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권의 대외정책 우선순위는 유럽에서 러시아를,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불구자로 만들어 미국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미러 대리전이 벌써 8개월이 넘게 벌어지고 있다. 애초 바이든은 미영 나토의 무기 지원으로 쉽게 그리고 조기에 러시아군대를 괴멸시키고 승리할 것으로 내다본 것 같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가고 그만 우크라이나에 발이 묶이게 됐다. 따라서 아시아로의 전선 이동과 대만을 무대로 한 미중 대리전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이제는 한반도가 다음 차례로 ‘미중 대리전’ 전초기지가 될 걸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방문과 해리스 부통령의 38선 비무장지대 최전선 시찰은 분쟁지역을 골라 찾아다니며 불을 지피자는 게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 대만을 무대로 한 미중 대리전이 벌어지면 한일은 특공대로 뛰게 돼있고 주한일 미군의 대만 파견은 법적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돼 있어서 기정사실인 것 같다. 최근 에스퍼 전미국방의 <미국의 소리> 인터뷰 중, “중국의 대만 침공시, 한일은 자동적으로 무력 개입하게 돼있다”는 충격적 발언을 했다. 에스퍼 국방의 경력과 영향력을 고려해 봐도, 그의 발언에 신뢰가 간다는 말이다.

작금에 와서 전 세계는 코로나, 인위적 자연적 재해, 그리고 갖가지 제재와 전쟁으로 생과 사의 기로에서 악전고투 하고 있다. 대국이요 선진국이라는 명함을 가진 나라는 누구보다 먼저 전 세계가 직면한 제반 문제를 풀어내는 데 전력투구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누가 감히 부정하겠나. 바로 이들이 기후환경과 지구를 병들고 썩게 한 당사자다. 또, 이들이 거미줄처럼 제재를 쳐놓고 전쟁을 즐기는 전범들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최대의 피해는 죄없는 개발도상국이 뒤집어쓰고 있다. 세상을 제멋대로 주물럭거리면서 전쟁과 패권에 눈이 먼 미영이 최대 최고 가해자들이다.

민주, 자유, 평화, 인권을 염불처럼 외우는 게 유럽선진국들이다. 이들은 미국편에 줄서서 무기를 대주고 확전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가재는 게 편’이라는 게 있다. 이들에게 적용되면 딱 제격이다. 나토의 확장과 러시아의 안보가 충돌해 터진 게 우크라 전쟁이다. 냉전 종식과 동시에 러시아는 유럽연합의 성원이 되기를 간청했으나 미영 주도 나토와 유럽연합은 이를 단칼에 잘라버렸다. 최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러시아 참여 없는 유럽의 평화는 없다’고 한 발언에 세삼 주목하는 이유다. 또 그는 “유럽을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러시아”라고 외쳤다. 전적으로 옳다.

유럽 대부분 나라들은 막을 수 있었던 전쟁을 막지 않았다는 걸 통감하기 시작했다. 늦게나마 미국의 검은 정체를 이제서야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유럽은 미국에 이용만 당했고, 심지어는 속았다고 규탄하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수십 만 사상자를 내고 우크라 전 국토를 피로 물든 폐허로 만든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 확실하다. 2월 전쟁이 개시되면서 러-우 평화회담이 4번이나 개최됐다. 지난 4월, 5차 러-우 평화회담이 에르도안 터기 대통령 주선으로 터키에서 개최됐다. 여기서 양측은 만족할 성공적 합의에 도달했다.

전 세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취며 지지를 아낌없이 보냈다. 허나 불행하게도 젤렌스키가 합의 다음날 “러시아를 어떻게 믿느냐”라는 구실로 최종 합의를 걷어차고 말았다. 젤렌스키의 변절 배후에 미영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이 들통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십 만의 무고한 우크라 시민이 흘린 피가 온 나라를 피로 물들이고 폐허가 됐다. 반대로 미국의 전쟁상인들은 돈방석에 올라가 팔딱팔딱 뛰면서 쾌재를 불러대고 있다. 희비쌍곡선이 교차된다고 하겠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따 먹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전쟁 최대 수혜자가 미국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나토와 유럽연합에 심각한 균열 반목이 나타나고 있다. 거센 소요와 항의가 들불처럼 유럽으로 번지고 심지어 반나토, 반정부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에너지 대란을 겪는 유럽이 미국 에너지에 의존하게 되면서 미국의 수출가가 평소보다 서너 배 이상 비싸다는 것에 대해 일제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따라서 발틱해저 가스관 폭파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다. 바이든은 전쟁 직전, 발틱 가스관 제거를 언급했었고, 블링컨 국무는 ‘무한대의 기회’(Tremendous Opportunity)라면서 희희낙락하는 꼴을 보인 바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미국의 돈과 무기로 치러지는 전쟁이라 ‘미러 대리전’이라 부르고 우크라군을 ‘용병’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근 돌연 ‘윤석열’을 두고 ‘제2 젤렌스키’가 되고 있다며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들려오고 있다. ‘미중 대리전’이 한반도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든의 ‘신냉전’에 발맞춰 벌이는 반중러 전선에서 지나치게 미국편 특공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윤 정권을 매우 위험하다고 보는 것 같다. 대북 적개심에 불타는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을 ‘주적’이라며 ‘선제타격’을 복창하고 있다. 또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는 망언도 해댄다.

북 수뇌부 참수작전 ‘작계5015’가 이번에도 ‘을지 한미훈련’에 포함됐다. 이 훈련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철저한 신념 때문에 동포들이 결사적 저지에 나섰지만 끝내 강행되고 말았다. 이것은 국민들의 전쟁 공포를 확대시키고 북한과 주변 강대국들의 안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중러의 대응으로 보이는 징조가 바로 나타났다. 한미훈련 종료(9/1)와 동시에 중러인도를 비롯한 13개 다국적군의 군사훈련이 <바스톡-22>라는 이름으로 한반도의 머리 위 동해에서 벌어졌다. 5만명의 병력이 동원됐고 중국은 육해공군 3천명을 파견한 초대형 훈련이다.

중러는 윤 정권에게 미국이 벌이는 반중러 행각에 끼지 말라고 여러 차례 충고했다. 중국을 가장 자극한 것은 윤 정권의 사드 추가 배치 추진이고, 러시아가 윤 정권을 밉게 보는 큰 이유는 제3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을 몰래했다는 사실일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 기원은 ‘안보’다. 여기서 우리는 ‘자기 안보도 중하지만, 남의 안보도 반드시 존중 고려돼야 한다’는 원칙을 교훈으로 받아 안아야 한다. 박진 외교장관은 중국까지 가서 문 정권의 ‘3불 약속’을 무효라고 했다. 주한미군은 사드 추가 배치를 10월에 끝내겠다고 했다. 과거 경제 보복을 잊은 무례한 악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훈련은 한국을 비극으로 몰아넣는 시발점이다. 이게 김정은 위원장의 ‘핵 법제화 선언’(9/8)의 배경의 하나일 수 있다. 한반도 머리 위에서 중러를 비롯한 다국적 대규모 군사훈련도 이번 한미훈련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인다. 또한 북 인민군의 전술핵 운용부대 군사훈련(9/25-10/9)도 같은 맥락일 것 같다. 미 레이건 핵항모가 참가한 한미일 독도 인근 해상훈련에 맞서 북측은 일본을 통과해 태평양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중장거리 미사일(4,500km)을 발사했다. 북의 전폭기 12편대가 무력시위까지 했다. 욱일기를 달고 일본 자위대가 독도까지 출현한 것에 대한 응징의 일환일 수 있다.

북측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는 남측은 미 핵함정을 앞세우고 일본까지 끌어들여, 그것도 하필 독도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건 도발이 아니고 신선놀이란 말인가… 일본을 끌어들인 걸 질타하자 윤 대통령은 “핵위협에 무슨 시비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식민지의 아픈 역사와 민족의 자주 긍지 존엄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친일을 하지 못해 환장한 사람 같다. 윤 정권은 출범하면서부터 전술핵 재배치를 미국에 통사정하고 있다. 이것은 진짜 화약고에 불을 당기는 미치광이 같은 짓이다. 경제와 안보가 작살나더라도 전술핵을 머리에 이고 살겠다는 건가… 아, 참 기가 막힌다. 분통이 터진다.

윤 정권을 ‘검찰정권’ 또는 ‘검찰공화국’이라고 부른다. 너무도 무능해서 통치능력이 전무하다는 게 까밝혀져 국민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의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놀란 윤 정권은 살아남기 위해 비장의 공안정국 카드를 뽑아들었다. 북풍을 몰아치면서 하는 짓이란 안보타령, 종북소동뿐이다. 하긴 그게 유전자이기도 하지만, 보고 배운 게 그것 밖에 없으니… 대북삐라 살포 금지를 준수하라고 정부가 발표한지 몇 주가 안 돼, 박상학 탈북단체가 대량의 삐라를 북측으로 날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삐라의 일부만 압수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정부 발표는 삐라 살포 신호였고, 경찰은 압수 시늉만 한 셈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보는 게 무리가 아니다. 국민을 정면으로 우롱한 처사다. 언제나 그랬듯이 북한의 도발이 필요하면 박상학 일당이 삐라를 대량 살포한다. 북의 도발 유인이 그의 전문이다. 공안정국 조성뿐 아니라 반중 전선을 강화하는 데에 북의 도발이 절박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한미는 판단한 것 같다. 북의 도발을 유인하기 위해 주한미군도 나섰다. 이들은 철원사격장에서 다연장 미사일 사격훈련을 무려 10시간이나 계속 해댔다. 전례없는 일로, 무슨 불길한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

분단선 전방지역에서 벌인 주한미군의 미사일 훈련에 대응해 북측은 서해로 130여 발, 동해상으로 40여 발의 거의 요격 불가능 미사일 발사하고 ”강력한 대응 군사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설상가상으로 윤 정권은 핵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북의 개인 및 단체 등 16개에 제재를 가하고 나섰다. 실효성도 없는 제재이긴 하지만, 미국도 뒤따르라는 신호를 보내고 위기를 고조시킬 의도라고 보일 뿐이다. 지금 한반도는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위기다. 전쟁의 먹구름이 단계적으로 짙어지고 확대되고 있다. 평화를 위한 노력은 보이질 않고 오로지 ‘강대강’만이 판치고 있다.

합참은 북측이 ‘9.19군사합의’를 위반했다고 성토한다. ‘6.15’를 비롯한 남북 합의를 모조리 정면 거부할 뿐 아니라 평양에 끌려 다니며 야합해서 내놓은 문서라고 폄훼하는 주제에 ‘평양선언’의 일부인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핵을 내려놓으면 잘살게 해주겠다는 ‘담대한 구상’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헛소리다. 실은 핵을 내려놓지도 못하게 하고 가지지도 못하게 하면서 이미 물건너 간 핵폐기 소리는 지겹게도 해댄다. 한반도를 냉전 시기에는 반공 전초기지로, 냉전 후에는 반중러 전초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악마화 된 북한의 악역이 절대 필요하다고 미국은 믿고 있다.

북핵 1등 공신은 미국이지만, 북핵 결정적 요인인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적극 부역하고 있는 남측도 절대 북핵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부인할 도리가 없다. ‘남북합의’만 충실히 이행됐어도 북핵이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서다. 윤 정권은 ‘핵무력 법제화’로 북한이 핵위협을 한다고 한다. 2차 대전에서 핵을 쓰지 않고도 승리가 확실했음에도 핵을 투하했다. 쿠바 미사일을 최대의 안보위협이라며 케네디는 핵전쟁을 선언했다. 또한 세계 최대 핵보유국이 미국이다. 케네디 이후 핵전쟁을 선언한 나라는 아직 없다. 이제는 북핵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흥노 / 재미동포, 워싱턴 시민학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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