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오후 방한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및 의회 대표단과 전화통화를 갖고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전화통화는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40분에 걸쳐 펠로시 의장과 배석한 하원 의원 5명, 주한미국 대사가 참여한 1+6 형식의 전화 회담으로 진행됐고, △외교, △국방, △기술협력, △청년, △여성, △기후변화 이슈 등을 다뤘다.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 일행의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구역 방문 일정에 대해 “이번 펠로시 일행의 방문이 한미 간에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당국자는 “오늘 오전에 북한이 중국의 입장을 두둔하는 중앙통신의 문답 형식의 메시지를 발표한 것 같다”며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을 통한 서울 방문에 대해서 북한도 불편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추측된다”고 분석하고 “펠로시 의장 일행이 JSA 지역을 견학한다고 해서 그것이 직접적인 도발로 간주하기는 무리”라며 “우리 정부도 현재 북한에 계속 대화의 창구, 채널, 인도적 지원을 제의해 놓고 있는 상태”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펠로시 의장과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대해서 행정부와 의회가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될 필요성에 대해서 얘기했고, 우크라이나 사태, 한국의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졌다”며 “현재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공급망 문제를 미국 의회가 어떻게 입법으로 뒷받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고 밝혔다.

고위당국자는 중국과의 기존 자유무역협정의 후속 논의와 발전 문제, 한중 간에 이어져 온 공급망의 발전 방안을 함께 협의하고 있고, 다음 주 화요일에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중국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미국만 바라보고 우리가 반도체 공급망 인도‧태평양을 얘기하기보다는 중국과 미국, 그리고 앞으로는 또 일본, 한반도, 모든 외교 관계가 갈등 제로의 상태에서 별개로 진행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전략과 목표에 따라서 충분히 긴밀한 입체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문제는 이번 통화에서 전혀 거론된 적이 없다”고도 확인했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에 치우치면서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에 편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해명인 셈이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 온 것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한미 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줄 것을 당부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펠로시 의장과 미 의회 대표단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심축으로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하고,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미 의회 차원에서도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하였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평양을 방문한 경험이 있고, 북한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5년 펠로시 당시 하원의원의 주도로 미국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과의 전화통화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모든 것은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한 것”이라며 “그런 의사를 가지고 의중에 담고 있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갑자기 만들어진 일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주전 펠로시 의장의 동아시아 방문 일정 논의 과정에서 윤 대통령 휴가와 겹쳐 면담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대통령께서는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전화라도 따뜻한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오늘 아침에 일찍 타진했고, 흔쾌히 그 말을 듣자마자 펠로시 하원의장이 기쁘다, 감사하다, 그런데 둘만 통화하지 말고 같이 온 모든 사람과 자세하게 친밀하게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싶다고 해서 통화 시간이 오후로 잡히면서 꽤 긴 통화 시간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오늘 아침 갑자기 잡힌 일정이었던 것.

이 고위당국자는 “집에서 원래 쉬시던 대로 편안한 복장대로 손질하지 않은 머리 스타일대로 그냥 전화 통화를 하셨고, 그래서 본인이 쑥스러워하셨기 때문에 사진도 찍지 않았고 영상도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이날 전화통화에는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해 그레고리 믹스(Gregory Meeks) 하원 외무위원장, 마크 타카노(Mark Takano) 하원 보훈위원장, 수잔 델베네(Suzan DelBene) 하원 세입세출부위원장, 라자 크리슈나무르티(Raja Krishnamoorthi) 하원 정보위원, 앤디 킴(Andy Kim) 하원의원, 그리고 필립 골드버그(Philip Goldberg) 주한미국 대사가 참여했다.

한편, 펠로시 의장 일행의 공항 영접 의전이 소홀했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제반 의전은 우리 국회가 담당하는 것이 외교상의 또 의전상의 관례”라며 “국회 의전팀이 영접을 나가려고 했지만 미국 측이 늦은 시간에 더군다나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점을 감안해 영접을 사양해 국회 의전팀이 공항 영접까지는 나가지 않은 것으로, 서로 양측에 양해와 조율이 된 사항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 4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펠로시 의장의 카운터파트는 우리 국회의장이며, 금번 방한은 기본적으로 한미 의회 교류의 일환”이라며 “외빈 영접은 정부의 공식초청에 의해 방한하는 외빈에 대해 제공하는 예우이며, 우리 의전지침 상으로도 국가원수, 총리, 외교부 장관 등 정부인사에 대해 제공하도록 되어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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