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어디로 갈 것인가?’ 해마다 그렇지만 올해도 신년 초에 어김없이 드는 생각이다. 그나마 매해 한반도의 기상과 풍향을 가늠할 수 있었던 북한의 신년사에서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사안이 올해는 공개되지 않았다. ‘깜깜이 한반도’인가?’

최근 몇 년간 한반도 정세는 얼음장마냥 꽁꽁 얼어붙어있었다. 그 이유는 미·중 갈등의 계속되는 심화,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의 여파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라는 3대 악재가 한반도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올해도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반도 분위기가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의 종전선언은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물 건너간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 3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선이 모든 것을, 아니 많은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의미 있는 것은 해결해 줄 수 있고 또 해결해 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느 대선과 마찬가지로 올해 대선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올해 대선을 어떻게 봐야 할까? 반면교사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난 시기를 일별해 보자. 9년간의 민족대결적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민족화해적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기에 남북대화에 대한 기대가 컸음은 물론이다. 문 정부 2년차인 2018년에 그 기대가 현실화됐다. 그것도 대형 사건으로 다가왔다.

북한이 그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에 전격 참가하면서 10년 동안 적막강산과도 같았던 한반도에는 아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후 판문점과 평양에서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됐고, 싱가포르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15만 명의 평양시민을 향해 연설을 한 것은 압권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다음해인 2019년 2월 하노이에서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은 예상과 달리 아무런 성과 없이 파탄으로 끝났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남북이 공조해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고자 했으나 트럼프의 안하무인격인 행태와 미국의 일방주의로 이른바 ‘하노이 노딜’로 귀결되었다. 중재를 한 한국 정부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결국 북한은 ‘하노이 교훈’에 입각해 대내외 정책으로 ‘자력갱생에 의한 정면돌파전’을 천명했다. 여기에다 그해 말 덮친 코로나 팬데믹까지 더해져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도 지금까지 거의 3년 동안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의 교훈은 무엇인가? 한반도 정세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문제를 선결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라고 표현한다. 한국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은 현재 미국과 맺고 있는 동맹관계를 어찌할 수 없다면, 언술적인 동맹관계가 아니라 실질적인 동맹관계로 변화시켜야 한다.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다, 수평적 동맹관계로 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미국에서 얼마나 주눅이 들었던가?

어느 시대나 그 시대의 정신, 즉 ‘시대정신’이 있기 마련이다. 한반도는 분단되어 있고, 북한은 미국과 사실상 전시 중에 있으며, 한국은 미국과 불평등한 관계에 놓여 있다. 70여 년간 지속되어온 이러한 상태가 최근 더 돋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대선을 앞둔 지금 한반도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대선 후보가 가져야 할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민족의 긍지와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과 수평적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 징표는 미국에 대해 할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 대해 할 말을 하는 후보.’ 지금 대선에 나서고 있는 각 정당의 후보들 중에 그런 후보가 있는가? 그나마 말로라도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후보가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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