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정 / 6.15산악회 회원,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대원

 

일 자: 2023년 2월 26일
구 간: 검단산-용마산-은고개-벌봉-남한산성 북문
산행거리: 17KM
산행시간: 9시간 (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산행인원: 11명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번 준비산행의 첫 봉우리, 검단산 정상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한반도의 호랑이 등줄기 백두대간에 이어 올해 2023년에는 그 등줄기에서 뻗어 나온 아름다운 줄무늬들 중 하나를 그려내기로 했다. 백두대간 백산분기점(1,120m)에서 분기하여 경기도 파주군 교하면 장명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인 한북정맥이다. 

《산경표》에서 규정한 1대간 1정간 13정맥 중의 하나로, 한강 줄기의 북쪽에 있는 분수령이라 하여 한북정맥이라 부르며 한강 수계와 임진강 수계를 가름한다. 한북정맥 또한 백두대간처럼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어서, 남한 쪽 답사는 강원도 화천군과 철원군 경계에 있는 수피령(740m)에서부터 가능하다.

약간의 스모그가 낀 상태의 저 멀리 봉우리들을 등지고 고개를 처박은 그의 시선은 온통 핸드폰에 고정되어 있다. 사람들이 오기 전 오늘 걸어야 할 코스를 파악해두는 것이 급선무다. 

검단산과 용마산, 은고개를 거쳐 벌봉을 다시 올라 남한산성 북문까지 17Km 이상 행군을 하려면 평균 시속 2.3, 2.4Km 정도의 속도를 내야만 한다. 3월부터의 시작산행을 위해 실전처럼 준비산행을 할 예정이다. 

‘오늘 참석자들이 잘 따라줘야 할 텐데 두서너 명이 좀 걱정이 되는군, 그래도 초반부터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다그쳐야지.’ 둘째가라면 서러운 산행 전문가 전용정 산행대장이 고개를 들어 하남검단산역 3번 출구를 빠져나온 참석자들을 체크하기 시작한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출발 전 산행 설명.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어디야? 앞차 놓쳐서 뒷차 탄 거구만. 알았어. 그럼 알아서 오셔.”

짧은 통화를 마친 전용정 대장이 모두를 향해 단호하게 말한다. “첫 준비산행부터 안 되겠습니다. 본때를 보여 기강을 세워야지. 출발합시다.” 두런두런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이 간질간질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을 삼키면서 대장을 따라나선다. 약속시간 9시에서 겨우 5분이 지났다. 

100미터를 채 못 걷고, 기다려야 했던 신호등이 바뀌기도 전에 활짝 웃으며 사람 좋은 얼굴로 나타난 이민우 대원이 원래의 뭉텅이에 속해있던 사람처럼 녹아들어 있다. 뭐야. 둘이 짜고 친 거야? 우리 기강 잡으려고 한 거구만. 그것도 모르고 앞으로 절대 늦으면 안 되는구나 생각하며 잔뜩 쫄았네. 어쨌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결연하고도 즐거운 출발이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출발 전 다함께.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뒷사람의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트랭글의 평균시속 2.3Km입니다 소리가 실화 같지 않다. 그나마 일주일 전에 다녀온 615산악회 고대산 산행을 해서 버틸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열심히 따라 오르는 나는 어김없이 나만의 출산호흡법, 일명 라마즈호흡법으로 뒤처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30분이 지나도, 계속 오르막이 이어져도 쉬질 않으니 서둘러 나오느라 아침을 먹지 못해 어지러움증을 느끼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난 후 잠깐 숨 돌리는 시간을 주자 백두대간팀의 짧은 휴식시간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던 나는 재빨리 싸 온 바나나 두 개 중 하나를 꺼내어 그 누구에게도 권하지 않고 베어 먹기 시작했다. “서효정 바나나 먹네.” “죄송해요. 죽을 것 같아서 먹어야겠어요.”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기약없는 오르막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백제 때 검단선사(黔丹禪師)가 이곳에 은거하였다 하여 검단산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검단산은 하남시 동쪽 한강변에 솟아 있으며, 한강을 사이에 두고 운길산(雲吉山), 예봉산(禮峰山)과 이웃해 있다. 

높이(657m)는 관악산(629m)과 비슷하지만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에서 광주목의 진산(鎭山)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산세가 특이하다. 가파른 경사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사방의 전경이 시원하게 열리고, 서서히 정상에 이르는 길이 매우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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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 정상에는 막걸리 파는 곳도 있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검단산 정상에 올라서도 급하게 단체사진 한 방 찍고 바로 이동한다. 정상주도 없는 거야? 누군가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온다. 가파른 계단을 달리듯이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다 전 대장이 멈춰 산세를 살피더니 지도를 검색한다. 

“돌아갑시다.” “정말? 말이 씨가 됐네.” “대장이 알바 했어.” 

이 업계에서 쓰는 전문용어 알바. 결코 아름답지 못한 단어다. 족히 300미터가 넘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 다시 정상이다. 미안했는지 전 대장은 겉옷을 벗어 배낭에 정리할 시간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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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에서 용마산 가는 산길에서 엿보인 강줄기.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동쪽으로는 팔당댐이 보이고, 남쪽으로 뻗은 능선에는 용마산(龍馬山)이 솟아 있다. 용마산은 경기 광주시 남종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높이는 596m이다. 용마산은 산줄기가 검단산에서 뻗어 내려가다 솟구쳐 오른 모습이 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용마산은 봉우리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저 멀리 두 개의 봉우리 중 뒷봉우리인가 싶어 하나를 오르면 또 다른 봉우리가 나타나 어느새 또 뒤로 숨는다. “너무 멀어요.” “아냐. 저건 잔봉이야. 저거 오르면 금방이지 뭐. 멀어 보여도 가다 보면 금방 나와.” 언제나 긍정적인 말로 힘을 주는, 그동안 일주일에 열흘 동안 술을 마시는 기술로 꼬부라질 대로 꼬부라진 뇌의 해마를 펴느라 금주 중인 김익흥 대원이 말한다. 

용마산 정상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용마산 정상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용마산이다. 막걸리 꺼내. 정상주는 해야지. 우리 시간을 좀 끌어보자고. 그러면 대장도 별수 있겠어? 가다가 시간이 안 되면 정리하겠지. 몸이 너무 힘든데요. 블로그 찾아봤더니 15Km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5시까지 도저히 산행 못 마칠 것 같은데요. 그래 준비산행을 실전처럼 하면 안 되는 거야. 

두 번째 정상을 밟은 잠깐의 기쁨을 뒤로하고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반란을 꿈꾸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순진한 오합지졸이 모의하고 있는 것을 전용정 대장만 모르고 있었다. 

“밥은 안 먹어요? 배고파요. 1시가 다 돼가는 데.”, “제일 멀리 충남 아산에서 출발한 이계환 대원은 아무 말 않는구만.” 대장이 단칼에 자른다. 이계환 대원이 뒤에서 따라오며 “나 6시에 밥 먹고 나왔는데. 이미 밥 먹을 시간이 지났다”고 투덜댄 후였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즐거운 점심시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점심과 턱없이 부족한 막걸리는 꿀맛이었다. 하나 남겨두었다가 나중에 먹자는 제안은 금세 수정되었다. 안 되겠네. 다 따. 가다가 막걸리 파는 가게 나올 거야. 거기서 다시 사지 뭐. 백두대간팀은 밥을 먹고 정리하는 것도 군대식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바로 출발이다.

완전히 산을 내려가는 동안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다 내려가서 오르는 은고개가 엄청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언제나 차분함을 유지하며 대원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책임감 강한 만년 총무 심주이 대원이 걱정을 한다. 

“오늘 완주하기 힘들 것 같은데. 육십 넘은 사람들이 왜 그래. 나이를 거꾸로 먹나?” 시야에서 사라진 선두 전용정 대장과 이계환 대원을 두고 다들 심주이 대원을 거든다. 

도저히 안 되겠다. 물 좀 먹고 숨 좀 돌리고 갑시다. 내려가서 시간이 너무 늦을 것 같으니까 그냥 뒤풀이 장소 알아보자고. 분위기 봐서 대장이 기분이 좋을 때 말하면 돼.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이 아니거든. 그런데 이제 출발해야 해. 더 쉬면 대장이 화내...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풍경맛집에 앉아서 잠시 휴식.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9시간이 넘는 산행 중 유일하게 자리 잡고 감상한 풍경맛집이 있었다. 두물머리. 강줄기 두 개가 모여 만든 큰 물줄기엔 파란 하늘이 들어가 있다. 윤석열 정권이 기를 쓰며 역사를 되돌리려 칼춤을 추는 것도 다 부질없는 짓이고, 아웅다웅 세상사로 느끼는 절망감도 흐르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잔잔하게 대지를 품는다. 봄에 오면 좋겠네. 왠지 힘들어 보여서 해낼까 싶은데도 언제나 꾸준한 자기만의 페이스로 놀라운 산행을 해내는 인생 달관한 듯한 이지련 대원이 무심하게 말한다.

대로가 나왔다. 엄미1리 버스정류장에서 다른 일정 때문에 산행을 마치는 이계환 대원을 보좌해야 한다며 장소영 대원이 나선다. “힘들어?” “아니요. 지금은 괜찮은데 이따 힘들 예정이라서요. 저기 만두봉 한 바퀴 돌고 뒤풀이 장소로 가면 어때요?” 늘 재치있는 농담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그녀다. 힘든 사람은 여기서 갈라지기로 합시다. 어, 포기할 사람 많을 것 같더니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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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고개 입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다시 별봉을 향해 은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어! 또 이 길이 아니다. 장소영 대원이 말한 만둣집으로 가는 길에 시작점이 있었다. 역시 심주이 대원이 말한 대로 정말 힘든 오르막이 이어졌다. 마주친 등산객이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시간에 오르고 있는 우리를 보며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남한산성 북문까지 갑니다. 벌봉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한 시간 반은 가야 할 텐데.” 등산객이 걱정스런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전용정을 제외한 대원들 모두 머릿속으로 설마란 단어를 떠올렸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전용정 대장과 함께한 서효정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남한산 정상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남한산성을 따라 하산하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남한산성을 따라 하산하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그렇게 한 시간 반이나 걸려 벌봉을 지나 거기서 다시 남한산성을 돌아 북문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였다. 

산악마라톤을 해도 거뜬할 것 같은, 체력이 남아 보이지만 후미에서 제 페이스로 못 걸어 더 힘들었을 이종규 대원과 전날 설악에 가서도 다행히 공룡능선을 오르지 못해 우리 순진한 오합지졸과 함께 산행을 할 수 있었던 김태현 대원, 오래 보아야 아릅답다던데 오래 보아서 생긴 것 같은 넘치는 사랑을 정성스럽고 예쁜 김밥으로 증명해낸 나기주 대원과 10분 지각생 이민우 대원이 있었다.

여성 대원 3인방.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여성 대원 3인방.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산행 일정을 모두 마치고.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산행 일정을 모두 마치고.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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