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북)정치학 박사 / 사, 부산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 저자

 

1. 들어가며: 북의 ‘핵무력 법령’ 채택이 갖는 의미

북은 2022년 9월 8일 ‘핵무력 법령’을 채택했다. 사실상 핵보유 정책의 완결이다. 과정으로는 2012년 헌법 개정 서문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하고,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성공을 거론하며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한 후 5년 만의 일이다.

이에 우리의 고민 지점은 다음과 같다. 왜 그토록 북이 핵을 갖고자 했는가이다. 정말 우리가 단순히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의 적대정책 산물의 결과로만 이해하면 될까? 정말 그것이 북이 핵을 그토록 갖고자 했던 본질적 이유였을까?

필자는 다음 3가지 근거를 갖고 반박하고자 한다.

첫째는, 북의 핵 보유 필연성은 이미 조선로동당 규약에 근거해있다. 즉, 아래와 같이 3가지 전략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필연적 과정과 맞닿아 있다.

“조선로동당은 공화국무력을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하고 자립적 국방공업을 발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끊임없이 다져나간다.(=핵 무력 정책의 필요성) (~중략)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적환경을 수호하며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조국 통일 위업 완성) 조선로동당은 자주, 평화, 친선을 대외정책의 기본리념으로 하여 반제자주력량과의 련대성을 강화하고 다른 나라들과의 선린우호관계를 발전시키며 제국주의의 침략과 전쟁책동을 반대하고 세계의 자주화와 평화를 위하여, 세계사회주의운동의 발전을 위해 투쟁한다.(=세계 비핵화와 연동)”

둘째는, 1타 4피의 국가적 이익 측면이다. 재래식 무기로는 미국을 제압·굴복시키지 못할 뿐더러 막대한 군사비 지출 등이 요구되어 자국의 경제발전에 엄청난 제약을 받는다. 이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측면에서의 필요성이다.

하나, 북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되듯 핵 보유를 통해 미국과 담판을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과거 핵을 가지지 못했을 때는 미국과 정상회담 등 자체가 불가능했다.)

과거 핵 담론들과의 개념 변화를 추적해 봐도 이는 금방 알 수 있다. 과거 북은 제네바 합의나 6자회담, 북미회담 등에서 주로 내세웠던 자신들의 핵 보유 정당성은 외부의 공격(위협)과 침공(사용) 방지에 두어 매우 수세적이고 방어적 성격 대응이었다면, 핵을 보유한 김정은 체제하에서는 “끝장 대결”, “미국과의 동등한 핵 억제력”, “적대정책 철회”, “세계 비핵화” 등으로 그 담론들이 표현된다. 이름하여 세계정세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적 성격을 분명 갖는다.

둘, 북의 핵 보유는 한미동맹체제를 무력화 내지 균열을 낼 수 있고, 남북관계에 있어 주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위력한 정치·군사적 수단이다. 즉, 핵 그림자 효과(=전쟁억지력 확보)를 톡톡히 누리면서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의 철수, 조국 통일을 이뤄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측면이다.

셋, 핵 보유를 통한 전쟁억지력으로 경제발전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미국과는 공포의 핵 균형을 맞춰놓고, 남쪽과는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하여 그 억제력과 주도권으로 국방예산을 조정하여 재정의 효율적인 집행과 핵 기술의 인민경제 및 경제 산업화 전환으로 인한 인민 생활의 향상이 가능하다. 해서 북은 이미 2013년 3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새로운 병진노선의 참다운 우월성은 국방비를 추가적으로 늘이지 않고도 전쟁 억제력과 방위력의 효과를 결정적으로 높임으로써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힘을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

결과, 핵 기술의 하나인 CNC(컴퓨터수치제어 장치) 기술을 활용해 2022년 9월 황해남도에 5,500여 대의 뜨락또르(트랙터)가 보내졌다. 이 외에도 위성기술을 통해서는 농업의 과학화를 내올 수 있다

넷, 북의 핵 보유는 자신들의 수령체계 유일 정당성을 확보하는 유력한 수단이다. 어떻게? 핵 보유를 통해 수령체계의 위대성을 입증하고 그 바탕 위에서 수령체계의 정당성을 사상·이론적으로 정립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위대한 수령”을 증거할 수 있는 제1 징표가 사상의 위대성이라 했을 때 이를 증명할 결정적 증거가 북의 핵 보유에 있다는 말이고, 실제 이미 그렇게 진행해 나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책도 출판되고 있다. 『절세위인과 핵강국』(평양출판사, 2016)이 그것이고, 내용의 핵심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을 “동방의 핵강국으로 만들었”고, 특히 4장의 소제목은 “조선의 핵 정치학”인데, 그렇게 핵 사상이 이론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동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도 이를 증명된다. 2022년 9월 8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이하 시정연설)의 한 내용이다.

“핵은 우리의 국위이고 국체이며 공화국의 절대적 힘이고 조선인민의 크나큰 자랑입니다.(중략~) 공화국 핵무력은 곧 조국과 인민의 운명이고 영원한 존엄이라는 것이 우리의 확고부동한 입장입니다.” 계속해서 시정연설 내용에 집중해보자. ‘핵무력 법령’ 채택에 대해 그는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주의건설의 줄기찬 발전과 전진을 확신성 있게 인도하는 전투적 기치이며 원대한 이상과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우리 국가와 인민이 틀어쥐고나가야 할 백과전서적인 혁명문헌, 불멸의 대강(강조, 필자)으로 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북의 핵은 이제 단순 군사적 의미뿐만이 아니라 정치적 함의까지도 동반함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우리의 국위’, ‘영원한 존엄’, ‘원대한 이상과 목표’, ‘백과전서적인 혁명문헌, 불멸의 대강’ 등의 표현은 다 수령과 관련된 연관어(=파생어)이다. 해서 이러한 표현의 함의는 핵을 중핵으로 하는 김정은식 ‘수령정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원대한 이상과 목표’는 결국 자신들이 꿈꿔왔던 이상, 수령중심의 유일체계가 보장되는 그런 사회주의 문명국가(=공산주의 사회)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사회가 수령의 결심과 결단-자주정신의 결정체로 갖는 그 의미로 추진된 핵 보유가 그런 사회에 도달하게 할 수 있게 한다는 ‘원대한 이상과 목표’가 된다.

셋째는, 자신들의 주체 정세관에 의해 핵 보유를 통한 미국과 정면돌파전을 전개하더라도 능히 이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측면이다.

핵심에 미제국주의 일극체제는 반드시 붕괴된다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 미국 자국적으로는 이미 매우 심각한 사회분열상으로 멸망의 망조가 들었으며 군사적 패권도 사실상 ‘야반도주’였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패배, 그리고 사실상 자신들의 대리전쟁이지만 패배가 예견된 우크라이나전쟁, 그리고 대만전쟁으로 상징되는 ‘최후의 결전’ 중국과의 대결에서도 미국이 패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정세 판단을 북은 이미 했다. 해서 향후 세계질서는 다극체제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매우 확고한 정세 인식이 있다.

브릭스(BRICs) 출범과 상하이 협력기구 태동을 충분한 예상에 둔 정세 인식이고, 이것이 북에게 갖는 의미는 두 가지이다. 먼저는, 이 두 기구 모두 북에 대해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가 중심되어 있다는 측면이다. 또 다른 하나는, 미제국주의 패권몰락으로 형성될 향후 세계질서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패권이 없어지는 새로운 세계질서가 수립된다는 것이기에 이 또한 북에게 유리한 국제환경이다.

북은 바로 이러한 변환지점을 정확히 보고 미국과의 정면돌파전을 선택했고, 자신들의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했다. 이는 대한민국과 비교하더라도 불가능한 국가전략이 아니다. 자주권을 아예 갖다 바치다시피 한 대가로 미국의 무·유상 원조를 받아 30여 년 만에 ‘압축성장’을 이뤄낸 대한민국, 그 결과로 선진클럽(OECD)에 가입했다면, 북은 끝까지 자주를 지키면서도 확보한 세계 5위 내외의 국방과학기술을 민간산업 기술로의 전환, 자원적 측면에서도 세계 5위 정도의 매장량으로 확인되는 석유와 2위의 희토류 등 다양한 세계 10대 광물자원의 활용, 여기에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잘 설계되어있는 계획경제의 활용과 숙련된 노동력은 대한민국이 30여 년 걸린 경제성장을 5~10년 이내 단박에 북 경제를 도약시켜 내고도 충분히 남음이 있다.

그리하여 이제껏 자신들이 풀지 못했던 세기적 염원 ‘인민생활 향상’은 충분히 가능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부국(=사회주의 문명국가)으로 올라설 수 있다.

결론이다. 북은 바로 이러한 3가지 측면에서 자신들의 핵 보유가 국가발전과 전략적 목적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에 미국과 국제사회의 온갖 비난과 비아냥을 들어가면서도 핵 보유에 집착했고, 결과적으로 ‘자주’를 지켜내면서도 국체의 품격도 높여졌다. 그러니 어찌 미국의 적대정책 산물로만 북의 핵 보유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없다면 북의 핵은 북 입장에서 볼 때 전쟁억지력이라는 측면에서는 군사적 무기이고, 미국과 담판하기 위한 전략으로서는 정치적 수단이며, 인민의 생활 향상과 관련해서는 경제 강국 건설의 추동력이자 결정적으로는 수령의 위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정치 사상적 무기로까지 규정되는 핵 정치학이 성립된다.

결과, 북의 핵은 다음과 같은 3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는, 핵 보유를 통해 한반도(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완성해낼 수 있다. 두 번째는, 세계비핵화와 연동되어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을 제거해낼 수 있다. 세 번째는, ‘핵은 우리의 국위이고 국체이며 공화국의 절대적 힘이고 조선인민의 크나큰 자랑’에서 확인받듯 자신들의 핵 보유는 이제 ‘조선식 정치’의 보검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 시정연설은 더 명확하다.

“지구상에 핵무기가 존재하고 제국주의가 남아있으며 미국과 그 추종무리들의 반공화국 책동이 끝장나지 않는 한 우리의 핵무력 강화 노정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풀이하면 세계비핵화와 비례하지 않는 북핵비핵화 담론은 이제 종말을 고했고, 이의 한반도적 적용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 비핵화 담론‘의 불성립, 이의 세계사적 의미는 앞으로 북이 미국을 상대할 때 세계비핵화(=군축)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한미동맹 해체)이 수반되지 않는 어떠한 형태의 핵 협상도 없다는 선전포고와도 같다.

2. 전략국가로서의 북, 기존 전략국가와는 완전 다른 길을 가려 하다

국제관계학에서 말하고 있는 일반적 의미에서 전략국가에 대한 함의는 세계 체제적인 관점에서 국제질서를 실질적으로 변경시킬 힘을 가졌느냐, 안 가졌는가? 하는 그런 문제이다. 했을 때 아래와 같이 3가지 요인이 공통적으로 일치해야만 전략국가가 될 수 있다. 현실에 있어서는 유엔 상임이사국이 이에 해당한다.

3가지

요인

내용

첫째,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UN 상임이사국이 이를 증거 한다.)

둘째, 핵무기 보유로 인해 게임 체인지 국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게임 체인지를 통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북도 위 3가지 조건에 정확히 부합하는 전략국가이다.

첫째는, 북은 핵과 ICBM을 보유하였다. 둘째는, 한미동맹 해체와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및 동북아에서의 미국 지배력 약화를 추동해 가고 있다. 셋째는, 동북아에서의 미국 지배력 약화는 곧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세계질서를 자주와 친선, 호혜의 선린관계로 구축할 수 있는 정치·군사적 토대가 된다.

그래서 북도 전략국가이다. 그런데 북은 좀 다른 의미, 북의 핵무기 보유가 기존 유엔 상임이사국과는 좀 다르다는 사실이다. 게임 체인지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위 상임이사국들과 같이, 특히 미국과 같이 기존의 패권질서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패권질서를 창출하려는 침략적 게임 체인지 국가가 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세기적 염원이라 할 수 있는 제국주의 소멸과 ‘핵 없는 세계’를 추동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북은 기존 핵 보유 목적을 완전 180° 다르게 해석한다. (물론 이 해석은 자신들의 당 규약에 근거하고 있기도 하다.)

“조선로동당은 자주, 평화, 친선을 대외정책의 기본리념으로 하여 반제자주력량과의 련대성을 강화하고 다른 나라들과의 선린우호관계를 발전시키며 제국주의의 침략과 전쟁책동을 반대하고 세계의 자주화와 평화를 위하여, 세계사회주의운동의 발전을 위해 투쟁한다.(=세계 비핵화와 연동)”

해서, 북은 이제까지 전략국가와는 전혀 다른 전략국가의 개념을 들고 나왔다.

두 개의 주적 개념에 확신을 더해 준다.

복수로 사용하고 있다는 말인데, 하나는, 제8차 당대회에서의 표현방식이다.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그 초점이 있고, 이름하여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을 제거해 미국을 보통국가화 시키겠다는 개념이다. 또 다른 하나는, 2021년 10월 11일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 연설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닙니다.”이다.

‘미국의 제압’과 ‘전쟁 자체 반대’는 ‘제국주의 소멸’과 ‘핵없는 인류’와 정확히 비례한다.

그렇게 필요에 따라 두 주적 개념을 번갈아 사용하여 전략국가 개념을 완전 새롭게 정의해나간다. (자신들이 설정한 대로 실현되고, 안되고 와는 관계없이) 정말 대단한 북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북의 전략국가 위상을 거부한다? 참으로 정직하지 않다. 그리고 이 인식에는 아마도 북이 가난하고 못살고, 독재국가는 절대 그런 전략국가가 될 수 없다는, 또 지독한 북 악마화에 대한 확증편향이고, 숭미사대의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전략국가 개념은 도덕도 아니고, 국가의 경제력이나 영토 규모에 의해 결정되는 그런 개념도 아니다. ‘잘 사는’ 일본이 왜 전략국가가 될 수 없는지만 봐도 이는 금방 알 수 있다.

보론: 북의 숙제, 김일성 주석의 ‘비핵화’ 유훈

북이 전략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북도 해결해야만 되는 해묵은 숙제가 있다. 다름 아닌 선대수령인 김일성 주석의 비핵화 유훈이다. 이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류사적 이해가 필요하다. 인류사적 관점에서 비핵화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하등 없다. 오히려 문제는 UN 상임이사국들과 미국이 허용해준 국가들, 즉 이스라엘이나 파키스탄, 인도 등의 국가는 핵을 가져도 괜찮고, 북만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둘째, 북의 핵 정책 방향은 명백하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 제거 및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 한반도에서의 비핵화 실현, 세계 비핵화 추동이다. 이 논리에 의해 자신들의 핵 보유 최종 종착지는 세계의 핵이 없어지면 자신들도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당장의 핵 보유는 유훈 정신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결과, 김일성 주석의 비핵화 유훈은 잠시 유보되어 있는 것이다. 아니, 자신들의 핵 보유를 통해 비핵화 유훈을 더 적극적으로 관철해나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그렇게 김일성 주석의 유훈은 실현되어 갈 것이다.

3. 북의 핵은 미국을 타승할 수 있는 우리 민족 공동 자산이다

우리 민족이 미제국주의를 타승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2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우리- 남측 스스로의 힘으로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길이다. 즉, 진보적 세력이 민중 권력을 장악하는 것인데, 이 길은 지금의 주체적 역량 정도를 봤을 때 ‘사실상’ 엄청난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여기서 말하고 있는 ‘사실상’은 현재 분열되어 있는 모든 정파의 진보 세력을 다 끌어 모아도 5~10%의 지지율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다른 하나는, 북미대결에서 미국이 패배했을 때이다. 지금의 북미정세를 보면 곧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관련하여 2가지 경로로 미국은 패배하게 되어 있다. 첫째는, 전략핵을 가진 북과 미국과의 대결에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패배하는 길이다. 둘째는, 통일전선적 관점에서 전국적 범위에서의 대단합과 단결을 통해 미제가 축출되는 방식이다. 이름하여 남과 북, 그리고 해외와의 연대·연합 전술이다

북핵은 바로 이 2가지 관점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이행한다. 첫째는, 조국통일을 가로막는 실질적 주범이 미국이라 했을 때 미국은 남과 북의 공동 적이다. 그 공동 적을 무찌르는데 북의 핵 보유는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다름 아닌,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력이자 미국을 이 반도에서 쫓아낼 수 있는 위력한 군사적 수단이다. 그러니 어찌 민족 공동자산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북의 핵 보유가 전쟁억지력이 된다는 것은?

제국주의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패권국이 되면서 크고 작은 전쟁을 약 250여 차례 일으킨다. 여기에는 2가지 기준이 있다. 하나는, 이길 수 있는 국가와 전쟁을 한다는 것이다.(핵을 가지지 않는 국가와), 또 다른 하나는, 자국의 국가이익이 관철되는 전쟁을 한다는 것이다. 예하면 세계적 판도에서 전략적 거점(중동의 나토 건설)이 필요하거나 경제적 이익-이는 이라크 침략 등에서 확인된다-이 있을 때이다.

그럼 핵을 보유한 북과는? 분명 한반도는 전략적 거점(아시아판 나토) 구축의 필요성에 의해 국가이익에 부합하지만, 북이 핵을 갖고 있으니 전쟁을 할 수 있다, 없다? 했을 때 후자이다.

왜? 핵을 가진 북과의 전쟁은 이길 수 없으므로. 더 중요한 것은 미 본토가 안전하지 않기 때문.

그럼,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든다. 한미합동군사훈련으로 인해 조성되는 전쟁국면은?

‘전쟁없는 전쟁국면’이다. 이 뜻은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미동맹체제 지속의 명분과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통해 무기 박람회화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천문학적인 무기수출을 보장받는 것이다. 그리하여 군산복합체 경제를 살려낸다. 그럼 북은? 전략핵무기 고도화를 통해 미국을 제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는 것이다. 다양한 전략·전술 무기의 시험이 이에 해당한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강조), 어떻게 보면 서로가 적대적 공존, 즉 윈-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남의 상황은 좀 다르다. 어차피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데 굳이 우리가 그렇게 한미합동군사훈련 반대와 전쟁 반대, 평화구호를 목청 터지게 외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여기에는 2가지 인식적 오류가 있다.

첫째는, 모든 전쟁은 우연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사실다.(제1, 2차 세계대전만 보더라도 예, 1914년 6월 28일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왕위 후계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세르비아 국민주의자 가브릴로 프린치프에게 암살당한 사건 때문에 전쟁 시작),

둘째는, 계속 그렇게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방기한다면 대한민국은 영원히 미국과의 예속적 동맹, 한미동맹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의 지속이다.

그러니 한미합동군사훈련 반대, 전쟁 반대, 평화구호는 매우 중요한 구호이다. 다만, 그 구호와 투쟁방식을 좀 더 주체적인, 혹은 민족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는 있다.

마치 이는, 북이 핵 전략국가가 되면서 미국을 상대하는 방식이 엄청나게 변화했듯이 우리-남측도 그러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북은 제네바 합의나 6자회담, 북미회담 등에서 주로 내세웠던 자신들의 핵 보유 정당성이 외부의 공격(위협)과 침공(사용) 방지에 두는 수세적이고 방어적 성격의 대응이었다면, 김정은 체제하에서는 “끝장 대결”, “미국과의 동등한 핵 억제력”, “적대정책 철회”, “세계 비핵화”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세계적 질서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적 성격이다.

해서 우리-남측도 ‘한반도 통일 방해하는 미국은 물러가라’, ‘한미동맹은 전쟁동맹이다. 그런 동맹 필요없다!’ 등과 같이 주어와 술어가 명확하고, 그러한 관점에서 투쟁 담론 개발과 실천들이 지속되어야 하겠다.

둘째는, 북의 핵 보유가 자주에 기반하는 조국통일 본령에 맞다는 사실이다. 즉, 조국통일이 민족적 대단합과 단결을 통해 전국적 범위에서의 민족 자주권 확보가 그 목적이라 했을 때 이는 철저하게 통일전선적 관점에서 전개되어야 하는 자주운동이다.

구현은 상층통일전선과 하층통일전선의 통합적 이행방식인데, 그런데 아시다시피 북은 판문점 연락사무소 폭파를 통해 ‘사실상’ 상층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했다.

설명하면 문재인 정권으로 인한 반면교사이다. 인도적 문제인 ‘타미플루’ 하나 못 보내고, 합의서를 2개나 해놓고도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도 미국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남쪽이었다. 이의 포괄적 의미가 ‘그들은 우리의 승인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미국(트럼프)식 인식에 있다. 그런 남측 정권의 실체를 똑똑히 북은 봤고, 그러니 향후 그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미국을 넘어서지 못하는 정권과는 더 이상의 상층연대가 필요 없어졌다. 바로 그 결연한 의지가 그렇게-판문점 연락사무소 폭파로 나타났다고 봐야한다. (단, 여기서 더 이상의 상층연대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벽을 넘지 못하는 정권과는 민족대단결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당분간 남측 정권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하층연대 강화이다.

이름하여 자주적 통일역량을 키우는 것이고, 그렇기 위해서는 모든 진보적 역량이 정파들의 차이를 넘어 통 큰 하나의 연대·연합전술을 펼칠 수 있는 그런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과연. 그럴 자세와 태도가 되어 있는가? 다음과 같은 인식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앞으로 모든 자주통일운동진영이 전쟁 반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관련하여 한반도 비핵화 담론을 꺼내지 않아야 한다. 이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기가 미국의 야욕 때문이지 북의 핵 보유에 있는 것도 아니며, 더군다나 북의 핵 보유가 남과 북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에 의한 전쟁과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미국을 물리칠 수 있는 절대병기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에서 북의 핵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오히려 민족적 관점에서나 남측의 자주통일운동의 전략·전술적 관점에서나 엄청난 오류이다.

어떻게?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미국의 대한반도 지배전략과 제국주의적 속성에 의해 조성되는 문제이며, 백번 양보하여 북의 핵 보유 때문이라면 그럼 북이 핵을 가지지 않았을 때인 1960~80년대에는 해결되었어야 했다.

해서 우리의 인식은 북핵에 가 있을 것이 아니라 미국에게 가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남측의 문제로 인해, 여기서 말하고 있는 남측의 문제라 함은 북의 핵 보유로 인해 핵이 있는 한반도에 어떻게 평화(혹은, 평화체제 수립이 가능하겠는가)가 올 수 있겠느냐는 국민 정서, 또, 북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데 어떻게 남쪽에서 한미동맹해체, 주한미군철수 등을 외칠 수 있겠느냐는 문제, 이외에도 북의 핵 보유가 오히려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남쪽의 확증편향 등등 이런 문제는 북이 핵을 보유하지 않아야 한다는 증거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문제이다. 즉, 우리-남측의 통일애국역량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우리가 대중들을 설득하기 어렵다하여 그 책임을 북에게, 북의 핵 보유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연방제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힘껏, 대중설득 논리를 만들어내어야 한다. 

 

김광수 필자 약력

저서로는 가장 최근작인 『김광수의 통일담론: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2021)를 비롯하여 『수령국가』(2015),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 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 그리고 부경대에서 ‘평화교육’과목을 맡아 2022년 8월 31일까지 출강했다.

주요 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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