 잘 되겠구나', '우리와 다르지 않고 오히려 굉장히 윤리적이었다'고 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남북이 가장 평화로웠을때 경협도 잘 되었지 않나. 지금  평화가 가장 절실할 때 경협이 활발하게 되는 것이 우선이지만 먼저 평화로와야 경협도 활발해지겠다는 생각이다. 어찌보면 이분들은 경협을 통해서 평화 감수성을 키워왔다고 할 수 있다. 저 또한 그랬다." (정숙경 실장)

김운성·김서경 조각가가 만든 지우, 다우 캐릭터와 스토리.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 기업가들에게는 꿈이 있었다. 남과 북 어디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구름이다.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구름이 모이고 모여 비가 되어 땅에 뿌려지면 씨앗이 싹터서 평화의 나무가 커나갈 것이다. 지우와 다우, 지미와 다미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다. [사진출처-텀블벅 프로젝트 홈페이지]
김운성·김서경 조각가가 만든 지우, 다우 캐릭터와 스토리.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 기업가들에게는 꿈이 있었다. 남과 북 어디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구름이다.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구름이 모이고 모여 비가 되어 땅에 뿌려지면 씨앗이 싹터서 평화의 나무가 커나갈 것이다. 지우와 다우, 지미와 다미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다. [사진출처-텀블벅 프로젝트 홈페이지]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