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경남대 초빙석좌교수)

 

북한의 대남·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2개월 만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맹비난하는 3월15일 담화를 발표했다. 본 담화의 핵심은 한미 연합훈련은 무조건 중단해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침략전쟁준비를 위한 한미 연합훈련은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본 칼럼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3.15담화 분석과 대미외교 담당 최선희 외교부 제1부상의 3.17담화에 담긴 핵심 메시지의 정치적 함의와 바람직한 정책제언을 하려는 것이 기본목적이다.

김여정 부부장의 3.15담화 핵심 내용은?

그러면 핵심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한다. 김 부부장은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담화문은 지난 1월초 에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으나 한미 당국이 그의 요구를 무시하고 한미 훈련을 최소한 규모로 실시한 데 대한 맹비난 이다. 김 부부장은 “5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형식이 변이되든, 동족을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전쟁연습과 대화, 적대와 협력은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간결하게 의미 있는 충고 메시지도 보냈다. 그는 담화 말미에 “대양 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는 미국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편한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김여정 부부장이 3.15담화에서 대남 비난에 사용한 언어는 살벌하다. 김 부부장은 “미친개”, “태생적인 바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늘 좌고우면 하면서 살다 나니 판별 능력마저 상실한 떼떼(말더듬이)” 등 원색적 표현을 남쪽에 퍼부었다. 그러나 남쪽에 비하면 비교적으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대미 적대감정을 잘 조절된 언어를 사용하려고 애쓴 흔적도 보인다.

김 부부장은 담화의 시점을 전략적 계산을 해서 발표했기 때문에 북한의 의도가 분명하다. 금년 상반기 한미 군사훈련이 막 끝나고 있었고 미국의 총괄적인 대북 정책 검토가 최종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한미 외교·국방장관 2+2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 새 대북정책의 전향적 접근을 유도하고 북한이 요구한 전제조건을 수용하라는 대미 압박 목적이 숨어 있다고 판단된다.

문재인 정부에게는 보다 강경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은 또다시 ‘전쟁의 3월’을 선택했다”면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금강산 국제관광국의 해체를 최고 수뇌부에 보고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또 9.19 평양남북군사분야 합의서를 “씨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최종 결정만 남아있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러한 대남 위협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여정 부부장은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고 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향후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대화나 후속조치를 선택하겠다는 메시지도 보낸 것이다.

“전쟁 연습과 대화, 적대와 협력은 절대로 량립될 수 없다”고 밝혀 북한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일관성 있게 과거에도 주장한 바 있다. 필자는 북한 지도부가 국제정치의 기본 원칙을 이해하길 바란다. 국제정치의 기본원칙은 주권국가들은 평화를 위한 전쟁 연습과 국가 간 적대관계 있는 국가들도 국익차원에서 대화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음을 북한지도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서울과 워싱턴에 주요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월 중순에 북한당국에 대화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동안 묵묵부답하다가 이번 김여정 담화에서 첫 반응을 보인 것이다.

김여정 담화에서 북한이 원하는 조건만 충족되면 북미 간 대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음도 감지된다. 특히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셈법’ 제안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도 보인다. 평양식 ‘전략적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으니 빠른 시일 내 북한이 이미 제안한 대화의 전제조건을 충족시켜 줄 것을 바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판단된다. 만약 북한이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에 여러 가지 조치들을 실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김 부부장의 입을 빌린 김정은 위원장의 경고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대화의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예고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반응은?

통일부와 국방부가 김 부부장의 담화에 다른 반응을 보였다. 김 부부장의 막말 비방에 대해 통일부는 "한미 연합훈련이 어떠한 경우에도 군사적 긴장 계기가 돼선 안 된다", 그리고 “북한이 제시한 여러 조치를 예단하기보다 어떤 경우에도 대화, 협력을 계속 시도해 나가겠다”고 하여 또 다시 통일부의 저자세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한편, 국방부는 "한미연합지휘소 훈련은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 며 "북한은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한 대화에 호응하는 등 유연 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현시점에서 이런 남쪽의 자세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방부는 구체적으로 방어적 훈련이라는 입장을 북한이 이해할 수 있도록 북한에게 설득력 있게 논리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3.17담화 핵심 내용은?

대미외교 총괄 담당으로 확인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조선중앙통신(3.18)을 통해 담화(3.17)를 발표하였다. 최선희의 3.17담화는 김여정 부부장의 3.15담화보다 더 구체적인 북한의 입장을 포함하고 있다. 그는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경고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미국의 접촉 제안을 조건부로 거절하였다. 트럼프 전 행정부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2019.2)에서 ‘멸시와 분노의 트라우마’를 경험한 김정은 총비서는 최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대화 그 자체가 이루어지자면 서로 동등하게 마주 앉아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제1부상은 북미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이 안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조선 위협'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북한의 코로나 바이러스19 감염증 봉쇄 조치에 대한 비난과 추가 대북제재 발언, 한미군사훈련과 첨단군사장비에 의한 대북 정찰활동 등 쌓였던 불만을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이러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 없이는 북미 간 진정한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게 북한의 내정 비판이나 한미군사훈련과 미국의 대북정보 수집 등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로 미국이 이런 대북 적대적 행위를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북한은 북미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해 달라는 솔직한 요구를 한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갖고 분위기 조성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그리고 최 제1부상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접을 것을 요구하면서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리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에게 대화분위기 조성을 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입장의 배경에는 북한은 당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대미 협상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성장의 기대감에서 선제적으로 미군유해를 송환하였고 핵 실험장 폐기와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 조처를 했으나 모두가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결국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회담의 결렬을 계기로 미국이 먼저 선의의 조처를 보여주길 바라며 북한이 결코 먼저 선의를 보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토니 블린컨 국무장관이 서울에서 열린 한미외교장관 모두발언(3.17)을 통해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자국민에 대해 계속해서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주민과 함께 서서 이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상대로 기본권과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또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른 동맹국 파트너들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인권문제와 북한주민의 기본권 및 자유에 관해 발언한 것에 대해 북한지도부는 내정간섭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 직전에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아주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발언이 현명한 판단인지에 관해 미국은 차가운 머리로 자성해 봐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외교안보 문제와 국내 문제를 분리해서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블린컨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동등한 대화 분위기’를 강조하는 북한의 시각에서 볼 때 북미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면 (일각에선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 북한의 요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며, 북미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한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줄이고 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각별히 신경을 쓰며 노력해 주길 기대해 본다.

김여정 부부장과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에 담긴 메시지를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여 한미 양측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한 우호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해 주길 촉구한다. 필자는 한미 양측이 정확하게 북한이 원하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이나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책제안을 한다면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서 이미 적시한 그대로 향후 4년간 바이든 시대는 "고통" 속에서 지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한국 정부에게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입에 담기 힘든 비판과 욕설 표현도 했지만 결국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후속조치를 해달라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건설적이고 전향적이며, 창의적인 대북제안을 만들어 미국을 과감하게 설득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이고 자주적으로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담대한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문 정부는 현명하고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대북 정책을 제안하길 기대한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 (미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참여포럼(KAPAC)상임고문, 평통자문회의 LA 협의회 상임고문 등, 경남대 명예정치학 박사 수여(2019),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의 혁신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40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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