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미 2018년 유엔총회 연설부터 이번까지 매해 사실상 종전선언을 언급하거나 제안했으며 또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올해도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네 번째로 제안을 한 것입니다.

물론 최근 한반도 상황이나 남북관계는 좋지 않습니다. 북측은 지난 13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데 이어 15일에는 ‘철도기동미사일 체계’에서 열차를 이용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남측도 15일에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발사 시험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15일 남북 간 동시에 이뤄진 탄도미사일 발사를 두고 일부에서 남북 간 군비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라며, 이럴 때 종전선언 제안은 분위기 파악이 안 된 것이라고 혹평하는데 이는 짧은 생각입니다.

이번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종전선언의 주체를 언급한 점입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며, 종전선언의 주체와 관련해 3자 또는 4자를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이는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10.4선언을 상기시킵니다. 당시 10.4선언 4항에는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10.4선언 당시 ‘3자 또는 4자’가 어느 나라인지 명시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문 대통령이 3자는 ‘남북미’, 4자는 ‘남북미중’임을 콕 찍었습니다. 10.4선언보다 한층 진전된 내용인 셈입니다.

유엔 무대에서 내리 4년째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아울러 이번에 구체적으로 3자와 4자를 명시한 것에서 종전선언을 향한 문 대통령의 일관된 집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한반도 정책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의 입구이지만, 북측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종전선언 문제는 한반도 정세의 부침에 관계없이 누구든 언제고 제안해야할 사안인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강조할 게 하나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문제입니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남북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싶습니다. 지금은 다시 단절됐지만 지난 7월 27일 남북 통신선이 전격적으로 복원되자 일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점쳤으며, 특히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이 만나는 시나리오까지 등장했습니다. 이 이면에는 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집념의 그림자가 너울거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자 일부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상회담 추진은 무리다’, ‘잠자코 있는 게 좋다’, 게다가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도 퇴임 4개월여를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해 10.4선언에 합의했지만 결국 휴지조각이 되지 않았느냐,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라’는 등 부정적인 견해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제 남북정상회담은 언제 어느 때고 열려야 합니다. 남북의 정상은 시도 때도 없이 만나야 합니다. 정세에 관계없이 시한에 관계없이 말입니다. 만나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해 논의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뒤이은 정부는,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그 합의를 존중해야 합니다. 어느 정부가 어느 시기에 한해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운신의 폭을 좁히는 행위입니다.

문 대통령은 언제고 북측에 정상회담을 제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유엔 무대에서처럼 언제고 종전선언을 북측과 미국을 향해 제안하고 또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시도해야 합니다. 두들겨야 열립니다. 그것이 분단된 나라 지도자의 역할이자 숙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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