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살림터의 송영현 대표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8일 오후부터 국가정보원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출판계를 비롯한 문화예술계에 국가보안법 논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송영현 대표는 지난 5월 20일 「김정일의 통일전략」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 `이적단체 고무 찬양`과 `이적표현물 제작 반포`, 제8조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회합 통신` 등의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은 조사를 마친 뒤 송씨를 검찰로 송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서적 출판으로 국가보안법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되는 셈이다.

「김정일의 통일전략」은 조총련계 재일교포인 군사외교 평론가 김명철씨가 쓴 「남한붕괴 김정일의 군사전략」을 재미교포 윤영무 미주 민족통일학교 이사장이 번역한 것으로 남북정상회담 20여일 전에 출간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교보문고의 주간 베스트셀러 정치.사회분야 집계에서도 5주 연속 10위 안에 드는 호조를 기록했다.

저자는 김정일의 전략대로 북한이 미국과의 대결에서 승리해 미국을 무력화.중립화시킨 뒤 평화협정을 맺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예속된 남한정권은 존재의의를 상실해 자동소멸하게 되며 김정일은 연방통일을 달성하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송씨는 이 책의 판권을 송학삼 민족통일학교장으로부터 사들였으며 책을 출판한 뒤에도 김명철씨와 송학삼씨 등과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의 부인 장청화씨는 연합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책 내용이 오늘날 한반도 상황과 많이 어긋나 출판을 많이 망설인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미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이 발표된데다 필자가 미국에서도 인정하는 군사전문가여서 책을 낼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당시 출판사 사정이 어려워 판권을 팔 생각도 했으나 민족통일학교 측에서 인세 대신 상당 분량의 책을 사주겠다고 제의해왔으며 제목과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데도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일의 통일전략」은 초판 3천부 가량이 팔려나간 뒤 3판까지 서점에 진열 됐으나 국가정보원은 판매 재고분은 물론 원본, 컴퓨터, 인쇄 필름 등을 모두 압수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가보안법 조항을 탄력성있게 적용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으나 송영현씨의 혐의사실이 명백한데다가 다른 유사사례가 빈발할 것으로 우려돼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출판인들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이 더욱 본격화되고 있는 시기에 낡은 법조항을 들이대 출판사 대표를 조사하는 것은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며 반대성명을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문화예술단체와 인권단체 등도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목포대를 졸업한 뒤 출판계에 뛰어든 송씨는 90년부터 살림터를 운영해오면서 북한 소설 「벗」과 「쇠찌르레기」, 남북한 연구논문집 「단군과 고조선」등의 북한 관련 저작물을 많이 출간했다. 송씨는 94년에도 「내가 만난 북녘사람들」을 펴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연합200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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