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 수석대표가 이례적으로 잦은 협의를 갖고 종전선언과 인도적 협력 등을 내세우며 연일 북측의 호응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미국 워싱턴에서 지난 18∼19일(현지시간) 한·미, 한·미·일 대북정책 수석대표 협의를 가진 바 있는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대사를 맡고 있는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는 길에 서울에 들러 24일 오전 롯데호텔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과 다시 만났다.

비공개 협의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선 노규덕 본부장은 “이런한 긴밀한 소통은 한미 간 물샐틈 없는 공조의 증거일뿐만 아니라 한미 양국 정부가 공히 한반도 문제에 부여하는 지대한 관심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오늘 협의에선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와 외교가 시급하다는 공통의 인식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미 양국은 이를 바탕으로 인도적 협력, 의미 있는 신뢰구축 조치 등 다양한 대북 관여 방안을 지속 추진해나가기로 했다”면서 “특히 워싱턴에서 가졌던 협의의 연장선상에서 오늘 김 대표와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있는 협의를 가졌다”고 확인했다.

나아가 “앞으로 대북 대화 재개 시 북측 관심사를 포함한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양국 공동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경우 ‘북측 관심사’를 다루겠다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미국 정부도 각급에서 지속적으로 대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북측이 조속히 호응해오기를 기대한다”는 것.

성김 특별대표 역시 워싱턴에서 한미일 대북정책 수석대표 협의가 있었음을 상기시키고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짚고 넘어갔다.

성김 특별대표는 “지난 6주 간 발사한 여러 미사일 중 하나인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우려스럽고 한반도 평화의 진전을 만드는데 역효과를 낸다”며 “이번 시험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북한의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으며 미국이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고 재확인하고 “북한의 취약계층들의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협력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김 특별대표도 “한국이 제안한 종전선언을 포함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를 모색해나가기 위해 노 특별대표와 계속해서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을 한국 브랜드로 인식하는 대목이 엿보인다.

최근 한미일 정보수장 회동을 비롯해 한미 대북정책 수석대표의 잇단 회동 등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지만 북측은 아직 분명한 대화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제공이나 조건없는 종전선언 등이 북측의 대화 복귀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성김 특별대표의 한국 방문도 이같은 기대감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측 기류를 잘 아는 김지영 재일 <조선신보> 편집국장은 지난 16일 국제시포지움에서 북한은 8차 당대회 이후 ‘적대시 철회’와 ‘조미협상 재개’라는 새로운 틀로 전환했다며, 북한 군사력 증강에 대한 이중잣대와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기류에 따르면, 성김 특별대표가 오늘 지적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 역시 ‘미사일발사 비난은 대북 적대시의 표현’이라는 북측 시각에서는 대화 재개의 분위기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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