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1. 성산 제2공항의 우려

나는 2017년 8월 7일자 인터넷 <제주투데이>에 「[제주담론] 사드배치,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를 기고한 바 있다.

그 기고문에서 “강정 마을에 해군기지가 계획될 때부터, 관광객의 폭주로 포화상태에 이르면 기존의 제주국제공항을 군사공항으로 겸용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언젠가는 제주에 군사 목적을 겸한 신공항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게다가 해군기지를 엄호할 군사항공기지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전략적 목적에 의하여 중국으로부터 비교적 거리가 좀 떨어진 제주도에서 가장 서쪽인 성산읍 일대로 신공항이 결정되었다.”라고 언급하였다.

당시 제주 제2공항 설치 반대론자 그 누구도 그런 예측을 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강정항이 건설되는 것을 보면서 제주에 군사공항의 필요성을 예견하였다. 지금에 와서야 말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섣불리 말할 수 없기에 마치 나의 의견이 아닌 것처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나의 이 우려 표명은 성산신공항은 군사공항으로서의 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민간에서 예측한 첫 번째 글이다. 이후 2~3년 시간이 흐르며 나의 이런 예측은 반대론자들도 받아들였고, 이제 이는 기정사실로 되는 감이 있다.

제주 제2공항 위치도. [자료 출처 - 제주도청]
제주 제2공항 위치도. [자료 출처 - 제주도청]

제주에 제2공항 적지를 찾는다고 할 때 나는 서귀포 서쪽의 알뜨르 비행장 인근을 생각하였다. 그쪽이 태풍의 피해가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산읍 지역이 제2공항 적지로 발표되었다. 이에 나는 <제주투데이>에 기고한 위의 기고문에서 “나는 여기에서 중국을 친구가 아니라 적으로 돌린 수구정권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라고까지 언급하였다.

중국이 양안사태로 인하여 강정항과 제주 제2공항을 마하5 속도의 미사일로 동시에 공격한다면 강정항에 미사일이 떨어진 2분후에 제2공항에 떨어지는 40km가 조금 넘는 거리이고, 그 2분은 미사일을 탐지하여 요격할 시간이다. 즉 나는 강정항에서 서쪽으로 공항을 하지 않은 이유가 이것으로 유추하여. 수구 정권을 반중국 정권이라 언급한 것이다.

나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의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를 뛴 것과 같이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여왔다. 서귀포시는 제주시보다 인구가 1/2에 불과하므로 반대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고, 찬성측은 찬성 여론을 조성할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특히 제주 상권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제주시 상인들은 제2공항이 서귀포 어디에 생기든 상권(商圈)과 상권(商權)을 상당히 빼앗긴다고 착각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제2공항 건설문제는 서귀포시민과 제주시민 간의, 그리고 각 시의 시민들은 찬반을 두고 내부 갈등의 국면에 들어가 있다.

현재 도민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 상황의 극복은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처음부터 제2공항 건설을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반대를 관철하기 위한 기만적 술수라 할 수도 있다. 제주도는 민주당이 강세지만, 지난 6월 1일 도의원 선거에서 국힘당이 서귀포시 일부 지역에서 선전하였다. 그 원인은 제2공항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국힘당의 공약이 서귀포 지역에서는 먹힌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국힘당은 핵 기지화라는 기름을 부었다.

2. 국힘당의 망발, 제주 핵 배치

지난해 12월 26일 국힘당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위원장 한기호)가 정부와 유관기관에 전달할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공격 임박 시 미국 핵무기의 한반도 전진 배치를 추진해야 하며, 그럴 경우 제주도가 최적지”라는 주장을 했다. “다른 지역은 거리가 짧아 북한의 선제공격에 취약하고, 미사일 방어도 곤란하다는 점이 제주를 최적지로 판단했다”라는 것이다.

또 “제주도에 미국 전략폭격기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건설 및 핵무기 임시 저장시설 구축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명시했으며, “제주 제2공항 건설 시 이를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 같은 사실은 12월 26일 저녁 <채널A>가 ‘단독’으로 보도한 데 이어, 27일 일부 중앙언론과 공중파 TV 및 제주지역 언론사가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제주 제2공항을 핵기지로 만든다면, 그것은 서귀포 지역의 제2공항 찬성론자들도 반대할 것이다. 이에 당황한 국힘당 제주도당은 문제의 특위 문건은 ‘찌라시’이며 관련 언론보도를 100% ‘오보’라고 규정하였다. 2024년 4월 총선에서 국힘당의 입지 몰락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보수적 입장에서 볼 때, 제주에 제2공항이 건설되는 것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의 공항은 필요시 공군이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제2공항을 핵 기지화를 위하여 건설한다면, 제2공항 건설 찬성론자들도 대다수 극심한 반대를 할 것이다. 이것은 제주가 현대사의 제노사이드를 극복하고 쌓아온 평화의 섬이라는 모토를 일거에 부정하고 파괴당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도지사로서 제 입장은 단호하다. 평화의 섬 제주에 핵 배치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 (중략) 보고서를 당장 폐기할 것을 정부·여당에 강력 촉구한다. 제2공항이 군사공항으로 활용된다면 건설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못 박고 나섰다.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 양상은 이제부터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고, 제주에서 국힘당의 입장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질 것이다.

3. 남한만이라도 한반도 비핵화를 유지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이던 2021년 9월 22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한 노력에도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강력히 요구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계속 북을 적대적으로 주적이라 말하며, 선제 타격과 핵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북을 위협하는 행동이다.

남북 간이나 국제 사회에서의 모든 대응은 상대적이다. 남측에서 북을 적으로 돌리고 위협을 하면, 북도 남을 적으로 돌리고 위협을 한다. 이러한 상대적으로 반응하는 상황을 모른다면 무지한 것이고, 잘 알면서 이렇게 몰고 나간다면 〇〇놈이다. 남한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책은 유지하여야 한다.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은 민간공항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미국에 발목잡혀 남북관계의 성과가 제한적이었지만, 그나마 문재인 정부가 5년간 다져 놓은 평화 기반마저 지금 수구 정권은 일시에 허물고 있다. 대책 없이 최악의 냉전을 조성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제2차 한국전쟁이 일어나면 전면전이 될 것이며, 우리 민족 문화재 대부분은 잿더미가 되어 우리는 문화재가 없는 야만족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많은 인재를 잃어버린다. 그러고서도 남북은 통일되지를 못한다. 미국이 한반도의 남쪽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중러도 한반도의 북쪽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은 어느 외세의 편도 들지 않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평화적이고 자주적인 상생의 공존을 선택할 때 통일될 수 있다. 우리 민족이 문화재가 없는 야만족이 되고, 많은 인재를 잃어버린 상태로의 통일은 의미가 없다. 그것은 민족의 자멸이기 때문이다.

4. 제주 제2공항은 낙후된 제주도 동부지역을 변화시킬 기회

나는 제주 제2공항이 성산에 건설하는 것으로 결정된 후에, 제2공항은 제주도에서 가장 낙후된 제주도 동부지역을 변화시킬 기회로 보았다. 낙후된 제주도 동부지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구성하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때마침 제주도정은 15분 행복도시를 공언하였고, 그것은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고무적인 시도로 판단하였다. 한라산 백록담을 좌표로 두고 45도(度)의 사선을 그으면 현재의 제주국제공항과 제2공항의 대체적 활용 영역이 나누어진다. 서귀포 대정이나 중문에서는 현재의 제주국제공항이 가깝고, 구좌에서는 제2공항이 더 가깝다. 조천에서는 어느 공항이든 이용할 만한 거리이다.

평화를 모토로 하는 제주도의 많은 도민은, 제주시 구좌읍과 조천읍, 서귀포시 성산읍과 표선면 남원읍, 그리고 서귀포 구도심을 채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생각하는데, 느닷없이 핵 기지로 만들자는 국힘당의 주장은 제주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제주는 더 이상 안전지대, ‘평화의 섬’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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