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국방부가 올해 2월 16일 펴낸 『2022년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특정해 ‘우리의 적’으로 규정했다. 북한정권 및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한 것은 2016년 국방백서 이후 6년만이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은 북한의 주적이 아니며 주적은 전쟁 그 자체'라며 전쟁을 반대한다고 했고, 문재인-김정은 교환친서에서 아직은 남북협력의 가능성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고 여지를 남겼다. 또 2021년 6월 중순 북한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북한 노동당 규약은 ‘적화통일’을 삭제했고,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과업수행’ 구절 삭제도 그 해석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북한이 남북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조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2022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였기 때문에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명기하고, 금년 3월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21년 노동당규약 개정의 적화 포기에도 해석 및 평가의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2022년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적으로 표기한 것도 새 정부가 원인을 제공했다. 다시 말해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 전에 먼저 북한이 적임을 국방백서에 명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데다 군장병들을 대상으로 주적 교육을 실시한 것이 그 큰 원인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북한의 현실 직시 변화를 무시하고, 자신의 큰 실수를 무조건 덮고, 북한 주적 명기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지속한다면, 이것은 4.27판문점 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 및 919군사합의서를 정면 부인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스스로 힘들게 합의한 남북한 자주적 평화외교라는 소중한 민족화해 자산을 허무는 일이다.

물론 북한도 2022 한 해 만 14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어 금년 2월 20일 ‘화성-17’형을 비롯한 3차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핵확산 위협도 마찬가지로 상기 남북정상합의의 정면 위반이다. 더더욱 이러한 북한의 ICBM 발사 행태가 유엔제재 위반이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이 미국의 일방적 선비핵화 요구, 선제공격 위협과 한미합동군사훈련 등 군사적 압박, 그리고 말폭탄 위협에 대하여 생존치원에서 부득이 2018년 4월 21일 핵⸱ICBM 모라토움 선언 이후 3년 11개월만인 2022년 3월 24일 북핵 모라토리움 해제를 선포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 동안 미국 및 한국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만 강조하고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적대관계 종식 및 북한체체 보장(208년 6월 싱가폴합의)이라는 2가지 실질적 세부 조치에 너무 소극적인 행태를 취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단적으로 북한이 전쟁훈련연습이라고 부르는 바로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시작되는 지난 2022년 4윌 12일 핵위협의 상징인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동해에 나타났다. 또 비정부 시민단체 ‘아시아태평양 핵비확산군축 리더십 네트워크’(APLN)의 공개보고서는 북한의 핵모라토리움 해제(2022.3.24.) 이유가 ‘김정은 총비서의 지난 4년간 미국에 대한 환멸’이라고 지적했다. 또 남측의 서욱 국방장관의 2022년 4월 1일 선제타격 발언도 현 한반도 위기를 더욱 높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발사 유혹에 대한 생존 전략적 가치를 높여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와 미국정부를 포함한 국내외적 모든 정세가 한반도를 둘러싼 북한의 선택지를 매우 어럽게 만들었다. 또 북한이 강하게 반대했던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하고, 국방비증강을 지속했던 문재인정부도 미국 굴종외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에 엄중히 다시 묻고 싶다! 정부는 항후 남북정상합의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을 과연 정면 부정하는가? 또 누가 먼저 남북정상합의를 파기했는가?

남북정상합의 미실천 및 UN 대북제재에 대해서 그 책임은 탄도미사일을 먼저 발사한 북한에 일차적으로 있지만, 미국과 역대 한국정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국력면에서나 국제정치적 역량에서 월등하게 우위에 있는 미국과 한국이 북의 생존적 차원의 핵실험과 미사일발사에 대응하여 좀더 적극적으로 성의있는 세심한 평화적 해결 조치와 긴밀한 협력을 취해야만 했었다. 북한이 극구 반대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일시 중단하여 대화의 물꼬(모멘텀)도 충분히 조성할 수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도 한미합동군사훈련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금년 2월 18,19일 북한 ICMB 발사 규탄 UN안보리 의장성명에 반대하였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폴란스키 차석대사도 한미연합훈련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정치적 외교적 해결을 어럽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 훈련에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로 대응한 것이라며 북한을 비판하기위한 UN안보리 소집이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역대 남한정부는 미국측에 왜 강하게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조치를 관철시키지 못했을까? 정답은 명확하다. 궁극적으로 남한이 미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의식한데 연유한다. 그래서 남한의 자주적 민족 평화화해 역량의 제고가 매우 필요하다.

역대 한국정부가 동의 내지 묵인한 한미합동군사훈련, 한-미 워킹그룹(working group), 전략적 유연성, 전시작전권 미환수라는 구조적 한미간 불평등 법구조 속에서 한국정부가 남북정상합의를 자주적으로 이행할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을 생존전략적 치원에서 보아야 하고. 지나치게 핵확산 및 핵무기 선제사용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적대관계종식, 북한체제존립이라는 두 가지 요건 충족을 위해서 한국정부는 미국정부에 당당하게 한미합동군사훈련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노럭은 끊어진 남북대화를 복원히고 4.27판문점선언, 9,19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할 수 있는 민족자주역량의 기초작업이다. 한국정부의 민족 자주 역량 강화만이 남북관계개선과 남북한 신뢰구축을 제고할 수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사드 추가배치 및 주적 명시를 이미 공약한 것은 남북관계 장래에 매우 우려스럽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남북정상의 4.27판문점선언을 주권국가간 합의 원칙에 따라 이념과 정파를 넘어서 대승적으로 보완하고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동서독 통일과정도 진보정권(사민당)이 입안한 동방정책을 보수정귄(기민당)이 계승 완성하여 성공한 국제적 사례이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를 선언한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 그리고 9.19군사합의서는 반드시 계승되어야 한다.

권영세 통일부장관의 실용주의, 유연성 그리고 이어달리기라는 전체 대북정책 틀 속에서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의 일말의 희망을 다시 걸어 본다.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반도 평화를 진정 원한다면, 미국 눈치 보지 말고 북한 주적 명기 취소와 한미합동군사훈련 즉시 중단을 단행해야 한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 ‘남북평화기원 강명구 유라시아 평화마라토너와 함께하는 사람들’(평마사) 상임공동대표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사)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원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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