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브랜드라고나 할까? 국가 상징물이란 게 있다. 한 국가의 전통과 역사, 사상과 문화 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물체로서, 외부적으로는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내부적으로는 국민 통합 등의 기능을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국기(國旗), 국가(國歌), 국화(國花) 등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국가에서 이들 상징물이 법제화되어 있는 건 아니다. 대개 오랜 기간에 걸쳐 받아들여져 관습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법적으로 지정됐느냐는 논란이 나오기는 하지만 국기는 태극기이며 국가는 애국가, 국화는 무궁화로 인식된다.

◆ 북한에는 이러한 국가 상징물이 많은 편이다. 북한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상징’이라 해서 국장, 국기, 국가 등이 소개되어 있다. 북한 국기의 공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기’로서 줄여서 ‘공화국기’로 불린다. 별칭으로 홍람오각별기(紅藍五角星旗), 람홍색공화국기(藍紅色共和國旗)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남측 언론들이 북측의 국기를 두고 ‘인공기’(人共旗, 인민공화국기[人民共和國旗]의 줄임말)라고 쓰는데 이는 무지의 소치다. 그리고 북측의 국가는 남측과 이름이 같은 애국가다. 물론 가사는 전혀 다르다. 북측의 ‘애국가’는 박세영 작사, 김원균 작곡으로 1947년에 창작되었다.

◆ 이외에도 북한에는 국가 상징물로 국화(國花) 목란꽃, 국견(國犬) 풍산개, 국수(國樹) 소나무, 국조(國鳥) 참매 등이 지정돼 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좀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라 술, 국주(國酒)다. 국주 제정은 다른 상징물과 달리 좀 늦은 편으로 ‘김정은 시대’ 들어와 이루어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2018년 11월 16일자에서 “주정이 25%인 평양소주가 국주로 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 사회과학원이 2018년에 출판한 『조선의 국가상징』은 모두 10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1장에서 5장까지 각각 국호, 국장, 국기, 국가, 국어를 다뤘으며, 6장부터 10장까지는 국화(목란꽃)와 국수(소나무), 국조(참매), 국견(풍산개), 국주(평양소주)를 서술했다고 한다.

◆ ‘김정은 시대’ 들어 새롭게 부는 바람이 있다. 다름 아닌 국풍(國風)이다. 최근 북한의 한 매체는 “매 가정들마다에는 대를 두고 이어가는 가풍이 있듯이 나라에도 세대를 이어 전해가는 국풍이 있다”고는 “자력갱생은 주체조선의 국풍이며 우리 인민의 투쟁기질”이라고 알렸다. 가풍(家風)이 한 집안의 풍속이라면 국풍은 나라의 풍속쯤 되겠다. ‘자력갱생=국풍’이란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초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한 ‘사업총화보고’에 나온 것이다. 또한 이 총화보고에는 “당중앙위원회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국가의 공고한 정치풍토, 당풍, 국풍으로 고착시키기 위한...”이라는 대목도 나온다. 북한에서 새로운 정치방식으로 정식화된 인민대중제일주의도 국풍이라는 것이다.

◆ 이렇게 보면 북한에서 국풍이란 국화나 국견마냥 어느 한 물체를 상징하는 게 아니라 북한의 고유한 그리고 모범적인 풍속들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풍은 여러 형태로 표현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한 시정연설에서 “인재중시, 과학기술중시 기풍이 확고한 국풍”이라고 밝혔으며, 2020년 7월 27일 제6차 전국노병대회에서는 ‘노병들을 우대하는 기풍이 확고한 국풍으로 되게 할 것’이라 했으며 또한 그해 9월 태풍 피해와 관련한 공개서한을 통해 “수도의 인민들이 힘들어하는 지방인민들을 성심성의로 부축하고 고무 격려하는 것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풍”이라고 호소했다. 북한이 국가의 상징물 차원을 넘어 ‘국풍’이라는 국가의 풍속을 통해 대내외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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