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동맹 원칙 PDD-25는 미 국익 최우선 아니면 언제든 이탈

한미군사관계를 보면 국내에 관련 자료가 매우 드물다. 국가 간 군사관계는 국민이 죽고 사는 문제로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한미군사관계에서 한국이 최선을 다 하는 것처럼 미국도 마찬가지다. 두 나라의 차이점은 미국에 비해 한국 쪽의 관련 자료가 턱없이 적다는 사실이다.

요즘 전시작전지휘권(이하 전작권)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안개 속이다. 미국은 관영매체 성격의 미국의소리방송(VOA),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을 통해 전·현직 정부, 군관계자들이 미국의 이익을 챙기는 발언을 쏟아낸다. 이들 방송에서 등장하는 한국 국적의 인물은 대부분 미국의 견해에 동조하는 그런 사람으로 국한된다. 그들의 발언 내용은 미국 정부가 확산시키기를 원하는 심리전 차원의 정보로 비춰진다.

그러면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국방TV나 국민방송(KTV) 등에서는 한미군사관계의 법과 제도적 실상에 대해 방송하는 일이 거의 없다. 군장병과 국민의 생사와 직결되는 한미군사관계에 대해 그 핵심 사항, 주요 이슈, 현안에 대해 비밀이 아니라 해도 일반상식 정도의 정보도 방송하는 일이 없다.

군사관계는 군 최고 명령권자 등이 잘 해야지 순간의 실수나 판단착오를 하면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인명피해는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예방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군사관계는 바로 군인들의 생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국가들은 제 각각 최선을 다한다. 그러면 현안인 전작권 문제는 어떤 상황인가? 한미 두 나라가 내놓는 정보로 보면 미국은 슈퍼 갑이고 한국은 을로 비춰진다. 미국이 엄청 고자세로 보인다. 한국민의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대해 북한 핵문제 등을 앞세워 무기한 연기나 아예 불가능하다는 식의 정보를 쏟아놓는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대통령이 원칙적인 말을 기념 식사를 통해 내놓을 뿐 국방장관, 외교부장관이 직접 나서서 국민의 궁금증에 대해 말하는 법이 없다. 그들의 그런 태도에 비해 미국 국방부 장관, 국무장관은 너무 고압적으로 기세등등하게 갑의 말을 쏟아낸다.

이를 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뭔가 잘못하는 것이 있나, 아니면 한미군사관계를 현재처럼 유지하지 않으면 큰 변고가 생기는가 하는 걱정을 생략하기 어렵다. 전작권의 실체, 그 핵심사항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심리상태인 것이다.

그러면 언론이나 학계는 어떤가.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책무가 있지만 한미군사관계에 대해서는 보도 불가 영역으로 정한 듯한 태도가 굳어 있다. 한미 간의 주요 이슈가 되면 미국 워싱턴 특파원 등이 주로 나서서 미국의 입장을 전하기 바쁘다. 일본, 독일 등 미군과 관계가 있는 나라의 경우와 한국을 비교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학계에서는 거의 모두가 침묵한다. 한 두어 명이 대표 주자로 나선 격이지만 대부분 한국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그런 정보를 내놓는데 국한할 뿐이다.

학문적 차원에서 정권 차원을 떠난 국익, 또는 민족 전체 또는 동북아를 포함하는 그런 관점에서 연구한 자료를 내놓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언론과 학계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시민사회 또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관변이나 정치에 관심이 큰 단체들은 정부가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려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판이니 전체 국민들이 한미군사관계의 현주소나 미국의 실체 등에 대해 잘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전작권과 관련해 국내 언론, 학계, 시민사회를 미리 거론해 본 것은 미국 정부가 해외로 파견된 미군이 동맹체제에서 외국군 지휘관의 통제를 받을 경우 얼마나 치밀하게 미군사력을 보호하려 관련 제도를 만들어 놓았는지를 국내에서 소개한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미군사관계, 전작권 전환에서 너무 중요한 사항인데도 국내에서 그런 중요한 사실이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지피지기를 해야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나온다는 점에서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미국이 전작권을 한국에 전환하면 주한미군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에 대해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한미군은 전작권이 한국군에 있다 해도 그들의 통솔권자인 미국 대통령의 통제 하에 있다. 동시에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하면서 상황을 살펴서 미군 병사가 불필요하게 희생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언제든 동맹에서 이탈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의 제도로부터 보장받고 있다. 주한미군은 동맹 체제라 해도 한미 두 나라가 합의한 군사적 업무나 작전에만 투입될 뿐 그 외 모든 것은 미국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체제를 유지한다.

그것이 뒤에서 자세히 밝힐 ‘미 대통령 결정 지침 25호’(PDD-25)다. 주한미군은 현재 전작권을 행사하는 입장이지만 역시 PDD-25의 지배를 받는다. 현재 한국군도 한국 대통령의 지휘를 받으면서 미군처럼 정당한 미군 지휘관의 통제에만 복종하는 체제일 것으로 추정된다.

21세기 군 동맹체제는 국가와 국가 간의 상호 평등한 계약으로 종속이나 절대복종의 관계가 아니며 해당 국가가 자체 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상대국과 공동으로 추진키로 합의한 군 작전 등에 동참하는 것으로 압축될 수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국제군사 기구 등은 물론 국가 간 군 동맹 관계는 이런 점이 전제가 되고 있다.

군 동맹에 대한 국제적 관행을 고려하면 최근 미국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큰소리치는 것은 생뚱맞다. 미군이 한국군의 전작권 발동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군 안팎의 관계는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현재 만족스럽다 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것처럼 현재 특정한 기준을 정해놓고 왈가왈부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큰 원칙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한국 정부가 국민의 주권을 대신 행사한다는 주권 의식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미국에 요구해서 21세기에 걸맞는 전작권 전환을 관철해야 한다. 미국은 현재도 그렇지만 PDD-25에 의해 주한미군이 미국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을 최우선적 판단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을 살필 때 한국도 마땅히 그런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

군사동맹의 대등한 국가관계에서 맺는 것이 상례이지만, 한미 두 나라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국이 슈퍼 갑의 위상을 보장받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권 전환 작업이 어려워 보인다. 미국이 제 영토처럼 한국에서 군사력을 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데 전작권 전환에서 이런 점이 어떻게 조정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 기회에 한미 군사관계를 정상화 시키면 최선일 것이다. 즉 한미 두 나라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성을 시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고 특히 미국의 PDD-25는 2001년 그 비밀서류에서 해제되었다는 점에서 존재를 공론화해서 전작권 전환의 고려사항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보장된 미군의 특권과 미국 대통령 권한인 한국 배제 상태에서의 대북 선제 타격 전략과 그 목적 수행을 위한 대북 정탐 기능, 그리고 미 핵무기 의 대북 사용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전작권이 한국군에게 전환된다 해도 한국군 사령관의 통제에 의한 작전 중에 미군의 자체 판단과 동맹 이탈 등의 보장이 필수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오늘날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고 한국도 미국이 요구하는 특권에 다를 바 없는 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강한 입장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미국이 취하고 있는 태도는 매우 부정적이다. 미국이 북한 핵 문제, 미군 최첨단 항공기나 정찰위성 등을 통해 확보한 대북 정보력 등을 앞세워 전작권 전환에 난색을 표한다는 것은 전작권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라면서 미국의 PDD-25와 최근 부쩍 심해진 전작권 논란 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미군이 외국군 지휘를 받을 때 미 국익이 최우선 고려 사항

미국은 항상 미국 제일주의를 앞세우기 때문에 미국인 중에도 미군이 다른 나라 군 지휘관의 공식 통제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아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군이 연합군 형식으로 이 참전하는 전투에서 외국군 사령관의 지휘를 받은 경우는 미 독립전쟁이래 그 사례가 적지 않다. 조지 워싱턴 장군은 독립전쟁 당시 독립군 병사 2천 명이 프랑스 군 장군의 지휘를 받도록 한 적이 있다. 기록에 따르면 1900년대 이래 수년전까지 미군이 외국군 사령관의 지휘를 받은 군사 작전은 17회에 달한다 (https://www.politifact.com/factchecks/2011/mar/29/karl-rove/karl-rove-says-american-troops-have-never-been-und/).

미군은 2차 대전 종전이후 나토나 유엔군에 소속되어 외국군 사령관의 지휘를 받을 경우 자체 기준을 적용해 왔다. 미군은 미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엄격한 기준과 작전 원칙아래 제한적으로 외국군 사령관의 지휘를 받았다. 동시에 항상 외국군 지휘관의 결정사항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하면서 미군 자체의 판단에 의해 그것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거나 필요할 경우 그 지휘체제에서 이탈할 권리를 확보했다. 즉 미국은 군작전 통제와 전면적인 군 지휘를 자체 법으로 구분해 강행해 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작전통제는 군을 동원해 어떤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휘하는 권한을 말하는데 미군은 세계 일차대전이래 이런 원칙을 지켜왔다. 군의 전면적 지휘는 대통령의 권한에 속하며 군에 대한 처벌권한, 병참에 대한 책임 등이 포함된다. 작전 지휘권은 몇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데 첫째 다국적군의 지휘관에게 주어지는 권한으로 작전통제권이라 부른다. 이는 규정된 시간에 규정된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지휘자가 이를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지휘를 받게 되는 군부대의 업무를 그에 맞게 조직, 조정, 지휘하는 권한을 의미한다.

작전통제권의 경우 지휘관은 자신이 지휘하는 외국군의 부대 내 활동이나 소속 국가의 법제에 따른 지휘권에는 간섭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 지휘관은 그들의 보급이나 행정 규율, 승진, 조직 개편 등을 할 수 없다(http://congressionalresearch.com/RL31120/document.php?study=Peacekeeping+Military+Command+and+Control+Issues).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유엔 평화유지군 작전이 확대되면서 미군이 유엔 사령관의 지휘를 받게 되자 미국 의회에서는 미국이 미군에 대한 지휘권을 상실하거나 미국 정부의 의지 관철이 어려워진다는 불만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미 의회에서는 미군을 유엔군 사령관의 지휘 하에 두는 것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려 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대신 미 행정부는 미군이 다국적군에 소속될 경우 미군이 위험에 처하거나 미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경우를 우려해 이런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 예를 들면 미군이 외국군 지휘관의 통제를 받을 경우 그것은 규정된 시간과 규정된 업무에 국한하도록 한 것이다. 미군이 외국군 지휘관의 작전통제를 받을 경우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판으로 클린턴 대통령이 1994년 5월 내린 대통령 결정 지침 25호(PDD-25)에 잘 명시되어 있다.

PDD-25에 의해 작전통제권이 미대통령의 군통수권의 하부 개념이 되면서, 미대통령이 군수통수권자로서 해외에 파병된 미군지휘관이 외국군 지휘관의 통제를 받는 것을 허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미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라 하는 것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한 군 지휘관의 결정과 행동에 대해 대통령이 궁극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미 대통령의 군통수권의 범위에는 명령계통을 통해 실시된 미군에 대한 작전통제권도 포함된다. 한국군에 전작권이 전환되면 발족될 미래한미연합사의 사령관이 되는 한국군장성은 미 대통령에 대해 자신의 미군에 대한 작전통제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은 PDD-25의 법적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 즉 미군에게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외국군 지휘관은 해당 미군의 편성 조직을 변경하는 등 미군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http://www.ibiblio.org/jwsnyder/wisdom/pdd25.html).

그 결과 미국은 미군이 참여하는 작전을 관장하는 정책 기구에 적극 참여해서 외국군 사령관의 권한을 제한하고 합의된 군 임무에 대해 명확한 지침 등을 규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지침의 목적은 포스트 냉전시대의 현실에 걸 맞는 평화 증진과 평화 보장을 유엔 등 다국적군의 평화 작전을 통해 추구하기 위해 미국이 결정할 종합적인 틀을 제시하는데 있다. 이상과 같은 여러 규정을 포함한 PDD-25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https://fas.org/irp/offdocs/pdd25.htm).

해외에 파병된 미군이 참여하는 평화를 위한 작전은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평화를 증진하는 목표를 추진하는 국가로서 행동할 때 신중하게 기획되고 원만하게 수행되는 평화 작전이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는 유용한 요인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이를 위해 이 지침은 평화작전에 동참하는 것이 미국에 선택적이고 유용하다는 것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미국이 고려해야 할 몇 가지 기준이 있다.

먼저 미군은 두 개 이상이 동시적으로 발생한 지역 분쟁에 개입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고 그럴 경우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서 평화유지는 그 같은 분쟁이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 전에 예방하고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유용한 수단이어야 한다. 평화유지는 민주주의와 지역 안보, 경제 성장을 증진하면서 미국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다.

PDD-25는 미군 해외 파병의 개혁과 증진 방안 6개를 제시했는데 그 가운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평화유지는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증진시키는 유용한 계가가 되어야 하지만 미국의 개입은 반드시 선택적이고 효용성이 높아야 한다.

2. 유엔의 평화 증진 작전에 소요되는 미국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미국의 부담을 1996년 1월 31.7%에서 25%로 줄인다.

3. 유엔 평화작전에 참여하는 미군사력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미군이 외국군 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을 경우는 대통령이 결정하고 그것이 미국의 안보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 미군의 군사적 역할이 커질수록 미군이 유엔 사령관 등의 작전통제를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전투 행위가 포함된 주요 평화증진 작전에 미군이 대규모로 참여할 경우 미군 사령관의 지휘나 작전통제를 받거나 NATO와 같은 지역 군사조직이나 비상 연합체의 군 통제원칙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4. 유엔이나 다국적군의 평화작전을 관리하는 능력이 향상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미국이 기획, 병참, 정보와 지휘, 통제 능력의 강화를 지원한다.

한편 미국의 PDD-25에 대해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6일 전작권 전환과 관련지어 그 일부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스웨덴 안보정책개발연구소(ISDP)와 주한미군전우회(KDVA)가 전시작전권 전환을 주제로 연 화상회의에서 ‘전작권이 전환돼도 양국 정부에 보고하는 한미연합사령부의 소통방식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며, 현재의 한미연합사령부 체계에서도 미군이 한국군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이 공평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11월 6일).

브룩스 전 사령관은 또 미국의 경우, 미군이 타국에게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이른바 ‘퍼싱 원칙’에 따른 오해도 매우 부정확한 견해라며, 현재의 연합사나 전작권 전환 뒤 구성될 미래연합사 모두 한국군이 미군 명령체계의 하부기관으로서 운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과는 빈번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한국의 합참의장과는 거의 매일 협의를 진행했고, 사안에 따라서는 한국의 국방장관, 국가안보회의 실장과도 정기적인 소통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의 발언은 주한미군은 한미연합 체제에서 미국의 PDD-25의 적용을 받으며 미래의 한미연합사도 마찬가지라고 밝힌 것이다. 그는 PDD-25의 일부만을 설명한 것에 그쳤는데 PDD-25에 따라 주한미군이 미국의 안보이익을 최우선하며 외국군 사령관의 통제에 불복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는 점 등을 언급치 않은 것이다.

미국의 전작권 전환에 대한 최근 태도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협상해 환수하기로 결정한 뒤 많은 논란과 논쟁 끝에 환수일을 2012년 4월 17일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미국에 요청해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고 박근혜 정부가 2014년 이를 다시 연기했다. 환수날짜를 정한 것도 아닌 무기한 연기였다.

당시 4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한미 정부는 ①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핵심군사능력 확보, ②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비 초기 필수 대응능력 구비, ③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관리라는 세 가지 전작권 전환 조건에 합의했다.

그리고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3단계 완전임무능력(FMC)의 검증·평가 절차를 추진하기로 하고 한미는 연합작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합훈련을 해왔다. 전작권이 환수되면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미래연합사가 생기는데, 이 미래연합사의 작전 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해왔다.

2019년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에서 IOC 검증·평가를 마쳤고 올해 후반기 훈련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FOC 검증·평가가 일부 이루어짐에 따라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전작권 환수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한겨레 2020년 09월 28일).

한미 두 나라가 각각의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원칙하에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는데 조건 ③의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지역 안보환경’의 경우 이는 두 나라의 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성격으로 보인다. 중국, 러시아, 북한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에 대해 100% 대비한다는 것은 난센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조건을 합의한 것은 전작권 전환을 하지 말자는 견해 쪽으로 두 나라가 기울었던 것 아닌가 하는 추정도 가능하겠다.

미국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서욱 한국 국방장관이 2020년 10월 14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해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 등을 주제로 논의한 뒤 전시 작전통제권의 한국 전환 문제와 관련해 공개석상에서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국이 전작권 전환 조건의 조기 구비를 강조하며 전환 의지를 드러낸 반면 미국은 전환에 시간이 걸린다는 전망을 내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환이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연합뉴스 2020년 10월 15일).

두 장관은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포함한 미래연합사로의 전작권 전환의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3단계 검증 평가 중 올해 예정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제대로 하지 못한 2단계 FOC 검증을 논의했다는 뜻이지만 실시 시기 등 세부사항은 정하지 못했다. 한국은 내년에 FOC 검증을 실시하는 쪽에 무게를 뒀지만 미국은 상황을 두고 보자는 식으로 확답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장관의 이런 태도는 전작권 전환에 대해 미국 정부 선전매체들이 ‘시기상조, 한미간 불통 가능성’ 등의 이유를 들어 시기를 연장하거나 아예 전환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낸 뒤 나왔다.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은 미국의소리방송(VOA)과의 회견에서 한미 두 나라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와 관련해, 전환 시기를 오판할 경우 한국의 안보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거나 한국군의 작전 수행 능력뿐 아니라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고려할 경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때까지 전작권 이양 논의를 영구 중단해야 한 주장 등을 내놓았다.

미국 선전매체가 바람을, 미 국방장관이 구체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전에 미 선전매체가 보도한 관련 전문가 등이 밝힌 전작권 관련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넘기기 위해서는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 돼 더 이상 핵무기를 갖지 않게 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조건”이다. 이런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한국의 준비태세 등 다른 전작권 전환 조건은 상관이 없다는 게 나의 견해다. 도발적이고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에 맞서 미국이 전쟁을 주도할 권한을 유지하는 것이 100% 필요하다. 이는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북한을 상대로 한국은 재래식 전쟁을 주도하고 미국은 핵무기 관련 노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전쟁 발발 시 군의 지휘 계통과 국가의 지휘권에 분열을 일으킬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에 맞서 지휘권과 노력의 통합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병력과 군사력에 대한 전작권을 유지할 책임이 있다. 전작권 전환은 늦춰져야 할 뿐 아니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완전히 보류돼야 한다. 북한이 핵으로 무장한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을 실행에 옮기려는 한국 정부의 어떤 노력도 위험하고, 아마도 무모한 행동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 보유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때까지 모든 한미 동맹군, 그리고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의 전작권을 미군이 그대로 유지하기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핵무장한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일으키는 것을 저지하고, 억제력이 실패할 경우 미국의 가까운 동맹인 한국과 함께 북한의 군사력과 정부를 모두 파괴하는 것이 주한미군의 임무이자 역할이다. 주한미군은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 노력 역시 주도한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강압적 태도를 취하거나 군사적 모험주의를 추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미국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굳건한 동맹국 파트너로서 행동하고 두 나라 간 오랜 적대감을 희석하는 선의의 완충지를 제공한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9월 17일).

-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 ; 전작권 전환에 앞서 많은 조건이 평가돼야 하며 군사 역량, 준비태세, 군사 기술, 자원, 위협 요소, 지휘권 통합, 지휘·통제·통신체계(C4I), 상호운용성, 한반도 안보 등을 들 수 있다. 전투원을 비롯해 한미연합사령관, 한국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국방부 장관이 이런 조건을 도출하고 평가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오판할 경우 한국민들의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작권 이양을 연기하는 것은 모든 조건의 평가 결과와 한미 양국이 합의한 조건에 근거한 합동 의사 결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한미연합사령부/유엔사령부/주한미군사령부의 역할은 현재나 미래나 변함이 없다. 공격을 저지하고, 필요하다면 싸울 준비를 해 승리를 거두며, 한국의 안보와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것이다. 아울러 휴전협정을 유지·이행하고 한국민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주한미군의 역할이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9월 17일).

-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해 대미 소통이 약화될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또 미한 양국이 전작권을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한국군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이뤄질 경우, 미국 수뇌부와의 소통이 약화될 위험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미래연합사 사령관이 한국의 수뇌부와의 소통에 더 많이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 측과의 소통유지에 실패할 경우, 동맹 파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정부는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이 이뤄진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핵 보복을 결정해야 하는 촉박한 순간에 직면하게 될 경우, 한국 측의 의견이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것에 대해 향후 관련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한미연합사 사령관도 북한에 대한 핵사용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결정은 훨씬 더 높은 명령체계에서 이뤄진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11월 6일).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 ; 올바른 검증 평가가 이뤄지려면 CPX 훈련을 통해 수개월 간 한국군의 역량 보완작업이 선행됐어야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그러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국군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한 검증이 늦춰지면서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다. 당초 조건부 합의였던 만큼 충분한 역량 확보 없는 검증은 있을 수 없고 한국군의 미흡한 요소를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다.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필수 대응능력 구비, 그리고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지역 안보환경 등 3개 선제조건을 검증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난 8월 말 종료된 연합훈련에서 제외된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은 3 단계 중 2번째 단계로, 연합군의 실제 지휘통제 역량 확보 여부가 핵심이다.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위협 감소, 한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 등 다른 전제조건들이 모두 부합할 때만 가능하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9월 1일).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 전현직 미군 관계자들로부터 한국군은 여전히 C4ISR(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정보, 감시정찰) 분야 등에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임기 내’ 전환을 강조하는 가운데 한국의 많은 진보단체들은 연합사와 전작권 전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은 양국의 본질적인 인식 차이에서 비롯됐고 미국은 강한 대북 억지력 관점에서 전시작전권 전환에 합의했지만, 한국은 이 문제를 주권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9월 1일).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정부는 미 정부 선전매체를 통해 전작권 전환에 대해 조건 충족의 절대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전환 폐기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대신 표현하면서 한국에 신호를 보내 압박하면서 동시에 한국 내부의 미국 동조자들을 부추기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그 근거가 모호하다. 미국 전직 군 고위 장성 등은 전작권 전환이 되면 큰 변고가 생길 것처럼 엄포를 놓지만 이는 주한미군이 미 대통령의 군수통수권 지휘 하에 있다는 점과 외국군 지휘관의 작전통제를 받는 해외 파견 미군은 미국 이익에 부합치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그 통제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 조건의 허구성 – 미군과 한국군 상명하복 관계 아니야

전작권은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협상해 환수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미국에 요청해 연기된 상태다. 박근혜 정부는 환수날짜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합의해 놓은 환수 조건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환수의 조건이 세 가지로, 첫째는 한국군의 연합작전 능력, 둘째는 초기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셋째는 한반도 주변정세이다. 전작권이 환수가 이뤄지고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미래연합사가 생기는데, 이 미래연합사의 작전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단서를 단 것이다.

그러나 미래한미연합사에서 한국군 장성이 사령관이 된다 해서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상하관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두 나라가 한반도에서 군사작전을 할 경우 각자 헌법적 절차에 따라하게 되어 있고 미국 대통령이 만든 PDD-25에 의해 미군은 수틀리면 언제나 발을 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다. 이런 점을 모를 리 없었던 한미 두 나라가 객관적으로 설득력이 없는 환수조건을 만들어놓고 세월을 보내는 것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전작권 환수는 두 나라의 관련 국내법이나 제도를 살펴 환수에 합의하면 당장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노무현 정부 당시 상대인 부시 행정부가 그런 점에 양해했기 때문에 환수 작업을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군사 주권 확립 차원에서 전작권을 환수하려 했고, 부시 행정부는 9·11테러 이후 세계 주요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높여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테러에 대응하려는 미군 주둔 체제를 만들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합의된 전작권 환수가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연기된 것은 자주 국방에 대한 공포가 컸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그러다 보니 미국에게 뭔가 대가를 지불하면서 연기를 관철시킨 것이란 합리적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19 때문에 연합훈련을 못했으니 다음에 더 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제기되는데 이런 식이면 전작권 전환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앞으로 어떤 변괴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기 내 환수 반드시 지킨다'라고 생각하면 절차는 얼마든 단축시킬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 두 나라가 공동의 목표에만 협조하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전환에 앞선 조건을 단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 하겠다.

사실 어느 나라 군대든 완벽할 수는 없다. 미국, 러시아 등도 첨단무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이런 경쟁은 그 우열이 계속 바뀌면서 군비증강으로 나타나는 것이 국제군사관계의 현주소다. 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 언론에 보도된 두 전문가의 전작권 관련 입장을 소개하기로 한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 환수는 헌법정신을 구현하고 격상된 한국의 국격과 위상을 확인하는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한국군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가급적 빨리 환수되어야 할 세 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한겨레신문 :2020년 9월 28일).

첫째, 전작권 환수는 헌법 제74조 대통령의 국군통수권 행사를 보장하는 양보할 수 없는 주권 사항으로 어떠한 양보도 있어서는 안 된다.

둘째, 한국이 세계 10~12위권의 경제력과 세계 6위의 군사력이라는 중견 강대국이 되었고 우리 군도 한국의 국격과 위상에 걸맞은 선진민주 국군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작권을 환수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국가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고, 한미 역시 공동이익을 위해 한 차원 높은 동맹관계로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다.

셋째, 전작권 환수를 위한 조건과 절차적 단계는 환수를 위한 전제조건이 아니고 확인사항이므로 미흡하다면 환수 이후에 보완해서 발전시켜도 될 것이다. 전작권 전환 조건은 환수 이후에 한미 간에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동맹의 과업이며 한미 사이에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사안이다.

안문석 전북대학교 교수는 “(전작권 전환을) 지금은 우리는 환수하려 하지만 미국은 꺼린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연합사의 해체와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가져올 전작권 전환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정해놓은 절차를 지키자고 하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연합연습을 못하는 게 미국에게는 전작권 전환 연기의 좋은 구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라면서 “완벽한 상태가 돼야 전작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가져오지 말자는 얘기가 된다. 전작권 환수를 언제 하든 더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할 부분은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의지의 문제, 관점의 문제, 선택의 문제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환수’라는 공약을 내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랄 따름이다”라고 말했다(프레시안 2020년 8월 13일).

끝으로 일본과 독일이 미국과 전작권과 관련해 설정한 군사관계를 소개한다. 한국의 전작권 전환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 미국은 각자의 군대에 대해 독자의 권한을 가지고 합의한 작전 등 미션에 대해서만 협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일본은 미군사령부와 육상자위대가 평소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체제로 전시에도 마찬가지다. 두 나라가 향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형식으로 된다면 각자 자국의 헌법적 절차에 따라 협조, 공조한다는 원칙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KBS 2006년 8월 12일).

독일의 전시작전통제권은 NATO의 집단방위체제와 연관돼 있다. 독일군 가운데 야전군은 나토의 지휘체제 아래 들어가고 나머지 지역방위군은 자체 편제로 움직인다. 나토 소속 부대에 대한 실질적인 전시작전통제권은 유럽연합군 최고 사령관인 미군 장성이 쥐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군 최고 사령부위에 나토 군사위원회를 두어 미군의 일방적 결정을 견제한다.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선출하기 때문에 미국이 독점할 수 없다.

전작권은 군대의 생사를 뒤바뀌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연합체제에서는 대등한 조건, 언제든 연합체제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갖는다. 미래한미연합사가 생긴다 해도 각국의 헌법적 규정에 따라야 하고 대통령의 군통수권 체제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미래연합사에서는 사령관이 한국군, 부사령관이 미군이 된다고 해도 절대적인 상명하복 체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현재의 한미연합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미 두 나라는 국제적으로 기이하게 비춰지는 전작권 전환 조건이라는 허울을 폐기하고 즉각 전환을 실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6.15언론본부 정책위원장

전 민언련 이사장
전 한겨레신문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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