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이다.
혹한을 동반한 설경이니 감탄보다 걱정이 크다.
1월 스페인의 25도씨 더위보다, 백 년만의 최대 홍수로 피신처를 찾지 못해 자그마한 언덕에 몰려있는 수십 마리의 캥거루들의 겁먹은 검은 눈동자 보다, 얼어 죽은 청량리역 노숙자의 죽음보다 난방비 폭탄의 공포가 더 크다.

사람들은 자동이체 걸어놓고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가스비며, 수도요금, 전기요금 숫자를 세어보기 시작한다. 우리 집도 지난해 동 월 대비 8만 원 이상이 더 나왔다. 요금도 올랐지만, 사용량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도시 난방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액화천연가스 원재료의 가격상승과 환율상승을 꼽기도 하지만 가장 큰 복병은 추위다. 12월엔 서울 기준 22일이 영하권의 날씨였고 1월은 더 춥다.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져 터진 풍선처럼 찬 공기를 밑으로 내보낸 탓이다.
북극은 현재 지구 평균보다 4배 더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다. 70년대 이후 온난화 속도가 현저하게 증가한다. 이유는 해빙이 녹아 햇빛을 반사하는 지표면의 알베도 효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이고, 지구 기온 상승으로 적도의 따뜻한 수증기가 대기를 따라 북극에 더 많이 공급되면서 북극 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져 홍수, 가뭄, 산불 재난이 넘쳐나도 무심하던 사람들이 ‘난방비 고지서’ 하나에 기후위기를 실감한다. 기후위기의 핵심은 ‘자본’이고 ‘자본주의체제’다.
그래서 뭘 해야 하는데?

브라질 대통령선거가 쫄깃한 이유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8%이다. 고기를 실어나르느라 배출한 온실가스까지 포함하면 30%가 넘는다.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13%라고 하니 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벌목을 하고 숲을 태워 광활한 초지를 만든다. 가축을 키우기도 하고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불태운다. 지구에서 생산하는 곡물의 1/3이 가축에게 먹일 사료로 쓰인다. 고기 1kg을 얻기 위해 곡물사료 6kg을 투입해야 하니 아마존을 태워 사료용 콩을 재배해야 한다. 효율을 중시하는 자본의 논리로 보자면 비효율적이지만 고기를 찾는 수요가 높으니 더 많은 숲을 태울 이유가 된다.

아마존 우림은 브라질,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수리남, 가이아나, 프랑스령 기아나를 지나는 아마존강을 둘러싼, 지구에서 가장 큰 우림이다. 지구에 산다고 알려진 3,000만 종의 생명들 중 10%인 300만 종의 생명이 살고 있다. 숲이 사라진다는 것은 10%의 생명체의 죽음이기도 하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60%를 차지하는 브라질 대통령선거 결과를 전 세계 기후활동가들은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지난해 10월 2일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선거에서 1.8%라는 간발의 차이로 아마존 보호론자인 룰라 대통령이 당선되자 전 세계 기후활동가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2019년 1월부터 2022년 말까지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재임 동안 “아마존은 세계의 허파가 아닌 경제를 부흥시킬 브라질 땅이다”라며 목장을 만들기 위해 불을 지른 열대우림이 우리나라 면적만큼이다.

재집권에 성공한 룰라 대통령 집권 기간 아마존 벌채는 적게는 72%, 많게는 80% 급감했었던 전력(?)이 있다. ‘아마존과 원주민 보호’를 전면에 내건 룰라 대통령의 재집권은 그래서 브라질 정치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아마존과 고기 없는 하루

지난 50년 동안 아마존의 17~20%가 파괴됐다. 과학자들은 20%~25% 정도를 황폐화의 기점으로 잡는다. 기후위기가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이 된다는 말이다.

적도 근처에 위치한 열대기후에 연 강수량이 2,500㎜일 정도로 비가 많이 오는 열대우림 땅은 영양분이 흙에 남아있지 않고 비에 쓸려 가버려 물에 녹지 않는 알루미늄이나 철 같은 성분만 남은 붉은 흙이다. 80~90%가 목장과 가축 사료를 재배하기 위한 산림파괴로 나무가 사라져 빛이 그대로 땅에 닿고 영양분 없는 흙은 더욱 단단하게 굳어 거대한 벽돌 같다. 숲이 사라진 땅은 시간이 흘러도 원래 생태계로 돌아가기 어렵다. 사료용 콩 농사도 몇 해 짓기 어려워진다.

지구에서 이용할 수 있는 토지의 절반 정도와 민물의 25%가 축산업에 쓰이니 기아와 물 부족에도 축산업이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그러니 고기를 찾는 이들이 줄어야 아마존도 살고 난방비도 줄일 수 있다.
존스 홉킨스 블롬버그 공중보건대학이 2003년부터 시작한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에 40개가 넘는 나라가 동참하고 식당, 학교, 병원 등 여러 기관이 고기를 내놓지 않기로 서명했단다.
‘고기 없는 월요일’이라면 월요병 증상이 더 심해지려나?
우린 ‘고기 없는 화요일’쯤으로 하자.

라면은 왜?

숲은 탄소저장고이자 산소 생산지이다. 식물의 광합성작용은 인류에게 살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런데 고기 말고 또 다른 이유로 숲이 불탄다. 대량의 팜유를 얻기 위해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이 사라진다.

유통기간이 길고 맛이 좋고 싸다는 이유로 기름야자 열매를 압착해서 뽑아낸 팜유는 라면과 과자를 튀기기도 하고 초콜렛, 마가린, 쇼트닝, 버터 대체용으로 쓰인다. 비식용품으로는 화장품, 비누, 샴푸, 로션, 바이오 디젤, 제약 등 온갖 공산품을 만들어 낸다. 팜유에 식물성 계면활성제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몸도 살리고 땅도 살린다’는 광고를 내세워 광범위하게 팜유가 쓰이게 되자 숲을 태운 자리에 기름야자 농장이 빽빽이 들어선다. 숲을 태우는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 또한 지구 온난화를 거든다.

야자나무도 나무고 야자농장도 숲이라고 우기겠지만, 팜유 공장일 뿐이다. 팜유를 위해 오랑우탄, 피그미 코끼리, 수마트라 호랑이, 나무 원숭이 등이 멸종위기에 처했고 원주민들 또한 삶의 터전을 잃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앞다퉈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을 해치고 기름야자나무 농장에서 팜유를 뽑아내고 있다.
“라면을 많이 먹을수록 더 많은 숲이 사라진다”는 불편한 진실쯤을 알고 먹자.

햄버거 하나에 1.5평 정도의 숲이 사라진다는 사실까지 말하면 독자들은 이 글을 그만 읽고 싶을 것이다. 햄버거 하나에 가로, 세로 2.2미터의 정사각형 숲이 사라진다.
먹고 말고는 독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그러나...

혹한이 이어지니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도 썰렁하다. 코트도 걸치고 털부츠도 신고 글 쓰느라 온 신경을 쥐어짜는데 옆자리 사오십 대 남녀 너덧 명이 자리를 잡더니 성형 이야기에서 시작해 골프라운딩 이야기로 정점에 오른다. 주변에도 골프 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난다. 생각보다 재미있고 대중화되었다는 것이 중론인가 보다.

‘난방비 폭탄’이야기로 시작해 브라질 대통령선거와 고기 먹지말자, 라면도 햄버거도 줄이자고 써 내려가다 옆 테이블 ‘골프’이야기에 정내미가 뚝 떨어진다.
지구는 더 춥고, 더 더워질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과 가난한 나라들에서 시작한 기후피해는 모두를 향하기 시작했다.

골프들 많이 치시라.
난방비 폭탄은 인과다.
나라도 옷 하나 더 껴입고, 양말 한 겹 더 신고, 이 겨울을 나야겠다. 

 

이태옥 원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자연도 인간도, 우주도...

한낱 인간의 욕망이 지구를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꾼다.

에코아나키스트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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