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21세기 민족주의포럼 대표 

 

“하다 하다 이제는 간첩조작을 한 검사를 공직기강비서관에 앉히네.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어요. 윤석열이 정말 뻔뻔하기 이를 데 없데. 검찰정상화법안을 그만큼이나마 했기에 다행이지 아니면 큰일 날 뻔했어요. 원안대로 밀어붙였어야 하는데 항상 보면 이쪽은 점잖아서 탈이라니까.”

“검수완박이 뭐가 잘 한 거야. 그런 식으로 무리하게 하니까 국민 여론도 안 좋잖아. 검수완박은 결국 검찰 수사를 피해 가겠다는 꼼수에서 나온 거 아니야? 그걸 좋다고 하고 있으니 쯧쯧”

누가 들으면 더민당 지지자와 국힘당 지지자가 싸우는 것 같다. 하지만 아니었다. 둘 다 진보정당 지지자였다. 물론 진보정당에서 당직을 갖고 활동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민주노동당 때부터 지지자였고 지금도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이번 검경수사권 분리 법안 처리에 찬성하는 사람은 박정환이다. 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은 김민호다. 두 사람 다 신돌석씨와 같은 지역에 있는 작은 쇠공장에 다니는 노동자이다. 둘 다 신돌석씨와 함께 지역에 있는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는 노동자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국힘당은 물론 더민당을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으로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 진보적 가치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서로 상대를 볼 때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의 문제에서 의기투합하고 함께 열심히 일했다. 이번에도 지역 내 사업장들의 노후설비를 조사하기 위한 사업을 하자고 모인 뒤 뒤풀이로 신돌석씨와 셋이서 한잔하게 된 것이었다.

“야 우리 용어부터 정리하자. 검찰정상화법안이나 검수완박법안은 모두 자기 주장을 담고 있는 것으로 객관성이 떨어지지. 검경 수사권 분리를 위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라고 하고, 그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자구.”

신돌석씨가 연장자로서 분위기를 조금 누그러뜨리려고 한마디 했다. 하고 보니까 지칭하는 법안의 명칭이 좀 길다. 신돌석씨는 언제부턴가 자기가 먹물을 닮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돌석씨의 제안에 둘 다 약간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에 대해 반박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박정환과 김민호는 약간의 세대 차이가 나기도 하였다. 물론 신돌석씨와도 둘 다 차이가 났다. 박정환은 이제 40이 갓 넘은 사람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들어갔다가 아마 광우병 집회 때부터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던 모양이다. 그리고는 지역노조에 가입하고 노동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당시 노사모 사람들과도 많이 친하게 지내고 그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김민호는 50대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전교조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소모임을 하고, 대학에 안 들어가고 노동운동하겠다면서 대공장에 들어간 사람이었다. 거기서 해고된 뒤 이 지역에 와서 작은 공장에 다니면서 주로 노동단체 활동을 하였다. 한때는 지역노조를 만들어서 위원장도 하였는데,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한 노조가 되었다. 그는 모든 사안에 대해 노동계급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지역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었다.

세상이 빨리 변해서 그런지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몇 년 사이로 세대가 바뀌는 듯하였다. 진보진영도 그런 것 같았다. 당시 크게 이슈가 되었던 것, 당시의 시대상황 등에 따라서 강조하는 것에 차이가 있었다. 물론 같은 세대 내에서도 갈라지기는 하였지만, 그 세대의 다수가 갖고 있는 특징이 있는 것 같았다.

“근데 형님, 검찰이 비정상 집단인 것은 맞잖아요? 그런 것을 정상화하려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하는데 왜 문제가 된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박정환이 아쉽다는 듯이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박정환은 신돌석씨에게 형님이라고 불렀다. 사실 어느 때는 이 자식이 지 아버지나 삼촌뻘한테 형님이라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젊은 동생 두었다는 것도 괜찮은 것이었다. 언젠가 친구들 만나서 이야기했더니 그렇게 젊은 애들을 아냐면서 부럽다는 소리들을 하였다.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것은 개혁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과제이지. 그런데 지금은 더민주의 비리를 덮으려고 한다는 것이 문제야. 어쨌든 미우나 고우나 검찰이 고도의 수사를 해왔잖아. 하루 아침에 그걸 무력화시키면 어떡해. 누가 봐도 그런 오해를 안할 수가 없는 것 아니야? 그래서 6대 범죄는 검사수사권을 인정했는데 정권 빼겼다고 편법까지 쓰면서 갑자기 4대 범죄를 더 박탈하니까 문제라는 거지. 그리고 졸속으로 처리하면서 그것 때문에 피해를 보는 민초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지. 경찰이 송치를 안 해버리면 말이야. 범죄자들만 살판난단 말이야. 피해당사자가 아닌 고발인은 이의신청도 할 수 없대요. 이렇게 되면 지적장애인 등은 그냥 앉아서 당하는 거야.”

김민호의 반론이었다. 노동계급의 관점을 강조하는 그의 평소 지론과는 달리 언론에 나오는 비판적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신돌석씨는 좀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거야 잘 알면서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해요? 정권이 넘어갔잖아요.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뒤에는 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한데 그걸 그냥 보고 있어요? 서둘러서라도 해야죠. 그리고 국힘 쪽 이야기와 다를 바 없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경찰이 송치를 안 해서 생긴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을 검찰이 뭉개버리고 봐주고 해서 피해자만 억울하게 된 사례도 많아요. 검찰이 어려운 수사를 좀더 잘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옛날 이야기예요. 경찰은 순사라 부르고 검사는 영감님이라 할 때 이야기를 지금도 하고 있으니 문제지요.”

“검수완박 비판만 하면 국힘쪽과 같다고 하는데 그런 진영논리가 문제야. 옳고 그름을 생각해야지. 왜 내편 네편으로 갈라서 보나? 그러기 때문에 자기편은 무조건 옳다는 확증편향이 생기는 거야. 누구 편이 문제가 아니라 팩트가 중요한데 사실 경찰의 수사능력이 떨어지고 경험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잖아. 그러면 고도의 범죄자들, 예를 들어 재벌 등은 실력 있는 변호사를 돈으로 사서 빠져나갈 길이 얼마든지 생기는 거야. 더민주가 자기들 빠져나가고 이들에게도 그럴 길을 준다는 것에 분노하는 거지. 현재로서는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면 그걸 누가 하나? 경찰이 할 수밖에 없잖아. 검찰은 믿을 수 없고, 경찰은 믿을 수 있나? 박종철, 김근태, 권인숙을 고문한 건 다 경찰이야. 이제 이러다 정말 대한민국이 경찰공화국이 될 판이잖아.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에게는 무능하고, 서민에게 가혹한 경찰들의 세상이 되는 거야.”

박정환의 반론에 대한 김민호의 재반론이었다. 하긴 그렇다. 요즘은 어떤 의견을 말하려고 하다가도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서 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더민주 2중대다, 아니면 국힘 쪽이다 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대선이 끝나고 평가하는 토론회가 줌으로 열려서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시민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어느 교수가 발제를 맡았는데 이번 대선의 특징을 국민분열의 고착화로 보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누구를 좋아해서 찍는 것보다 누구를 싫어해서 그 반대를 찍는 경향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재미를 본 현 집권세력이 앞으로도 이런 걸 부추기는 정책을 펼쳐나갈까 우려가 된다고 하였다. 현상적으로는 맞지만 신돌석씨는 그 발제를 들으며 조금 이견이 있었다. 사실 우리 사회가 분열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선만 생각해 봐도 군사독재가 후퇴한 1987년부터 양측 혹은 삼자의 분열상은 엄청났었다. 주로 지역으로 나뉘어 다투면서 상대 지역에 가서는 유세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정착되어 가다가 그것을 뒤집으려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기도가 촛불항쟁으로 무력화되었다. 그 과정에서부터 수구세력들이 공을 들인 것이 수구단체들의 조직과 지원이었다. 물적 토대가 튼튼한 그들의 지원에 힘입어 동원세력이 된 사람들이 혐오와 분노로 조직되면서 문재인 정권 이후 광화문 일대를 주말이면 거의 점령하다시피 하였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대선의 분열이 나타난 것이지, 대선이 분열을 야기했다고 보는 것은 인과관계가 뒤집힌 것이다. 사실 분열되지 않은 사회는 없다. 인류 사회는 어느 사회나 분열된 사회이다. 계급으로 분열되어 있고, 제국주의와 식민지로 분열되어 있다. 그런데 그 분열이 정확하게 이루어진다면 소수인 지배세력은 살아남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비본질적인 분열을 자꾸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지역, 세대, 성별, 종교, 인종 등으로 분열시키고, 그 분열에 혐오를 불어넣어 강화시키는 것이다.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이 이 분열을 막아야 하는데 오히려 앞장서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관철되는 것이 올바른 세상을 만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갈라치고 저렇게 갈라치고 하게 된다. 사실 지금 국민분열이 심화되는 것은 우려가 되지만 신돌석씨는 그것보다 개혁진보세력이 분열되는 것이 더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으로 분열된다면 그것은 일종은 분화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의 분열은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개혁진보세력이 분열되지 않고 더욱 단결이 공고해질 때 수구세력의 기도는 좌절될 것이고, 다수의 국민대중이 개혁진보세력으로 합류하거나 지지를 보낼 것이다. 이번 검찰 기소수사분리 법안 처리 문제도 그런 것 같다. 진영논리가 문제라는 김민호의 말은 옳다. 하지만 그 역시 진영논리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진영논리가 문제라고 해서 수구와 반수구의 전선을 이제는 없는 것처럼 보면 안 된다고 신돌석씨는 생각했다.

“한국형 FBI라고 하는 이른바 중대범죄수사청 같은 것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리된 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잘한다는 것은 편견이에요. 지금까지 검찰에게만 맡겨졌으니 수사기술에서 조금 앞서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경찰이 수사해서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이 기소를 안 해서 문제가 된 것도 열거하면 무지 많아요. 이태원 살인사건 아시죠? 경찰이 공범을 확정해서 기소하자고 의견을 올렸는데 검사가 당시 주한미군지위협정 대상자를 제외하고 공소 제기하면서 사건이 꼬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출국정지도 해제해서 미국으로 도망가 버리게 만들었죠. 그게 영화화되면서 다시 사회문제가 되자 10년이 더 지난 뒤에나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죠. 그리고 20년이 지난 2017년에나 진범의 처벌이 가능하게 되었어요. 검사가 무능해서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많아요. 문제는 그런 검사를 검찰 자체에서 제대로 감찰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죠. 그리고 검사가 일부러 범죄인을 봐주는 경우도 허다해요. 별장성접대로 알려진 김학의 사건은 이건 뭐 검찰끼리 봐주다가 시간만 보낸 것이고, 그를 출국정지시킨 검사가 오히려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했잖아요? 윤석열만 해도 그런 의심을 받을 사건이 한둘이 아니잖아요., 전 용산세무서장 윤우진 사건,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등이 있고, 마누라, 장모 관련도 다 그런 것 아니에요? 그런데도 검찰이 수사권 축소되면 당장 큰일이라도 날 듯이 떠드는 것 자체가 오히려 진영논리 아닌가요?”

박정환의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이런 논쟁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것저것 갖다 인용하는 사례도 많았다.

“내가 그런 걸 다 부정하는 것은 아니잖아? 실제로 더민주가 하는 검찰개혁이라는 게 자기들에게 불리한 것은 막고 유리한 쪽으로 하는 것으로 일관되어 왔다고. 그 결과가 지금의 윤석열 정부를 만든 거잖아. 뭐 추윤대결 어쩌구 하다가 결국 윤가만 키워준 거잖아. 그걸 왜 반복하느냐는 거지. 이번에도 위장탈당하면서까지 그러니 국민들 보기에 어떻겠어? 그렇게 절박한 더민주가 차별금지법은 내 몰라라 하지, 중대재해처벌법도 그렇게 누더기를 만들지. 선거제도개혁은 합의해 놓고도 뒤집어 버리지. 이런데도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 일부가 마냥 더민주 편만 들면서 따라가다 이 모양 이 꼴을 만든 거라구.”

김민호도 드디어 열을 내기 시작했다. 이제 이야기가 더 나가다가는 싸움밖에 날 게 없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신돌석씨가 나서지 않으면 오늘 술자리는 엉망진창이 될지 모르겠다.

“우리 만날 하던 이야기 또 하지는 말자. 그래서 검찰 문제를 두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한다구 봐. 설마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건 둘 다 동의할 테구.”

신돌석씨의 제안에 박정환이 분을 삭이지 못하겠다는 듯 숨을 크게 내쉬더니 답을 하였다.

“검찰개혁 때문에 윤석열이 대통령이 됐는지는 여러 가지로 따져봐야 하구요. 그래서 검찰개혁이 잘못됐다는 말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일단 저는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하고 한국형 FBI를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야 한다고 보구요. 그런 점에서 더민주가 다수당인 지금은 절호의 기회예요. 오히려 더민주가 하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와 더불어서 검사장에 대한 직선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봐요. 그것을 통해 검사들이 끼리끼리 뭉치는 것을 막고, 시민의 통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정환이 말대로 지금까지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를 해볼 필요가 있겠지. 검사장 직선제는 나도 찬성해요. 하지만 공수처가 그랬듯이 그런 정도로 관료들에게 맡기는 식이어서는 안 되고, 실질적으로 시민이 검찰을 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소에 대한 시민배심제가 현재로서는 떠오르는 대안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 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데 재판에 대한 배심제와 마찬가지로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 대해서도 추첨제로 뽑힌 시민들이 참여하고 통제하는 거지요.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서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시민들이 수사와 기소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소배심제를 운영 중이고, 일본의 경우에도 추첨제로 뽑한 시민들이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다시 심사하는 검찰심사회 제도를 운영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직접민주주의의 방식이 사법 검찰에도 확대되어 나가야 하는데 더민주는 자기들 유불리만 따지니까 문제라는 겁니다.”

두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앞으로 나갈 길이 많은 듯하였다. 신돌석씨도 요즘 강연 등을 통해 들은 이야기이긴 한데 곧잘 잊어버리는 내용들이었다. 검찰이 수사권을 얼마나 갖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이 얼마나 통제하느냐의 문제로 검찰개혁이 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제 대통령은 검찰총장 출신이고 법무장관은 대통령의 최측근이 임명되었다. 또한 대통령실의 주요 업무는 검사 출신이 차지하였다. 어찌 보면 한가한 소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기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우리가 고민하고 합의해 가야 할까? 신돌석씨는 두 사람과 좀더 진전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