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1. 평화포럼의 전성시대로

평화는 유리로 만든 꽃병과 같다. 쉽게 깨어진다. 집에서 쓰는 깨어진 꽃병은 버리면 되지만, 박물관에 소장된 깨어진 고려자기는 조각을 맞추어 원형대로 복원하여 소장한다. 고려자기처럼 평화는 깨어진 꽃병 신세가 되더라도 버릴 수가 없다.

한반도 평화에 금이 가고 있다. 국힘당 정부와 정당은 집권한 후에 평화가 깨어지는 쪽으로 밀고 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신냉전 시대의 문을 열고 있고, 국내의 여러 지방에서 크고 작은 평화포럼이 추진되고 있지만, 강원도의 새로 취임한 김진태 도지사는 취임하자마자 평창평화포럼과 평창영화제를 없애겠다고 공언하였다. 강원도의 평화 정책을 초토화하는 대단한 수구 도지사이다. 김진태 도지사님, 평창평화포럼은 귀하가 국제적으로 놀 수 있는 앞마당입니다. 그냥 계속하시죠.

2. 미래를 위한 평화 제주를 기대한다

제주포럼의 목적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것이다. 평화의 일차 대상이 제주와 한반도의 평화이며, 이차 대상이 동북아의 평화이고, 더 나아가 세계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평화는 상대적인 것이다. 제주와 한반도 평화의 상대적 대상은 조(북)중러와 한(남)미일의 평화적 교류 교역에 있다. 조중러와 한미일을 편 가르며 나가는 것은 한반도에 큰 손해를 끼친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우선 남북 간의 대화와 공존의 추구에서 나온다. 필자는 동북아는 삼족정(三足鼎)의 형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여 왔다. 남북과 미일과 중러의 외교와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그 상태가 고착되면 주변 4대 강국 누구도 한반도 통일과 협력을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안정적으로 한반도 평화가 이루어지면 북핵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나는 “현 정권에서도 정치 군사 외교 이외의 분야, 즉 제주의 경제 및 문화와 민간사회적 측면에서 제주의 평화정책을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최대한 허용해 주어야 한다”라고 믿는다.

3. 사드 배치로 인한 최대 피해 지역은 제주

박근혜 수구 정부가 성주에 사드를 기습 배치하고 중국은 우리나라에 경제 제재를 하였다. 그 경제 제재로 가장 피해를 본 지역은 성주나 경상북도가 아니라 제주도와 수도권이다. 중국 기업의 제주 투자와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사실상 제주 경제를 반 토막 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우유부단함과 배타성이 큰 제주에 투자한 중국 자본의 고전(苦戰)은 제주 경제에 대한 미래를 흐리게 하고 있다. 처음부터 무조건적 투자유치가 아니라 상호주의적 투자 유치책이 필요하였으나, 그런 정책은 아예 없었다. 게다가 제주도 보수파들만의 좁은 인재풀(人才 Pool)로는 거대한 중국 기업들을 상대하기가 버거웠다.

신냉전 시대에 제주도가 살아남는 길은 평화의 섬으로서의 활동과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즉 구태의연한 제주포럼의 보수파 수준의 기획은 새로운 방향으로 쇄신되어야 한다. 금년도 평창평화포럼은 ‘짐 로저스J(im Rogers)’가 기조연설을 하였다. 제주포럼에서도 그러한 행사 추진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4. 금년의 제주포럼은 구태의연했다

14일부터 16일까지 제주포럼이 서귀포 중문에 있는 제주국제컨벤션센타에서 열렸다[사진 제공 - 이양재]
14일부터 16일까지 제주포럼이 서귀포 중문에 있는 제주국제컨벤션센타에서 열렸다[사진 제공 - 이양재]

지난주 14일부터 16일까지 제주포럼이 서귀포 중문에 있는 제주국제컨벤션센타에서 열렸다. 2001년에 시작한 제주평화포럼은 2011년 제6회까지는 격년제로 개최하다가, 그 이듬해인 2012년부터 금년까지는 매년 개최하고 있으니 금년으로 제17회이다. 포럼의 명칭도 2011년에 ‘제주평화포럼’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으로 바뀌었다.

나는 2009년 이래 이 제주포럼에 간헐적으로 참석했다. 제주포럼은 바람직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지난 8년간은 제7기 지방정부의 한계성을 갖고 기획되어 원 지사의 국제활동을 위한 리그로 진행됐다. 금년의 포럼은 7월에 출범한 제8기 지방정부가 주최하는 첫 포럼이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지난 제7기 지방정부의 한계성이 내재해 있는 연속선상에 있다.

금년도 제주포럼의 첫날은 직접 참석하여 보았으나, 40년 지기의 타계로 상경한 탓에 첫날 이후의 진행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분석해 보면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구성에서 원 지사 방식의 보수적 구태의연함과 행사를 위한 구색 맞추기 진행이 드러난다. 행사의 짜임새는 훌륭해 보이지만 내실이 빈약하다. 그런데도 제8기 도정은 남방 경제정책 방향을 훌륭하게 표출해 내었다.

5. 여적(餘滴)

제주포럼은 17회나 계속되었지만, 지난 7년간은 포럼을 위한 포럼이었을 뿐이다. 행사를 위한 행사였다는 이야기이다. 제8기 지방정부가 초장에서 틀을 잡지 않으면 이대로 구태의연하게 나갈 것이다. 제18회 제주포럼은 오늘부터 당장 준비해야 한다. 수구 지방정부의 그림자를 떨치고 민주 지방정부가 새로운 변환의 출발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번 제주포럼은 “갈등을 넘어 평화로: 공존과 협력”이다. 다분히 남북정책을 생각한 듯하다. 첫 번째 날의 첫 번째 프로그램이 「삶의 영역에서 시도되는 한반도 평화와 공존 – 두만강 국제연합도시 건설 예시를 통해」를 참석하여 유심이 분석해 보았다. 대체적으로 ‘말의 성찬’이다. 말로는 그럴 듯하게 그림을 그리지만, 실행력은 뜬구름 잡는 식이다. 제주포럼의 목적과 방향, 그리고 실천은 일치되어야 한다. 환상만 심으려는 발표회는 의미가 없다.

아마추어는 말만으로 전문가의 흉내를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전문가의 실행력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세계적인 일류 기업은 어려운 난국을 타개할 때, 자회사가 신뢰하는 사람을 협상자로 내세우지 않는다. 상대측 기업이 신뢰하는 사람을 협상자로 내 세운다. 그것이 일을 쉽게 풀어나가게 한다. 평화를 풀어나가는 것도 그렇다. 오랜 기간 상대방과 교섭해서 상대방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나선다면 일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제주의 인재풀은 기초에서부터 다시 조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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