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 기자(hjpark@tongilnews.com)


지난 7일 치뤄진 미 대선이 사상 초유의 결과보류라는 결론을 내림과 동시에 세계적인 오보사태를 초래하면서 한 주간의 국제면을 엎치락 뒤치락 장식했다.

특히 조명록 특사의 방미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 등으로 해결국면에 접어들었던 북미관계가 클린턴의 방북으로 이어질 지를 놓고 미 대선의 결과에 따른 한반도 정책을 가늠하느라 각 언론들은 분주했다.

현재 통일뉴스의 인터넷 여론조사에 따르면 57.1%가 부시 당선은 한반도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과반수를 넘는 견해가 나왔고, 연합뉴스의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는 총 3943명의 투표인중 88%가 많은 변화 또는 다소 변화를 예견하고 있다.

반면 미 대선 투표 결과 당일 부시 당선으로 예견하였던 많은 언론들의 평가는 누가 되었던 한반도 정책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이같은 전망은 △클린턴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담고 있는 페리보고서가 초당적인 차원에서 작성되었으며 △현재의 북-미 대화를 새 정부가 뒤집을 경우에 오는 국제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으며 △남한정부의 대북정책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 고어 후보의 당선은 클린턴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점에서 변화를 논하기 어렵고, 문제는 부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의 정책변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인데, 논리적으로는 당장의 정책변화를 급속히 꾀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우리 정부도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급격하게 대북정책을 변화시키기는 어려우며, 적어도 6개월 정도는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큰 틀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더욱이 남북관계와 북.일관계의 개선속도에 부응해 한.미.일 공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 대선운동 기간의 정강이 정권인수 후에는 현실적 정책으로 변화한다는 점, 그리고 클린턴 행정부의 포용정책을 대체할만한 효과적인 대안이 아직 없다는 점 등은 급격한 대북정책 변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이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집권한다면 외교정책의 지속성 차원에서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 골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술적 부분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며, 따라서 남북관계의 급격한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적인 여론의 향방은 부시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한반도 통일정세에 암운이 드리울 것이라고 보는 추세이며, 그 논리 역시 분명하다.

우선은 부시 후보가 여전히 북한의 태도 변화 여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부시 행정부에 입각할 것으로 관측되는 대외정책 브레인 대부분도 대북 강경론자여서 대북협상의 엄격한 상호주의 적용, 북한의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 개발위협에 대한 강경대처 등의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실 김대중 정부의 대북화해 정책에 경보가 울렸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부시 후보의 외교 안보정책 분석 결과 부시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 관계로 설정하고 당선이후 대중국을 겨냥한 NMD(미사일방어체제) 체제를 신속히 구축할 것이며, 적대국가에 대해 힘을 바탕으로 단호한 대처를 취하는 방식의 외교관계를 수립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미군의 해외파병을 자제한다는 기본 노선에서 한반도를 제외시키는 등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한 기존의 안보위기의식을 기본토대로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상과 같은 분석 결과는 연합뉴스나 한겨레 등 유력 일간지의 미 대선 관련 보도 등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반면 북한은 지난 7일 노동신문 논평 `조미관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원칙적 입장`을 통해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차기 정부를 겨냥 `조미관계의 신의와 약속을 이행`할 것을 강조하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10일자 <조선신보>는 미 대선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부시 후보가 당선돼도 미국의 대북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얼마간의 시차는 있겠지만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조미관계가 개선쪽으로 나가는 것은 틀림없으며, 클린턴 대통령의 퇴임전 방북도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12일 새벽 미 선거 관리 당국은 플로리다주 팜 비치 카운티의 재개표 결과 예상치 않았던 `19표의 문제`로 인해 카운티 전체 투표에 대해 수작업 재개표 결정을 내려 미 대선이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미 대선의 결과를 놓고 한반도 정책의 향방을 가늠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변하지 않아야 할 분명한 태도는 우리 정부에 있다고 본다.

분단 55년의 적대 세월을 끊고 남북이 화해와 협력의 대장정을 출발한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의 분명하고도 단호한 의지이다. 이에 기초하여 대외관계에서 지지와 협조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의 제1 합의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간다` 는 것이다

북미관계가 한창 진행중일 때 일각에서 `통미봉남`의 북한 대외정책을 우려하면서 `남북간 당사자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북미관계가 한창일 때나, 미대선의 결과 공화당 후보가 당선이 되었을 때나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남과 북이 나라의 통일문제에 자주적 태도와 원칙을 갖고 힘을 합해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통일의 원칙이 어디에 기초해야 하는가가 보다 강조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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