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공연을 준비 중인 차준호  ‘노래극단 희망새’ 대표와 25일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익흥 기자]
뮤지컬 공연을 준비 중인 차준호 ‘노래극단 희망새’ 대표와 25일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익흥 기자]

“우리 역사가 제대로 기억되지 못함으로 인해서 우리 역사의 가장 아픈 장소가 젊은이들의 놀이터와 같이 된 좀 안타까운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고 왜 그들은 그렇게 죽어갔는지를...”

뮤지컬 <고스트 메모리> 공연을 준비 중인 차준호 ‘노래극단 희망새’ 대표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 야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경산 코발트광산이 우리나라 3대 괴담지역 중 한 곳”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유튜버들이 현장을 생중계하며 ‘공포체험’을 하는 곳으로 알려진 이 폐광산은 일제시대에는 우리 노동자를 착취해 전쟁물자인 코발트를 캤던 ‘보국광산’이었고, 한국전쟁 때는 보도연맹원 집단학살지로 아직도 3,500여 명의 유골이 역사의 재조명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보도연맹원들은 이미 전쟁 이전부터 인민군에 동조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요시찰인’으로 분류되어 감시와 통제를 받아온 존재들이었고, 경산지역은 인민군이 점령하지 못한 지역으로, 다른 지역보다 희생자 수가 많았다.(임영태, 한국에서의 학살, 통일뉴스, 2017)

노래극단 희망새의 뮤지컬 는 2014, 2015, 2016년에 공연돼 호평받은 바 있다. 사진은 2016년 공연 모습. [사진제공 - 노래극단 희망새]
노래극단 희망새의 뮤지컬 는 2014, 2015, 2016년에 공연돼 호평받은 바 있다. 사진은 2016년 공연 모습. [사진제공 - 노래극단 희망새]

차준호 대표는 “2014년, 2015년, 2016년 공연을 했지만 사실 그 역사적 배경이 된 경산 코발트에 대한 그 가슴 아픈 일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적인 보상이나 해결, 유족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해결되지 못하고 아직도 계속 왜곡돼 있는 상태로 남아있다”고 재공연을 갖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전 공연에 대해 “어떻게 보면 3,500명이 죽었다는 사실, 역사적으로 무거운 내용이지 않느냐”며 “실제 극으로 풀어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당시 살았던 그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보고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더라”고 평했다.

또한 “재밌는 부분도 많기도 하고 또, 노래가 주는 감동도 있다”며 “대학로에서 공연했을 때 놀랐던 것은 젊은 사람들이 좋아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과거 역사지만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노래, 춤도 들어가고 연기도 재미있게 하다 보니까 지금의 일처럼 가깝게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는 것.

김규남, 윤나라 작가가 대본을 쓰고 이정아, 박규태 작곡가가 작곡한 <고스트 메모리>는 2014년부터 3년간 각각 다른 연출자의 손을 거쳐 공연됐고, 이번에 차준호 대표의 연출로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조재현 전 대표에 이어 2018년부터 희망새 대표를 맡고 있는 차준호 대표는 1993년 출범한 희망새에 1999년 드러머로 입단해 가수를 거쳐 극단 배우로, 이제 대표이자 연출자로 거듭나고 있다.

12월 2-6일 공연되는 뮤지컬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사진제공 - 노래극단 희망새]
12월 2-6일 공연되는 뮤지컬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사진제공 - 노래극단 희망새]

<고스트 메모리> 공연은 12월 2일부터 6일까지 평일 오후 8시, 토.일요일 오후 4시와 7시서울 대학로 후암스테이지1관에서 각각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기회가 된다면 계속 공연을 하고 싶고, 작품 역시 매년 다듬어 가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좀더 높여가서 좀더 많은 대중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램이 있다”며 “이번 공연은, 등장인물들의 일화들이 구체성을 띠는 부분들이 약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한다. 음악적 완성도도 조금 더 높여내려 한다”고 ‘욕심’을 밝혔다.

그러나 여건은 여의치만은 않다. 8명의 출연 배우 중에 희망새 전속단원은 4명에 불과한 실정. “지금은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 때문에 우리가 활동하면서 만났던 좋은 취지를 갖고 예술을 하고 있는 분들과 같이 작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 사정이 이러하니 장기공연이나 전용극장은 아직 ‘그림의 떡’.

희망새는 통일운동 현장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해왔다. 사진은 6.15공동선언 발표 18주년 기념행사 공연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희망새는 통일운동 현장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해왔다. 사진은 6.15공동선언 발표 18주년 기념행사 공연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그는 “10주년 기념 음반 이후부터는 좀더 열린 공간에서 실제 노래극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래도 하지만 노래와 극을 겸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서 폭넓은 대중들을 만나려 했다”며 “예전에는 집회공간에서만 공연했다면 지금은 대학로 공연장에서 공연하고 또 다른 열린 공간에서 공연하려고 많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2018년부터는 ‘北(북) 콘서트’를 계속 기획을 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북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공연을 기획해 만들어서 전국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희망새의 정식 명칭은 ‘노래극단 통일의 노래 희망새’이고, 그간 통일관련 행사나 집회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그들을 볼 수 있었고, 지금도 역시 ‘北 콘서트’에 힘을 쏟고 있다.

27년전 창단한 희망새는 <고스트메모리>, <전태일>, <나계장의 행방>, <우리가 보이나요> 등의 뮤지컬과 가극 <청동단검> 등을 공연했고, 복합음악콘서트 다큐멘서트<통일의 노래 2017>, <北콘서트> 시즌1, 시즌2로 전국을 누볐다.

차준호 대표는 2014,2015,2016년 공연 이후에도 경산 코발트 광산 집단학살 문제는 여전히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익흥 기자]
차준호 대표는 2014,2015,2016년 공연 이후에도 경산 코발트 광산 집단학살 문제는 여전히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익흥 기자]

‘희망새의 이미지가 대중성 보다는 선명성, 일상성 보다는 이념성이 두드러져 보인다’는 질문에 그는 “지금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대중적이라고 해서 그동안 우리가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수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많은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잘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하고자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좀더 대중적으로 보편화시켜 내는 작업”을 강조했다.

그는 준비 상황에 대해 “거의 막바지”라며 “장면이나 이런 것들이 다 정리가 된 상황이고, 그래서 거의 리허설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고 “지금은 거리두기로 50명으로 관객이 제한돼 아주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고스트 메모리>는 ‘대박’ 컨덴츠를 찾던 생계형 유튜버 왕코와 별성이 경상북도 경산에 귀신이 출몰한다는 제보를 받고 촬영을 위해 현장으로 떠나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유튜버가 유행하기 전인 2014년 당시에는 아프리카TV BJ(인터넷 방송인)였다고...

[사진 - 통일뉴스 김익흥 기자]
차준호 대표는 '열정'을 강조하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활동'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익흥 기자]

그는 “지금 우리 단원 중에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없다. 대중 가수 중에서도 전공한 이들보다 열정으로 하는 분이 훨씬 많은 것 같다”며 “실력은 하고 싶어서 할 때 실력이 높아지는 것 같더라”고 자신의 경험이 담긴 예술가론을 펴기도 했다.

‘통일의 노래’를 내세운 노래극단이 오랜 세월을 견뎌내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그와 단원들의 ‘열정’ 때문이었으리라.

개인적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20년동안 활동을 해왔는데,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냈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오래 활동을 하다 보니까 외로워지는 순간들이 의외로 많더라”며 “좀더 내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활동을 해야겠다. 그게 대중일 수도 있고 내 주변에 있는 동지일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소박함을 잃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고 살필 줄 아는 힘이 있는 한 그의 노래와 연기, 그리고 연출은 아직도 진행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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