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정책위원장, bjj0816@gmail.com

 

2022년 헌법재판소 판결 2가지

헌법재판소는 2022년 들어 1월과 5월에 6년여를 끌며 심의하던 남북 경제 협력 관련 헌법소원 2가지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2022년 1월에는 개성공업지구에 입주해서 영업활동을 영위하다가 정부의 요구로 철수한 기업들이 2016년 5월에 낸 헌법소원에 대해서, 2022년 5월에는 2010년 5‧24조치로 영업활동이 중단된 기업체가 2016년 2월에 낸 헌법소원에 대해서, 모두 각각 각하 또는 기각 판결을 내렸다.

기각(棄却)이란 민사소송법상 신청의 내용을 종국재판에서 이유가 없다고 하여 배척하는 것을, 각하(却下)란 국가기관에 대한 행정상 또는 사법상의 신청을 배척하는 처분을 말한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두 개의 소송에 대해서 청구인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모두 정부 측의 입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두 개의 헌법 소원 중 한 사안(‘5‧24조치 보상입법 입법부작위’)의 당사자이기도 한 필자는 이들 헌법 소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 내용이 알려진 바가 극히 부족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시민들과 판결의 부당함을 공유하기 위해 이 난을 빌려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이하 본문의 밑줄은 필자 강조)

먼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아래의 내용에 대한 위헌 여부를 물었다.

가. 피청구인 대통령이 2016. 2. 10.경 개성공단의 운영을 즉시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피청구인 통일부장관은 피청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철수계획을 마련하여 관련 기업인들에게 통보한 다음 개성공단 전면중단 성명을 발표하고, 이에 대응한 북한의 조치에 따라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국민들 전원을 대한민국 영토 내로 귀환하도록 한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진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조치인지 여부

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적법절차원칙을 위반하여 개성공단 투자기업인 청구인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라.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마.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바.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헌법 제23조 제3항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을 물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문제이기는 하나, 조치 결과 개성공단 투자기업인 청구인들에게 기본권 제한이 발생하였고, 국민의 기본권 제한과 직접 관련된 공권력의 행사는 고도의 정치적 고려가 필요한 행위라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결정하고 집행하도록 견제하는 것이 헌법재판소 본연의 임무이므로, 그 한도에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경제적 제재조치를 통해 저지하려는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하기 위한 조치로서, 통일부장관의 조정명령에 관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제2호, 대통령의 국가의 계속성 보장 책무, 행정에 대한 지휘ㆍ감독권 등을 규정한 헌법 제66조, 정부조직법 제11조 등이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조치로서, 현지 체류 국민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최대한 기밀로 유지하면서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위 조치과정에서 국가안보에 관한 필수 기관이 참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 협의를 거쳤고,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조정명령이 국무회의를 사전 절차로 요구하지 않으며, 관련 기업인들과의 간담회가 개최되기도 하였으므로, 조치의 특성, 절차 이행으로 제고될 가치, 국가작용의 효율성 등의 형량에 따른 필수적 절차는 거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국무회의 심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의견청취절차 등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적법절차원칙을 위반하여 개성공단 투자기업인 청구인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라. 개성공단의 운영 중단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제재 방식에 부합하고, 철수조치를 통해 북한의 보복에 노출되는 국민의 수를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국제평화 등을 위한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하면서, 동시에 국민의 신변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된다. 개성공단에서의 협력사업과 투자자산에 대한 보호는 지역적 특수성과 여건에 따른 한계가 있고, 개성공단의 운영 중단 후 관련 법령에 따라 상당 부분 피해지원도 이루어졌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로 개성공단에 투자한 청구인들이 입은 피해가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개발에 맞서 개성공단의 운영 중단을 통해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피청구인 대통령의 결정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 범위 내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한 판단과 선택이며, 그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거나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개성공단 투자기업인 청구인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마.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에는 국내법과 동일한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기 어렵고, 과거 사례 등에 비추어 개성공단의 중단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여 개성공단 투자기업인 청구인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바.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공익 목적을 위하여 개별적, 구체적으로 형성된 구체적인 재산권의 이용을 제한하는 공용 제한이 아니므로,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조치가 헌법 제23조 제3항을 위반하여 개성공단 투자기업인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일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에 대해서는 기각판결을 내렸다.

한편 2010년 5‧24조치로 영업활동이 중단된 기업은

"통일부장관이 2020년 5월 24일 발표한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및 투자확대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대북조치로 인하여 개성공업지구의 토지이용권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재산상 손실을 입은 경제협력사업자에 대하여 보상입법을 마련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물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보상입법에 관한 입법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1) 청구인은 이 사건 대북조치가 공공의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공용 제한에 해당하는데도 이에 대해 입법을 통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대북조치는 개성공단 내에 존재하는 토지나 건물, 설비, 생산물품 등에 직접 공용부담을 가하여 개별적, 구체적으로 이용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사건 대북조치가 개성공단에서의 신규투자와 투자확대를 불허함에 따라 청구인이 이 사건 토지이용권을 사용‧수익하지 못하게 되는 제한이 발생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개성공단이라는 특수한 지역에 위치한 사업용 재산이 받는 사회적 제약이 구체화된 것일 뿐이므로, 공익목적을 위해 이미 형성된 구체적 재산권을 개별적,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헌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공용 제한과는 구별된다(헌재 2022.1.27. 2016헌마364(이 판결은 앞의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판단) 참조).

(2) 그렇다면 이 사건 대북조치로 인한 토지이용권의 제한은 헌법 제23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한 것인 동시에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헌법 제23조 제1항, 제2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 사건 대북조치로 인한 재산권 제한에 대하여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입법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다만 헌법이 이 사건 대북조치로 인한 재산권 제한에 대해 명시적으로 보상입법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헌법 해석상으로 보상입법의무가 도출되는 경우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군사적 대치상태가 계속되어 온 남북관계의 특성상 국가 전체의 안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정치적‧군사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국가가 국가안보를 최우선 목표로 한 정책 판단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 사건 대북조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진 조치이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내 기업의 신규진출과 투자확대를 불허하는 과정에서 경제협력사업자에게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으나, 북한에 대한 투자는 그 본질상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변화하는 남북관계에 따라 불측의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당초부터 있었고, 경제협력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들은 이러한 사정을 모두 감안하여 자기 책임 하에 스스로의 판단으로 사업 여부를 결정하였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경제협력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나 개인으로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적 통일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고, 헌법 전문과 제4조 등에서 평화통일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며, 경제협력사업이 평화적 통일을 위한 기반 조성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재산상 손실의 위험성이 이미 예상된 상황에서 발생한 재산상 손실에 대해 헌법 해석상으로 어떠한 보상입법의 의무가 도출된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재원으로 교역 및 경제 분야 협력 사업 추진 중 경영외적인 사유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보험제도를 운영하여(남북협력기금법 제8조 제4호 참조), 예기치 못한 정치적 상황 변동으로 경제협력사업자에게 손실이 발생한 경우 그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 밖에도 남북 당국의 조치로 개성공단이 상당기간 중단되는 경우 정부는 개성공업지구 투자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하여 경영 안정을 위한 자금지원, 투자기업의 국내 이전이나 대체생산시설 설치에 대한 자금지원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의2 내지 제12조의 4).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헌법 해석상으로 청구인의 재산상 손실에 대하여 보상규정을 두어야 할 입법의무가 도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심판청구를 각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6년이 되는 지난 2월 1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헌법재판소의 '개성공단 폐쇄 합헌' 결정을 맹렬히 성토하고 '남북경협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 등 생존대책을 촉구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6년이 되는 지난 2월 1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헌법재판소의 '개성공단 폐쇄 합헌' 결정을 맹렬히 성토하고 '남북경협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 등 생존대책을 촉구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헌법재판소 판결이 갖는 의미 : 남북 경제 협력 사업에 대한 사망 선고

① 두 가지 판결은 공히 향후 남북경제협력 사업 진행과 관련하여 정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판결이다.

② 이로써 개성공단을 비롯하여 금강산관광, 내륙지역 투자자, 교역 및 위탁가공을 위시한 수 많은 남북경협기업들은 정부의 조치를 포함하여 어떤 경영 외적인 사유로 사업이 중단되었더라도 정부의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었다.

③ 입법부작위 책임이 없다는 판결은 재산권 보호를 헌법이 아닌 구체적인 법률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과도 배치된다.(대법원은 해당 기업이 낸 손실보상소송에 대해 “5‧24조치로 사건 토지이용권을 사용‧수익하지 못하고 있으나, 보상에 관한 근거 법률이 없는 이상 헌법 제23조 제3항에 의하여 직접 손실보상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2013다205389)

④ 보상입법이 아닌 「남북교류협력법」, 「개성공업지구지원에 관한 법」은 경영 외적 사유에 의한 사업의 중단 및 손실에 대한 보상을 강제적으로 의무지우고 있지 않아 구속력이 없다.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과 시혜를 기대해야 하는 것이고, 경협기업들의 그러한 기대는 번번히 충족되지 못했다. 아울러 2010년 5‧24 조치 당시 보험규정의 미비(70억 원 이내로 보험 보장 한도 제약, 경제특구 90%, 경제특구 이외 지역 70%의 낮은 부보율, 북측의 대위변제(代位辨濟) 동의 확보 요구 등 가입 조건 제약)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사실 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기업들이 관련 법률과 보험 등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

⑤ 남북 경제 협력은 정치‧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분단 상황에서 남북이 교류 협력의 확대를 통해 상호 간의 실질적 이익을 증진하고, 하나 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며 유력한 방안이다.

하지만 이 판결을 통해 남북 당국의 조치에 따른 경영 외적인 사유로 경제 협력 사업이 중단되더라도, 당국의 책임은 없고, 오롯이 그 모든 책임을 사업자가 지게 되었다. 향후 남북 경협 활성화는 남북 간에 그 어떤 해빙 분위기가 연출되더라도 불가능하다.

⑥ 헌법재판소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 국제적 합의의 이행, 국민들의 신변 안전, 공익목적을 위한 공용 제약 등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잘못된 판단을 내린 권력과 관료에게 결정적 면죄부를 주었다.

헌법에 입각하여 국민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 보호라는 기본권을 지켜내지 않았다. 통일로 가기 위한 마중물로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경제 협력 사업의 보호가 아니라, 아예 판을 깨버리는, 민족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최악의 판결을 내렸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문구로만 존재하는 헌법과 그 헌법마저도 수호 의지가 없는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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