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제주도는 관광지이다. 제주도는 어떠한 관광지를 목표로 하여왔는가? 수십 년 전부터 중구난방식으로 관광지 개발 목적을 위한 개발에 그쳐 왔는가? 현재는 관광지로서의 목표가 있기는 한가? 목적과 목표가 있다면 실행력이 있기는 한가? 관광지로서 제주도의 현상을 볼 때 제주도가 목표로 하는 관광지의 지향점은 상당히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여러 지역의 관광지 중에 제주도에 대입하여 본보기(role model)로 삼을 관광지가 있을까? 비주체적이지만 이러한 비견(鄙見) 검토는 제주도가 지금까지 겪어온 시행착오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점을 시사해 줄 것이다.

세계 어느 지역 관광지를 제주도의 본보기로 삼아야 할까? 나는 세계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살았고, 여러 나라를 보아왔다. 이제 그 보아온 일부를 글로써 정리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크루즈 관광사업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1. 세계 최대의 크루즈 모항 마이애미 항

크루즈 13개사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Miami)에 모항을 두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반도(半島)로서 상하(常夏) 기후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출항하는 배는 카리브해의 여러 나라를 순회(巡廻)한다. 플로리다주 동해안의 마이애미 항은 세계 최대의 크루즈 모항이다.

나의 부모가 이곳에서 살다가 타계하셨고, 지금은 동생들이 살고 있다. 부친과 남동생은 크루즈 전문가이고, 막내 여동생은 아직도 세계적인 모 크루즈 선사의 직원들을 교육하고 세팅하는 임원으로 있다. 나 역시 1980년대 말에 크루즈 상품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크루즈 상품 전문여행사를 서울시에다 설립하여 2년간 운영한 바 있다.

그곳 마이애미 항에서 출항하는 유람선 상품은 하루 코스와 3박4일과 4박5일 코스, 1주일 코스로 구분된다. 하루 코스의 상품은 바하마를 하루에 왕복하는 코스이다. 하루 코스는 아침에 출발하여 저녁에 돌아온다. 바하마에 상륙하여 한나절을 즐기고 돌아오는 것이다.

반면에 금요일에 출발하는 3박4일이나 월요일에 출발하는 4박5일 코스는 모두 오후 5시쯤에 출발하여 귀항일 새벽에 돌아온다. 일주일 코스는 대체로 금요일 오후에 출발하여 금요일 오전에 돌아온다.

그리고 마이애미 항은 출항과 귀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를 장기간 유람하는 순회(World Wide) 크루즈의 기항지(寄港地)로도 유명하다. 마이애미에 기항하는 크루즈의 고객들은 항구 인근의 베이사이드와 마이애미비치에서 쇼핑하거나 관광을 하고, 또한 인근의 관광 명소를 들릴 수 있다.

크루즈 상품의 고객은 세 부류가 있다. 첫 번째는 쇼핑족이며, 두 번째는 관광족이고, 세 번째는 크루즈 내의 식도락과 분위기를 즐기는 휴양족이다. 마이애미가 세계 최대의 크루즈 모항이라는 점에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시를 제주도의 본보기 관광지로 대비해 보고자 한다.

2. 제주에 크루즈 모항이 가능한가?

세계 최대의 크루즈 모항인 마이애미 인근에는 마이애미 국제공항(MIA)과 포트로더데일(Fort Lauderdale) 국제공항(FLL)이 있다. 마이애미 국제공항은 중남미로 오가는 미국의 관문이다. 마이애미 항에서 뜨는 크루즈 여행자 수는 2019년 기준으로 연간 450만 명이 넘었으니, 크루즈가 출항하거나 기항하는 날을 중심으로 하여 왕복으로 했을 때 매일 3만명 이상이 여기 공항을 이용하였다는 말이 된다.

미국 국내에서의 크루즈 가격은 국내선 항공권이 포함된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다. 즉 항공사는 크루즈 선사의 고객으로 인하여 안정적인 고객 확보와 운영이 가능하고, 그에 따라 파격적인 가격을 크루즈 선사에 제공한다는 말이다.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2022년 7월 29일, 크루즈 선은 없고, 국내선 페리호만 정박해 있다.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 보다 시설이 미흡하다. 제주항이 국제적인 크루즈 항이 되기에는 항만 시설과 그 주변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산지천 좌우의 제주 구도심을 재개발하는 것은 항만 주변의 다양성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된다. [사진 제공 - 이양재]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2022년 7월 29일, 크루즈 선은 없고, 국내선 페리호만 정박해 있다.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 보다 시설이 미흡하다. 제주항이 국제적인 크루즈 항이 되기에는 항만 시설과 그 주변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산지천 좌우의 제주 구도심을 재개발하는 것은 항만 주변의 다양성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된다. [사진 제공 - 이양재]

제주항과 강정항이 모항이 되기 위해서는 제주까지 오는 국내선 항공권과 크루즈 출항 하루 전이나 기항 하루 후까지 체류를 위한 저렴한 고급 호텔의 확보가 정기적으로 가능할까?

대체로 모항이란 배의 출항지를 의미한다. 제주항과 강정항을 크루즈(cruise) 선사(船社)의 모항(母港, Homeport)으로서 설정하는 것은 아직은 불가능에 가깝도록 어려운 일이다. 일주일 코스의 5~6만 톤급 크루즈 선 한 척이 뜬다고 해도 일주일에 하루는 최소 2,000~2,500석의 항공권이 필요하다. 그것도 왕복으로 필요하다. 항공권과 호텔 객실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크루즈 모항은 일년 열두달 배가 출항하는 아열대 지역에 위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추운 동절기에 해양관광상품이란 구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제주도에 본사를 둘 수 있는 선사는 제주도와 외부를 연결하는 여객선사(旅客船社) 정도이다. 제주도는 현재 크루즈 선의 기항지로서 역할 확대는 가능하다.

3. 크루즈 항만 주변의 상권 형성 필요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의 나의 가족은 마이애미 항에서 출발하는 카리브해 일주일 코스와 밴쿠버에서 출발하는 알래스카 일주일 코스의 크루즈 여행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우리 가족이 직접 하는 여행은 크루즈 선사에서 정상가격의 20% 선에서 공급하여 주었다.

크루즈 고객은 하루 3식을 크루즈 내에서 해결한다. 크루즈 선에서 사용하는 물도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특정 생수만 사용하게 되어 있고, 식자재도 엄격한 위생 기준이 있다. 기항지에서 하선하는 고객이나 점심을 스스로가 해결할 뿐이지만, 그것도 도시락을 제공하거나 지정한 위생적인 식당에서만 식사를 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즉 크루즈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제주도민들의 최대 수익은 쇼핑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데 카리브해 코스에는 카리브해의 여러 소국을 경유하는데, 그 소국들의 항 인근에는 다양한 명품 쇼핑 거리가 있다. 제주처럼 재벌이 운영하는 백화점식의 대규모 면세점보다는 각 브랜드의 대리점이나 직영점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 많다.

제주에 있어 신라면세점이나 롯데면세점의 매출 이익금 거의 모두는 외부로 나가는 구조이다. 원칙대로라면, 카리브해의 경우라면 지금의 동문시장과 칠성로 상가를 국제적인 수준의 쇼핑가로 키웠을 것이다. 제주의 관광지 상업 구조를 외지인 주도의 백화점식 구조에서 제주도민 주도의 소매점식 공간으로 특화 및 전문화되어야 한다. 즉 제주도는 기항지로서의 입지를 확충하기 위하여 관광객들을 위한 시장 구조로 개선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제주도민들은 이마트나 롯데마트 보다는 제주지역의 마트나 재래시장의 이용을 우선하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많은 제주도민들의 출자금을 모은 관광 기업이 많이 나와서 도민들이 제주의 중요 상권을 주도적으로 운영하여야 한다.

4. 강정항 인근에 선택 관광 명소가 있는가?

크루즈 선에서 하선하여 관광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하던가, 아니면 선내에서 파는 선택 관광(Option Tour)이 있다. 제주의 경우 제주항에 도착하여 하선을 하면, 관광버스가 고객을 태우고 특정 면세점으로 달려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면세점과 대리인 계약을 하여 매출액의 3~5%를 사례비로 받기도 하며, 소규모 면세점에서는 일정액을 준다. 후진국형 지상 관광이다.

반면에 카리브해의 경우에는 특정 면세점에 예약한 고객을 마중 나온 소형 버스는 있다. 대부분 쇼핑 목적으로 하선한 고객은 항만 인근의 쇼핑가를 거닌다. 하지만 강정항에 그럴만한 쇼핑가가 있는가? 없다. 만든다고 해도 강정항은 서귀포 도심과 멀다. 사실 서귀포시에서의 크루즈항의 적격지는 서귀포항이다.

선택 관광은 선내에서 별도의 비용을 내고 신청하거나 항구에서 개별 선택한다. 나는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의 산 후안(San Juan)에 갔을 때는 산 후안시 북쪽 해변의 고성(古城)을 거닐었다. 내 기억으로는 당시 산 후안의 어느 지점에 조선시대의 대포가 땅에 거꾸로 박혀 있었다. 언제 다시 한 번 가서 찾아보고 싶다.

제주항에서 하선한 관광객은 제주목 관아와 삼성혈, 국립제주박물관과 동문시장 등을 들리는 코스의 선택 관광을 하여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강정항 주변은 마땅한 명소가 없다. 나는 강정항 건설 초기에 강정항을 크루즈 선 전용의 민항으로 한다는 것을 회의적으로 생각하였다. 강정항의 입지로는 설득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카리브해의 여러 나라는 대형 크루즈 선을 접안할 부두가 없었다. 그래도 크루즈 선은 취항을 하였다. 크루즈 선은 해변 가까이 정박하고, 민수용 상륙정 여러 척이 와서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 이렇게 볼 때 현재의 제주도 성산항이나 서귀포항을 중형 크루즈 선의 기항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강정항에서의 선택 관광 명소는 너무 멀고, 쇼핑 거리도 없어 크루즈 항으로서의 입지가 약하다. 결국 강정항은 처음부터 크루즈 선이 사용 가능한 군항으로 설계된 것이 아닐까?

5. 크루즈 카지노, 그리고 모객과 항로의 제반 사항

제주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다.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처럼 밀집해 있지 않고, 분산되어 있다. 모든 크루즈 선에도 카지노가 있다. 크루즈 선에서의 카지노는 공해상(公海上)에서만 운영한다. 카지노가 없는 국가의 국민도 크루즈 카지노에서의 도박은 불법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라스베이거스와 아틀랜틱 시티 등 카지노가 있는 지역이 몇 군데 안 된다. 그래서 많은 미국인이 편한 카지노 여행을 위하여 크루즈를 타기도 한다. 그러나 크루즈 카지노는 공해상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만 영업한다.

크루즈에 고객이 객실 50%만 채우면 적자가 나지 않는다. 카지노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고스란히 이익으로 남기 때문이다. 크루즈 선사 운영의 성패 여부는 카지노에 달려 있다.

30여 년 전 일본 요꼬하마에 ‘크리스탈 크루지스(Crystal Cruises 水晶郵輪)’란 선사가 있었다. 한동안 운영되다가 2015년 겐팅홍콩에서 인수했다. 홍콩에 기반을 둔 화교 자본의 이 선사는 한때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를 공격적으로 M&A를 시도한 바 있다. 홍콩이 아시아 지역의 최대 모항으로 위치를 점하는 것은 홍콩은 상하(常夏)의 자유경제무역지대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크루즈 업계의 판도와 고객 및 시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크루즈 시장의 기본 시장은 마이애미시와 카리브해에 있다. 그곳의 시장을 장악한 상태에서 세계 굴지의 크루즈 선사들은 마이애미 항에서 출항하여 카리브해의 여러 나라를 기항하고 있다.

지금 동북아를 기항하는 다수의 크루즈는 상당수가 홍콩계 선사의 소유이다. 우리나라도 크루즈 선사가 설립되어야 하나 자본 형성이 어렵다. 8만 톤급 크루즈 선 1척이 건조비는 항공기 제작비보다 3~5배 정도를 상회한다.

그리고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으로서는 크루즈 모항을 설정하여 운영하기란 매우 어렵다. 만약, 제주를 모항으로 하여 6~10만 톤급의 유람선을 투입하여 하절기 약 6개월 간의 크루즈 항로를 제주항 – 부산항 – 원산항 – 블라디보스톡항 – 혹카이도항 – 강릉항을 잇는 항로로 개설한다면, 그리고 동절기 약 6개월 간은 제주항 – 상해항 - 홍콩항 – 오키나와 등을 잇는 동절기의 크루즈 항로를 개설한다면, 두 개의 항로에서 연간 15만 명의 여행객 모집이 가능할까?

크루즈 기항지의 상륙허가는, 즉 비자는 크루즈 선사에서 책임지게 되어 있다. 북의 “원산항과 갈마공항 지역은 무비자 지역으로 만든다”는 말이 세계적인 관광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돌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모객과 모항까지의 항공 운송 수단이다.

미국에서 카리브해 크루즈 사업이 성행하는 원인은 노인들의 연금에 있다. 국가로부터 받은 연금을 모아 크루즈 여행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카리브해의 크루즈 선에는 은퇴한 노인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6. “제주도를 동양의 하와이로” 만들자는 구호를 비판한다

박정희 정권이 제주도가 관광산업을 주산업으로 육성시킬 때 구호처럼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제주도를 동양의 하와이로”였다. 그리고 이 구호는 박근혜의 선거 공약에서 다시 재탕되었다.

이 구호는 내심은 끔찍한 구호이다. 하와이는 미태평양함대의 군사적 거점이다. 하와이 진주만은 일제의 기습으로 참화를 입었다. ‘평화의 섬’ 제주도는 하와이처럼 군사적 거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인하여 크루즈가 제주항과 강정항에 거의 안 들어오는지 2년이 넘어가고 있다. 이제 강정항은 텅 빈 군항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국힘당으로부터 제주 제2공항을 핵 기지화 하자는 안(案)이 나왔다. 제주 제2공항이 군사공항을 겸한 것으로 건설된다면, 언젠가는 이를 지키기 위한 미사일과 사드 배치도 시도할 수도 있다.

사실 지금의 제주국제공항은 민군 공용 공항이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제주국제공항의 남북으로 배치된 두 번째 활주로 용도가 무엇이겠는가? 평화시 군사 공항으로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긴급 상황에는 정석비행장을 징발(徵發)하여 임시 사용하라. 정석비행장은 유사시 국가가 징발할 권한이 있지 않은가? 정석비행장 인근에는 민가도 없다.

나는 “제주에는 핵 기지는 물론이고 미사일 기지도 안 된다”라고 생각한다. 제주의 하늘은 막힌 곳이 없는 사통팔달(四通八達)이어서 레이더 기지도 현재의 것에서 더 확충할 명분도 없다. 제주가 평화롭지 않고 불안지대가 되면, 제주의 관광 미래는 없어진다. 제주에 ‘평화의 섬’이라는 이미지는 가장 강력한 관광 상품 구호이다. 제주도를 ‘동양의 하와이’로 만든다는 공약은 개살구 같은 정치 구호에 불과하다.

7. 군말

크루즈 선에서 객실 청소부나 식당의 웨이츄레스는 주급이나 월급이 없다. 그들은 팁(Tip)에서 수익을 올린다. 보통 특정인이 사용하는 객실 청소부와 식당 웨이트리스(waitress)는 동일인이다. 식탁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들 한 사람이 보통 20개의 객실을 담당한다. 1객실에서 미화 $100을 받아도 주급이 $2000 정도 전후 선이다. 그러나 객실이 공실이 된다면 그 수익은 형편없이 추락한다. 유람객의 여행객 모집은 크루즈 선의 운행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크루즈 선을 국내에서 운영할 때 여기에서 파급되는 문화적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크다. 대형 크루즈 선에는 위락 시설뿐만 아니라 영화관 및 공연장, 면세점, 미술관, 도서관 등등 문화시설이 있고, 제주의 농산물과 수산물이 일급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다. 크루즈 선에서의 소비는 동일 농산물과 수산물, 동일 음료의 대량 소비이다.

세계 굴지의 크루즈 선사에 세계적인 유명 주류 도매 업체가 연간 납품하는 중요한 주류는 최소 50~100만 병이다. 8만톤급 1척에 1,500실의 객실이 가능하고 3천명이 승선한다면. 하루에 삼다수 3,000병이 객실에 비치될 수 있는 것이다. 하루 세끼 식사시 사용량까지 계산한다면 하루 1만병 정도의 생수가 소모될 수 있다.

크루즈 선은 대체로 승객과 승무원이 항해 기간에 먹을 식자재를 싣고 출항한다. 8만톤급 크루즈 선에 3,000명의 승객이 탑승한다면 승무원은 2,000명 정도가 승선한다. 2,000명의 승무원은 선장에서부터 항해사 갑판장, 쇼걸이나 가수 및 연극배우, 카지노 딜러, 주방장, 청소부와 안전원 등등 다양하다. 승선 인원 5,000명이면 하나의 작은 마을이 통째로 움직이는 규모이며, 숙식비는 승선비에 포함되어 있지만, 3,000명이 내부에서 쇼핑과 카지노애서 사용하는 주간 소비액은 작은 도시보다 크다.

8. 맺는말

지금 세계의 크루즈 선사들은 대형 유람선 건조의 붐이 일고 있다. 1990년 초만 해도 세계 최대의 크루즈 선은 RCCL 소유의 8만톤급 ‘소버린 오브 씨즈’호이었으나, 그 배들은 이미 퇴역하였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카리브해에 운항하던 크루즈 선은 선령이 50년에 이르는 2만 톤급도 여러 척이 있었으나 지금은 선령 30년 미만 만을 투입하고 있다.

크루즈 선은 해마다 양탄자를 교체하는 등 내부 수리를 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드라이 독에 넣고 도장(塗裝)과 엔진을 점검한다. 항공기 정비만큼이나 까다롭다. 지금은 이미 23만 톤이 넘는 크루즈 선이 취역(就役)하는 시대가 되었다.

50만 톤급의 크루즈 선도 건조가 가능한데, 그 경우에 크루즈 선은 천천히 움직이거나 그 자리에 정박해 있고, 인근 항구에서 선박이나 항공기로 손님을 모셔와 태운다는 계획이다. 그 경우에는 선택 관광이 거의 사라질 것 같다.

지금 세계의 여러 항만은 크루즈 접안을 위한 항만 확장 및 건설에 들어가 있다. 국내의 여러 항만에서도 20만 톤급 크루즈 선 접안을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8년여 년 전에 중국 굴지의 모 항만 건설사 설계책임자 두 명이 통역과 섭외자를 대동하고 서울과 부산 등지를 둘러 본 적이 있다. 한국의 항만 건설에 자신들이 참여할 입지를 조사한 것이다.

내게도 자문을 요구해 왔기에 서울 여의도 모 광역지자체의 사무소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 회사가 투자하고 자신들 회사가 운영하고 싶어 했다. 그것이 어려우면 선 건설 후 결재도 가능함을 언급했다. 나는 그들에게 “한국에서의 항만은 국가의 기간 시설이므로 외국 기업의 투자가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한국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항만 건설에 참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라는 의견을 주었다. 그들은 공항 건설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반도에서 제주는 기후와 입지에서 한국 크루즈 산업 태동의 적임지이다. 나는 인천광역시와 전남 목포시, 제주특별자치도와 부산광역시, 강원도 속초나 강릉시 등등과 연합하여 공동으로 운영하는 6~8만톤급 1척을 보유한 크루즈 선사를 세울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제주항이나 강정항은 동절기 코스와 하절기 코스의 모항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하절기 코스는 인천항이나 부산항이 모항이 되어도 동절기 코스는 제주항이 모항이 될 수 있다. 물론 각 시와 도의 항구가 서로 모항이 되려 할 것이기에 실행에 어려울 수는 있다. 그러나 주도적으로 투자하는 지자체가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의 여건상 크루즈 선사의 설립은 당분간 불가능할 것이다.

아직 제주에는 중국이나 일본을 잇는 국제선 페리호가 없다. 물동량이 없기 때문일까? 제주에서 중국을 잇는 페리호를 단독으로 띄울 수 없다면, 목포-중국(청도)-제주 등 세 지역을 거점으로 운항하는 페리호는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것부터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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