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차 당대회를 치르고 23일 개최한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선출한 지도부는 말 그대로 ‘시진핑 1인 체제’가 공고화 됐음을 확인시켜줬다. 세계적 관심 속에 시진핑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한 것은 물론 7명의 당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을 측근들로 구성한 것이다.

G2로 성장한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치른 이번 당대회와 지도부 선출에 대해 정치적 해석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정작 더 눈길을 돌려야 할 곳은 의외로 다른 그림일지도 모른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6일 20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안보’를 50회나 언급했지만, “(미국과의) 관건적 핵심 기술 공방전에서 결연히 승리해야 한다”며 “전략적 성격을 가진 국가 중대 과학기술 프로젝트 실시를 가속화하고, 자주적 혁신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중 패권경쟁이 안보는 물론 핵심 기술 분야에서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병한, 『테크노 차이나 -대반전과 대격변의 서막』, 라이스메이커, 2022.8.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병한, 『테크노 차이나 -대반전과 대격변의 서막』, 라이스메이커, 2022.8. [자료사진 - 통일뉴스]

10년 전 “작게는 미중 사이의 반전을, 크게는 동서 사이의 대반전을 설파하는 데뷔작”으로 『반전의 시대 -세계사의 전환과 중화세계의 귀환』을 썼던 “개벽학자이자 지구학자이며 미래학자를 지향한다”는 이병한이 “10년 만에 드디어 21세기 중국 굴기의 핵심을 테크노 차이나(Techno-China)로 갈무리하게 됐다”며 『테크노 차이나 -대반전과 대격변의 서막』(라이스메이커)을 내놓은 점도 주목된다.

이병한은 『유라시아 견문』(1.2.3, 서해문집)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석박사 논문을 모두 중국을 주제로 쓴 중국 전문가다. 그로서도 10년 전만 하더라도 “과학과 공학과 결합된 디지털 이스트(Digital East)의 중흥, 기술대국으로서 중국의 부상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경쟁의 본질도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명명된 대중국 견제전략은 결국 ‘경제 안보’를 명분으로 대중국 경제 봉쇄로 귀결되고 있고,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해 우리 경제에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저자는 “2022년 현재, 중국의 가장 큰 대세, 메가 트렌드는 뭐니 뭐니 해도 기술대국을 향해 초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고 “2049년 건국 100주년을 다짐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비전과 미션 또한 테크노 차이나의 완성”이라고 평했다.

저자는 미래기술의 최첨단인 △스페이스 테크 △바이오 테크 △어스 테크 △디지털 테크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이 미국에 못지않은 정도를 넘어 이미 앞서고 있는 사례들을 숱하게 제시하고 있다.

‘스페이스 차이나’만 보더라도 2016년 세계 최초로 양자과학위성을 쏘아 올렸고, 2018년부터는 위성 발사 횟수가 미국을 추월했으며, 2019년 세계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 같은 해 역대 최강의 우주로켓 창정 5호를 쏘아 올렸고, 2021년 화성 탐사를 실현했다. 앞으로 계획된 일정과 투입될 인원 등에서도 미국에 비해 월등하다는 평가다.

폭넓은 문명사적 안목을 갖춘 저자는 중국의 첨단기술력을 단순한 서양과학에서의 추월로만 단정짓지 않는다. 중국 전통 의학서에 기록된 개똥쑥에 착안해 숱한 실패 끝에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해 말라리아 박멸에 기여한 3무(無), 박사 학위도, 원사 칭호도, 해외 유학 경험도 없는 투유유가 2015년 생리의학 분야 노벨상을 수상한 사례를 각별히 다루고 있다. “중국의 오래된 전통의학과 서방에서 전수된 현대적 임상의학이 융합해 전 인류의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한 사례”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나아가 “중국의 4대 발명품인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술을 융․복합해 서방이 중국을 제압한 사태가 1840년 아편전쟁”이었고, “역사는 돌고 돌아 다시금 기술대국 중국이 귀환하고 있다”는 고금을 아우르는 통시적 해석이나 “중화인민공화국은 마오를 통해 농업 문명에서 산업 문명으로 이행했고, 덩을 통해 상업 문명으로 이행해 소강 사회를 이루었으며, 시의 지도 아래서 생태 문명이 구현되는 대동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것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다”라는 중국 현대사 재해석 시도 등은 저자의 시야와 시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새로운 개념 규정과 미래 전망도 넘쳐난다. 특히 “22세기 인류는 테크놀로지와 에콜로지를 분리해 말하고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마저 있다”며 ‘기술과 결합된 생태계’, 즉 테콜로지(Tecology)를 전망하며 정점을 찍는다. “정녕 지구 진화사의 새로운 단계, 뉴테라의 뉴노멀로서 테콜로지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러나 자칫 넘쳐나는 새로운 개념 규정과 개념 간의 융․복합이 아직은 다소 산만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고, 중국의 첨단기술 관련 낙관적 전망들에도 의문부호가 붙을 여지가 있다.

“지구에는 무해하고 인류에는 이로운 만인-만물-만사의 멋진 신세계, 뉴플래닛(New Planet) 뉴플랜(New Plan)의 여명기에 당도한 것”, “의료부터 교통까지 모든 것의 비용은 낮아져 0으로 수렴해 갈 것이다... 살아가는 비용이 거의 필요하지 않는 무상의 세상, 무위의 자연이 펼쳐지는 것이다”와 같은 유토피아적 전망이나 “21세기의 디지털과 20세기의 사회주의의 결합,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최적화된 정책 서비스를 제공하는 멋진 신세계, 수학적 사회주의를 향해 진화하고 있는 것”과 같은 중국 예찬 등이 그러하다.

저자는 “인류는 마침내 디지털 신세계와 접속함으로써 농업 문명 시대의 1인 통치와 산업 문명 시대의 다수 정치를 지나 창업 문명 시대의 무위자치(無爲自治)의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며 “테크노-차이나의 향로를 탐구하다 디지털-이스트의 도래를 목도하며 마침표를 찍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가 ‘유라시아 미래 지도’를 그리며 ‘미래학/지정학 3부작’ 중 두 번째로 이번에 내놓은 『테크노 차이나』는 분명 첫 번째 단행본 『단번도약, 북한 마스터 플랜』보다는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저작임에 분명하다. 그의 세 번째 작품이 될 『2050 유라시아 대전략』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지난 8월 출간된 책을 이제야 소개하는 게으름을 피웠지만, 20차 당대회를 거쳐 시진핑 3기이자 1인 체제가 자리잡는 과정을 지켜보며 놓쳐서는 안 될 큰 그림을 짚어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늦게나마 이병한의 『테크노 차이나』를 소개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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