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9일에 치를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대결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의 특징 중의 하나는 유력 후보자들의 비호감도가 유난히 높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책 대결보다는 네거티브전이나 폭로전이 난무합니다. 게다가 유력 후보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한두 차례 크로스가 일어날 정도로 크게 출렁입니다. 50여일 남았지만 아직 안개 속에 있는 듯싶습니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 이 정도라면 현재 판세로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 누가 유력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후보는 있습니다.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북 ‘선제타격’을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마침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난 5일에 이어 11일에도 진행했기에 안보문제가 이슈화되던 참입니다. 윤 후보는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계속되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지계획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으로부터) 마하 5 이상의 미사일이 발사되면, 핵을 탑재했다고 하면, 수도권에 도달해서 대량살상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 이내다. 요격이 사실상 불가하다”면서 “그러면 조짐이 보일 때 3축 체제의 가장 앞에 있는 킬체인(Kill-Chain)이라는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지금 없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윤 후보가 말한 ‘킬체인’은 군의 방어체계로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탐지해 먼저 파괴하는 작전입니다.

이에 앞서 윤 후보는 ‘멸공’(滅共) 발언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고, 윤 후보가 지난 8일 신세계 계열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을 사면서 정치권에서 논쟁이 붙은 것입니다. 윤 후보가 멸치와 콩을 사들인 게 누가 봐도 ‘멸공’을 의미하기에 정 부회장이 시작한 멸공 챌린지에 동참하는 듯한 모습으로 해석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멸공이라니요. 언제 적 일입니까? 박정희 정권 때 북한을 북괴(北傀)라고 부르면서 나온 섬뜩한 단어입니다. 정 부회장이 철지난 이념 문제를 소환한 것도 시대착오적이지만 윤 후보가 그에 장단 맞춰 멸치와 콩을 산 행위도 유치하다 못해 조야하기까지 합니다.

‘선제타격’과 ‘멸공’. 둘 다 대선판에서 지지층을 결집해 표를 구걸하기 위해 안보문제를 이용하는 질나쁜 행위입니다. 특히 선제타격에 대해 “아이 불장난이냐”, “불안감을 조성하냐”, “선전포고로 해석될 수 있다”,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냐”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른바 팩트체크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우리 군에게는 전시작전권이 없다는 점입니다. 전작권도 없는데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을 넘어 ‘가짜뉴스’입니다. 선제타격을 주장하려면 전작권을 미국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주장이라도 하고나서 해야 합니다. 또 하나 진실 문제도 있습니다. 전작권은 민주당 전신인 노무현 정부 때 미국과 협상해 2012년 4월 17일부로 환수하기로 합의했지만, 국민의힘 전신인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연기와 재연기를 요구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자칫 민족을 공멸시키는 한반도 전쟁의 도화선이 될지도 모를 선제타격을, 그것도 사실에도 어긋나고 진실도 외면하면서까지 주장하는 후보라면 곤란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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