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 저자/사)부산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정말 도발적 문제 제기 하나 하면서 이 글을 시작해볼까, 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정말 원합니까? 분단극복과 한반도 평화를 진정 원하십니까?”

그러면 다음과 같은 우리들의 ‘오랜’ 과거적 인식오류와 함께 이제껏 우리들의 사고를 지배해왔던 그 인식문법까지 보이게 되고, 이는 오직 한미동맹만을 통해 그 문제-한반도 평화와 민족 재통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숭미·공미사상으로 연결된다.

70여 년을 그렇게 이 문제를 풀어보려 발버둥 쳐봤지만, 아직까지 이 문제가 풀려지지 않은 것은 이 문제-한반도 평화와 민족 재통합 문제가 미국에게는 ‘꽃놀이패’로 작용했고, 비례해 우리 민족은 철저하게 능욕 당했다.

결과, 미국에 기대 분단문제와 평화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하등 다르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이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반(反)평화로의 귀착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민족 반역 행렬에 동참한 것과도 하등 다르지 않게 되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어제(12.02) 하루도 참으로 분노하는 치욕스러운 하루였다. 왜냐하면 천하에 몹쓸 법,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그 날 하필 역사의 장난과도 같이 천하의 기울어진 운동장 회담이 한미 간에 열렸기 때문이다.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일컫고, 무려 21개 항에 이르는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일일이 문제가 다 많지만, 그 합의사항을 전부 다 평가하기에는 이 글 지면을 다 준다 해도 모자랄 것이니 한 2가지만 지적하고, 왜 한반도 문제가 한미동맹이 아닌, 민족공조로만 해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짧은 정치적 단상을 해내고자 한다.

첫째 지적, 정상적인 한미동맹의 미래와 관련하여 많은 분들이 관심 가졌던 그 측면에서는 실망하기 짝이 없다. 종전선언 문제라든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문제라든지, 한미국방워킹그룹 신설문제, 3월 실시가 확실시되던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해서는 ‘예상과는’ 달리 그 어떤 구체적인 발표도 없었다. 하여 그 속뜻은 미국의 뜻대로 흘려가고 있다는 정치적 함의로 귀결된다.

·종전선언이 직접 거론되지 않은 것은 ‘사실상’미국이 반대하고 있다는 뜻이고,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와 같다.

·전작권 이양문제는 과거 ‘시간’의 문제에서 이양‘조건’의 문제로 둔갑되어 이 또한 미국의 대중국봉쇄라는 이해관계로 인해 ‘사실상’ 이양이 불가능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미국방워킹그룹은 과거 한미워킹그룹과 같이 미국의 뜻대로 남북관계 진전 철저 봉쇄하는 제2의 조선총독부 역할을 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예정대로 2022년 3월 시실시가 확실하다는 그런 메시지를 담아냈다.

둘째 지적, 이번 21개 합의 중 가장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작전계획(작계) 5015를 최신화하겠다는 발표가 그것인데, 이는 북 자위적 무장력인 핵 고도화에 맞서 보다 더 선제적인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것이고, 보다 더 정밀화·현실화하겠다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른 말로는 명백하게 북침전략이 완성됐다는 의미이자 비례해 한반도는 그만큼 전쟁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합의 파기가 없는 한, 차기 정부가 그 어떤 정부라 하더라도 남북관계 회복은 이미 난망하다는 메시지가 벌써부터 결론되어졌기에 정말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북과 같은 한민족인 남은 이민족인 미국과 한편으로 완전 짝짜꿍되어 북이 그렇게 바라지 않던 ‘동족적대’를 계속하겠다는 것이고, 미국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대중봉쇄와 한반도 긴장고조를 위해 예속(종속)적 위치에 있는 대한민국 정부를 철저하게 움직여 자신의 하수인 대리집행자 역할을 맡겼다.

‘자주’ 주권을 상실한 한 국가의 운명이 이처럼 비참하다. 해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국의 이익에 따라 미국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왜 대한민국마저 동족적대와 선제공격을 기정사실화하는 그러한 미국의 전략에 그 어떠한 반기 한번 못 들고, 그렇게 힘없이 무너졌느냐에 있다. 그러고도 정녕 이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자랑질만 되뇔 수 있단 말인가? 배알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첫째, 한반도 문제, 즉 분단극복과 평화문제는 정부가 그렇게 철석같이 믿고 있는 한미동맹으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음을 명백하게 각인할 필요가 있다. 오직 그 반대, 민족공조로만 해결 될 수 있음을 명백히 알아야만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첨부된 아래 표에서 확인받듯이 남북의 민족적 문제를 발생시킨 핵심 요인이 분단이고, 이의 구조화가 분단체제라 했을 때 이 분단체제는 외세의 개입구조, 즉 외세의 이해관계로 만들어진 동북아와 세계구조의 하위개념으로 존재한다. 이로부터 분단체제의 극복 문제는 곧 민족의 재결합 문제와 함께,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의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으로 이 퍼즐조합에 있어 한 가장 결정적인 오류는 분단의 한 원인 제공자인 외세공조를 통해 우리 민족의 문제와 평화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면 그럴수록 더 오히려 분단고착화에 홀릭(holic·중독)되어져 가기 때문이다.

외세의 이해관계로 분단이 되었는데 그 이해관계가 그대로 남아있는(아니, 더 강하게 작동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외세, 즉 한미동맹체제를 통해 이 한반도 분단구조 문제와 평화 문제를 풀어내겠다? 절대 가능하지 않은 해법이고, 더더욱 분단고착화로 가는(영속화되는) 영구 민족분열의 길이자 반(反)평화의 길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익히 우리가 알고 있었던 상식과는 완전 정반대의 인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해서 반드시 민족공조를 통해 민족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국가적 관점에서는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을 위해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방도로는 ‘선(先)민족공조 후(後)한미동맹’이 오히려 더 대한민국 외교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둘째, 그렇게 위 ‘첫째’와 같이 그러한 결론을 해내면 앞으로의 한미동맹은 철저하게 미국식 이해관계가 작동되는 ‘가치동맹’이 아닌, 대한민국과 우리 민족의 이익이 관철되는 ‘이익동맹’으로 전환되어져야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 전 우선, 동맹에 대한 이해부터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모든 동맹은 군사적 동맹을 일컫고, 이 군사적 동맹은 ‘잠재적’ 전쟁상태를 전제하니 그 어떤 동맹도 전쟁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해서 그 어떤 동맹도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고, 진정한 평화는 그 모든 ‘잠재적’ 전쟁상태를 없애버리는 그 상황, 즉 동맹을 맺지 않는 것이 더 평화를 보장하고, 주권을 지켜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된다.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도 이 관점은 성립된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UN 가입국, 200여 국가들 중 그것이 양자든, 다자든 동맹관계를 맺지 않고 존속되는 나라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아니, 압도적으로 많다. 사실 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는 불과 20~30여 국가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동맹을 맺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훨씬 정상적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그 명제가 성립될 수 있다.(그래서 이쪽, 저쪽 휘둘리지 않는 ‘중립국’ 개념이 성립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동맹을 맺지 않고 자국의 주권을 지켜내는 것이 훨씬 더 ‘정상적’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로부터 한미동맹 그 자체는 오히려 더 근본적 비정상성을 내포하고 있다. 해서 장기적으로 본다면 한미동맹은 반드시 해체되어야 하고, 그것이 여러 현실적 조건으로 인해 당장 해체가 불가능하다면 다음과 같은 차선책으로 성격 전환은 반드시 이뤄내져야 한다. 그렇게 대한민국을 비정상성의 나라에서 정상상의 나라로 회복해내어야 한다.

어떻게? 첫째는, 대한민국이 세계 6위의 국방력을 갖고 있는데, 이에 걸맞는 한미동맹체제가 되어야 한다.(그 핵심은 전작권의 조건 없는 이양을 보장받아야 하고, 동시에 유엔사 해체를 통해 군사주권의 완전한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는, ‘가치동맹’이라는 미명하에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이해관계에 포섭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말이 ‘가치동맹’이지 사실상은 중국봉쇄에 동참하라는 것이고, 이의 정치·군사적 의미는 다시 ‘신(新)냉전’의 도래에 대한민국이 기여하라는 것과 같고, 직접적으로는 한반도 긴장고조, 한미일 삼각동맹 완성 등과 연결되어 한반도가 또다시 전쟁의 화약고로 전변되기 때문이다. 왜 우리가 그런 미국의 ‘어처구니’없는 싸움에 휘말려 들어가야 하고, 민족의 운명을 외세에 저당 잡혀야만 하는가? 절대 구한말의 운명 점철을 다시는 밟아서는 안 된다.

불가능하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다음과 같은 역사적 경험이 있고, 타국의 사례가 있다. 그리고 이 말뜻은 우리 대한민국 정부도 용기만 내면 얼마든지 그러한 운명을 능히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첫째에 비록 폐위되기는 했지만 광해군식 외교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명에 대한 재조지은(再造之恩)이 뼛속까지 국가적 DNA로 있었던 봉건사회도 그러한 ‘실리외교’가 가능했는데, 왜 촛불항쟁으로 인한 한국적 민주주의와 K-방역으로 인해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대한민국이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그렇게 숭미지은(崇美之恩)해야만 된단 말인가?

다음 그 둘째에 필리핀도 하는데 왜 대한민국이 그렇게 하지 못한단 말인가? 필리핀은 2020년 2월 11일(현지 시각), 아주 중대한 결정 하나를 내린다. 미군이 필리핀 내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연합훈련에 참가할 수 있게 한 ‘방문군협정(VFA)’을 종료한 것이 그것이다. 이렇게 필리핀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대한민국은 마음만 먹으면 더 할 수 있다.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동맹체제의 법적·제도적 장치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능히 개정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해서 비록 어려움이 있다손 치더라도 아직 임기가 남은 문재인 정부부터 그렇게 다시 정신 차리고, 차기 정부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정부가 반드시 되게 하자. 꼭 그렇게 되게 하자.

 

김광수 필자 약력

저서로는 가장 최근작인 『김광수의 통일담론: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2021)를 비롯하여 『수령국가』(2015),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 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 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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