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노동당 규약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당우위 국가이다. 당이 국가를 만들었으니, 당이 국가기관이나 군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당-정-군’ 순서다. 따라서 ‘노동당 규약’은 ‘당국가체제’(party-state system)인 북한에서 헌법보다도 우선시되는 최상위 규범이다. 당규약은 북한이 나아가야 할 길을 규정한 것인 만큼 그 개정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을 보면 매우 의미 있는 구절들이 있다.

◆ 아무래도 가장 큰 관심은 ‘통일’과 관련된 내용이다. 당규약 서문에서 ‘당의 목표 (통일과업)’와 관련 ‘민족해방민주주의’가 삭제됐다. 또한 ‘통일전선’과 관련 북한이 통일문제에서 금과옥조로 여긴 ‘우리민족끼리’도 빼졌다. 이는 최근 북한이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한 것과 맞물려, 일부 언론과 학자들 사이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노선 폐기, △‘남조선혁명론’ 폐기, △‘적화통일’ 의지 포기, △‘조국통일’보다 ‘평화공존’ 모색, △‘두개 조선’(Two Korea) 지향 등 여러 표현으로 해석됐다. 한마디로 북한이 통일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 과연 북한이 통일을 포기했을까? 통일을 ‘포기’한 게 아니라 ‘장기성’으로 본 것이다. ‘통일 포기’일 수 없는 첫째 이유는 북한의 성립과 형성이라는 고유한 특성상 통일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항일무장투쟁과 해방 그리고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일관되게 ‘하나의 민족’과 ‘하나의 국가’를 주장해 왔다. 통일과업을 거세하면 북한이 존립할 이유가 없다. 둘째, ‘남조선혁명론’을 포기한 것은 맞다. 이는 말 그대로 ‘혁명을 통한 통일’을 포기한 것이지 통일 그 자체를 버린 건 아니다. 오히려 ‘민주기지론’과 ‘남조선혁명론’ 등은 6.15선언 이전이나 그즈음에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 남과 북은 6.15선언에서 연합연방제에 합의했고,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통일문제를 천명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 대신 북한이 통일을 장기적인 과제로 보고 있음이 최근 표출되고 있다. 통일은 한반도 평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한반도 평화도 요원해졌다. 북한의 회심의 일착인 북미관계 개선이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로 제동이 걸렸다. 북한은 그해 말 2020년 신년사가 된 당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정문에서 당시 정세를 ‘자력갱생 대 제재’와의 대결로 규정하고 그 기간이 ‘장기성’을 띨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 같은 정세 타파를 위해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전’을 벌일 것을 천명했다. 지금 상황도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 한반도 평화가 보장되지 않으니 통일문제도 자연히 장기성을 띠며 뒤로 물러난 격이다.

◆ 북한의 속심은 ‘국방력 강화’에 있다. 이는 개정된 당규약 서문에서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며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는 구절로 천명됐다. 북한은 ‘강력한 국방력 완비-군사적 위협 제압-한반도 평화 수호-평화통일과 민족의 공동번영 이룩’이라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어디에도 ‘통일 포기’는 없다. 오히려 통일을 향한 장기적인 집념이 돋보인다. ‘통일 포기’는 북한의 전략인 ‘평화통일의 장기성’에 따른 착시현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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