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은 혁신주의자만의 것도

보수주의자만의 것도 아니다

=신민당 일부의 새로운 통일방안 모색을 듣고=

 
 

유엔이라는 국제외교의 본고장에 다녀온 일부 국회의원들이 새로운 각도에서 통일방안을 모색해야 되겠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은 유엔 총회가 거듭될 때마다 세계의 조롱거리만 되고 돌아오는 「대표단」들만 보아 온 우리에게는 그대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4.19」이전만 하더라도 당시의 자유당 정권은 겉으로 만이라도 초당외교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야당의원 몇 사람씩을 유엔 대표단에 포함시키는 아량을 베풀곤 했었는데, 이때의 특징은 유엔순례를 하고 돌아오는 야당선량들이 십중팔구까지는 통일방안뿐만 아니라 국내정책에 있어서까지도 여당에 동조하게 되고 심지어는 여당으로 당적을 옮기기가 일쑤였었다. 

다시 말하자면 말마디께나 할 줄 아는 야당의원들을 변절시키는 수단으로서 유엔순례라는 특권이 이용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월혁명이후 처음으로 열렸던 제15차 유엔총회에 다녀온 2차의 대표단원들은 야당의원들뿐만 아니라 여당의원들 까지도 급격한 국제정세의 변동으로 유엔의 성격자체까지도 달라졌다는 사실과 결국은 우리 손으로 다루어야 할 통일문제의 조속하고도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종전에 미국에만 (미국이 유엔의 과반수 표를 좌우할 수 있었다는 의미에서는 유엔 자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의존하던 통일외교만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사실을 솔직히 시인하고, 또 이런 사실을 국민들 앞에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수립 뒤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기쁜 현상임에 틀림없다.

특히 보수야당인 신민당의 서민호 민의원 부의장은 「유엔의 현재의 운영방식으로는 한국의 통일은 요원하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통일을 하겠다는 열의가 있다면, 남북협상을 해서라도 전국민의 숙원인 통일과업을 이룩해야겠다.」고 유엔에 다녀 온 소감을 말한 것으로 들린다. 

뿐만 아니라 종전에도 통일에의 전제조건으로서 우선 남북교류부터라도 시작하자고 강력히 주장해오던 신민당내의 청조회원들이 서부의장의 귀국보고에 크게 힘을 얻어 남북교류를 포함하는 새로운 적극적인 통일방안을 당론으로서 채택되도록 노력할 결의를 보여주고 있다는 소식을 우리는 마음 든든하게 생각하는 바이다.

우리는 이런 새로운 움직임 속에서 하나의 큰 의의를 현실 그대로 보는 토대위에서 통일방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드디어 보수진영의 일각에서도 움트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4.19」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남북교류나 남북협상론은 혁신계의 전매특허품처럼 생각되어 온 것이 일반의 상식이었으며, 심지어는 이런 주장을 지지한 사람을 무조건 「용공분자」로 몰려는 것이 대부분의 보수정객들의 아집이었다.

그러나 조국이 혁신주의자들만의 것도 아니고 보수주의자들만의 것도 아님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때까지 남북에서 미⋅소 냉전정략의 일방만을 무조건 무비판적으로 추종하고, 또 그것을 민족자립을 바라는 일반 백성들한테도 강요해 온 집권자들이 진정한 의미의 혁신주의자나 보수주의자가 아님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건전한 보수세력과 혁신세력이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보수⋅혁신 양당제도가 확립되기 위한 가장 넓은 공통의 광장이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 민족이 단일민족으로서 통일, 번영해야 되겠다는 국민 전체의 결의와 노력뿐 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보수야당인 신민당 일부의 새로운 통일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훌륭한 열매를 맺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는 건전한 혁신세력을 포함하는 범국민적인 통일운동에의 계기가 될 것을 마음속으로부터 축원하는 바이다.

사설/ 조국은 혁신주의자만의 것도 보수주의자만의 것도 아니다

사설/ 조국은 혁신주의자만의 것도 보수주의자만의 것도 아니다 [민족일보 이미지]
사설/ 조국은 혁신주의자만의 것도 보수주의자만의 것도 아니다 [민족일보 이미지]

社說

 

祖國은 革新主義者만의 것도

保守主義者만의 것도 아니다

=新民黨 一部의 새로운 統一方案 摸索을 듣고=

 

유엔이라는 國際外交의 본고장에 다녀온 一部 國會議員들이 새로운 角度에서 統一方案을 摸索해야 되겠다고 力說하고 있는 것은 유엔 總會가 거듭될 때마다 世界의 操弄거리만되고 돌아오는 「代表團」들만 보아 온 우리에게는 그대도 不幸中 多幸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四.一九」以前만 하더라도 當時의 自由黨 政權은 겉으로 만이라도 超黨外交라는 印象을 주기 위해 野黨議員 몇 사람씩을 유엔 代表團에 包含시키는 雅量을 베풀곤 했었는데 이때의 特徵은 유엔巡禮를 하고 돌아오는 野黨選良들이 十中八九까지는 統一方案뿐만 아니라 國內政策에 있어서까지도 與黨에 同調하게 되고 심지어는 與黨으로 黨籍을 옮기기가 일쑤였었다. 다시 말하자면 말마디께나 할줄 아는 野黨議員들을 變節시키는 手段으로서 유엔巡禮라는 特權이 利用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四月革命以後 처음으로 열렸던 第十五次 유엔總會에 다녀온 二次의 代表團員들은 野黨議員들뿐만 아니라 與黨議員들 까지도 急激한 國際情勢의 變動으로 유엔의 性格自體까지도 달라졌다는 事實과 結局은 우리 손으로 다루어야 할 統一問題의 早速하고도 效果的인 解決을 위해서는 從前에 美國에만 (美國이 유엔의 過半數 票를 左右할 수 있었다는 意味에서는 유엔 自體라고도 볼 수 있었다) 依存하던 統一外交만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事實을 솔직이 是認하고, 또 이런 事實을 國民들 앞에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는 것은 大韓民國 樹立뒤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기쁜 現狀임에 틀림없다.

特히 保守野黨인 新民黨의 徐珉濠 民議院 副議長은 「유엔의 現在의 運營方式으로는 韓國의 統一은 遼遠하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統一을 하겠다는 熱意가 있다면, 南北協商을 해서라도 全國民의 宿願인 統一課業을 이룩해야겠다.」고 유엔에 다녀 온 所感을 말한 것으로 들린다. 

뿐만 아니라 從前에도 統一에의 前提條件으로서 우선 南北交流부터라도 시작하자고 强力히 主張해오던 新民黨內의 淸潮會員들이 徐副議長의 歸國報告에 크게 힘을 얻어 南北交流를 包含하는 새로운 積極的인 統一方案을 黨論으로서 採擇되도록 努力할 決意를 보여주고 있다는 消息을 우리는 마음 든든하게 생각하는 바이다.

우리는 이런 새로운 움직임속에서 하나의 큰 意義를 現實 그대로 보는 土臺위에서 統一方案을 摸索하려는 움직임이 드디어 保守陣營의 一角에서도 움트기 始作했다는 事實을 우리는 決코 看過하거나 過小評價할 수 없다는 事實이다.

「四.一九」以前은 勿論 그 以後에도 南北交流나 南北協商論은 革新系의 專賣特許品처럼 생각되어 온 것이 一般의 常識이었으며, 심지어는 이런 主張을 支持한 사람을 無條件 「容共分子」로 몰려는 것이 大部分의 保守政客들의 我執이었다.

그러나 祖國이 革新主義者들만의 것도 아니고 保守主義者들만의 것도 아님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때까지 南北에서 美⋅蘇冷戰政略의 一方만을 無條件 無批判的으로 追從하고, 또 그것을 民族自立을 바라는 一般 백성들한테도 强要해 온 執權者들이 眞正한 意味의 革新主義者나 保守主義者가 아님도 否認할 수 없는 事實이다. 

이런 意味에서 우리는 健全한 保守勢力과 革新勢力이 平和的으로 共存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保守⋅革新 兩黨制度가 確立되기 위한 가장 넓은 共通의 廣場이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 民族이 單一民族으로서 統一, 繁榮해야 되겠다는 國民 全體의 決議와 努力뿐 일 것이다. 

이런 意味에서 우리는 保守野黨인 新民黨 一部의 새로운 統一方案을 찾으려는 努力이 훌륭한 열매를 맺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는 健全한 革新勢力을 包含하는 汎國民的인 統一運動에의 契機가 될 것을 마음속으로부터 祝願하는 바이다.

[민족일보] 1961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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