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 저자/사)부산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021년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2월 4일(현지시간) 유튜브로 중계된 국무부 청사 방문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라는 선언을 하면서 "외교가 돌아왔다"라며 과거-트럼프의 ‘잃어버린’ 동맹외교 복원을 자신했다.

결과, 모든 동맹국들은 그날 연설을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외교가 뒤집어지고 동맹국들의 이해와 요구가 존중되는 호혜평등에 기반 한 동맹외교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실체가 드러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모든 동맹국들이 기대하는 동맹의 복원과는 사뭇 달랐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트럼프의 미국 이익외교보다 더 잔인하다면 잔인할 수 있는 그런 ‘줄 세우기’였던 것이다.

사례 두 가지로 이를 충분히 증명해 낼 수 있다. 첫째 사례는, 미국 주도로 2021년 12월 9~10일(현지시간) 양일간 열렸던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110개국 정부와 시민단체, 민간분야 관계자들을 참석시킨 반면, 미국과 외교이웃이 되지 못한 중국, 러시아, 터키, 헝가리, 싱가포르, 북(조선) 등은 철저히 예외 시켰다.

사례 두 번째, 내년(2022년) 2월 4일 개막되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서는 미국은 선수단만 보내고, 정부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 이른바 ‘외교적 보이콧(불참)’을 지난 12월 6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거두절미, 이 두 가지 메시지를 공식 발신한 바이든의 미국은 전 세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의 매우 ‘불편한’ 진실적 정치함의를 내보냈다.

첫째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국가들에 대해 ‘미국식’ 가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선택강요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미국 스스로에 의해 미국 동맹외교가 돌아왔다고 선언되어진 만큼, 모든 동맹국들은 미국의 선택과 결정에 따르라는 조폭적 논리가 있다.

그러니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벌써부터 미국의 그러한 줄 세우기에 동참한다고 야단법석이다. 뒤쳐질라 미일동맹에 포획되어 있는 일본도 미국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동참이 확실시 된다.

그럼 한미동맹에 포획된 대한민국은? 현재까지는 다행스럽게도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한국 정부는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12.13)

다행이라면 정말 다행이다. 끝까지 그러한 약속을 문 대통령이 지켜낼 힘이 있길 기대한다. 이는 지금까지 ‘검토하지’ 않고 있다하여 이후까지 검토하게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니 그 어찌 우려가 없겠는가? 하여 이후 그러한 요청-미국의 압박과 압력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꿋꿋하게 버텨 한국 정부는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까지 담아놓는다.

[예측되어지는 경우의 수]

첫째 경우의 수는, (선수단은 보내고) 미국에게 완전 굴복해 중국 베이징 겨울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는 경우이다. 그 가능성은 반반이다.(50%)

두 번째 경우의 수는, 미국이 (공식, 비공식)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기에 끝가지 ‘검토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또한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2022년이면 한중 수교 30주년 되는 해이다-하지 않을 수도 없기에 최대한 늦게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다음과 같은 절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이 경우는 미국의 요구를 수렴하면서도 ‘완전’ 보이콧은 아니니 나름 자기 합리화도 가능하다.) 어떻게? 선수단은 당연히 보내고 다음과 같은 코로나 상황(그때까지 어떻게 풀릴지도 모른다는 측면)과 다음과 같은 전례를 핑계 삼아 그 절충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이 평창올림픽때 부총리급을 보내왔기 때문에 똑같은 격으로 우리도 그 격에 맞추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도 중국도 100% 만족은 못시키지만 대한민국, 중국, 미국이 서로 그렇게 윈-윈한 것이기에 이를 마냥 거부할 명분만은 없다.

충분한 근거도 있다. 먼저 첫 번째 근거는, 유엔(UN)헌장과 관련된 부분이다. 헌장 제1조 2항과 3항에는 각각 “2. 사람들의 평등권 및 자결의 원칙의 존중에 기초하여 국가 간의 우호관계를 발전시키며, 세계평화를 강화하기 위한 기타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3.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또는 인도적 성격의 국제문제를 해결하고 또한 인종, 성별, 언어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장려함에 있어 국제적 협력을 달성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각국마다의 “민주주의”에 대한 용어를 다양성 있게 존중해주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하여 제 아무리 미국이 유엔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최상위의 포식자(국가)라 하더라도 미국 임의대로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재정의하고 신자유주의 경제모델, 즉 자본주의와 동일한 용어로 만들 권한과 자격은 그 어디에도 없다. 다른 말로는 유엔에서 정한 “민주주의”는 유엔에 가입된 전 세계가 민주주의라는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지만 민주주의에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단일모델은 절대 없으며, 어느 국가나 지역도 이에 종속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래서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해 줄 세우고자 하는 반(反)유엔 정신적 발상이라 할 수 있기에 이를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연장선상에서 미국 자신의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해 전 세계에 2022년 2월 개최예정인 베이징올림픽에 대해 줄 세우고자 하는 그런 ‘외교적 보이콧’도 동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다음 두 번째 근거는, 인권을 빌미로 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하는 것도 옳지 않다. 자국의 인종갈등 등 인권문제는 철저히 눈 감으면서 중국의 인권유린을 빌미로 올림픽 정신을 무참히 짓밟는다?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최근 유행하는 용어로 빗대자면 ‘이중잣대’, ‘내로남불’의 극치다.

뿐만 아니라 이는 2021년 개최된 2020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기재된 쿠베르탱이 주창한 올림피즘, 또는 올림픽 정신에도 철저히 위배된다. “스포츠를 통해서 심신을 향상시키고 문화와 국적 등 다양한 차이를 극복하며 우정, 연대감,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지고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의 실현에 공헌하는 것”. 미국은 그렇게 ‘다양한 차이를 극복하며 우정, 연대감(중략) ~더 나은 세계의 실현에 공헌하는’정신 또한 무참히 짓밟고 있다.

다음과 같이 곰곰이 생각해봐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현실적으로 이 지구상에는 미국식 민주주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로 미국 자신들만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독점해 규정하고 선별할 수 있다는 권리와 자격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해서 해당 나라의 민주주의가 좋은가 나쁜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아니라 그 나라 인민(국민)들 자신이 평가할 문제이다. 그런데 이를 미국만이 규정한다? 명백히 옳지 않다.

그런대도 이를 동맹외교라는 미명하에 강요한다면 이는 동맹외교의 복원도 민주주의국가 미국의 모습도 아니다. 오히려 강도외교, 조폭외교의 또 다른 이름으로의 부활 그 이상 이하도 아니며, 나아가 자신들 스스로가 명명한 동맹외교라는 외피 하에 자신들 스스로가 그렇게 격멸했던 ‘깡패국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결론이다. 위 이 두 가지 근거로부터 명백히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이-미국이 말한 동맹외교의 복원은 동맹국들이 기대한 ‘호혜평등’한 외교가 아닌, ‘내편 할래, 아니면 적(敵)할래’의 선택을 강요하는 그런 외교의 복원이었고, 미국식 민주주의를 맹종하라는 아주 ‘철지난’ 20세기의 패권적 제국주의 부활과 같은 그런 외교의 복원일 따름이었다.

결과, 미국을 ‘진정한’ 친구, 깐부라 부를 수 없는 이유가 그렇게 있고, 적당히 거리두기를 하면서 ‘내-대한민국 이익’을 챙겨야 하는 최선의 이유가 그렇게 발생하고 있다.

 

김광수 필자 약력

저서로는 가장 최근작인 『김광수의 통일담론: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2021)를 비롯하여 『수령국가』(2015),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 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 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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