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장관은 9일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세의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7월 말 북민협 대표자들과 면담하는 이인영 장관.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9일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세의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7월 말 북민협 대표자들과 면담하는 이인영 장관. [통일뉴스 자료사진]

"정세의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 나가자."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9일 최근 미국의 대선결과에 언급하면서 동북아 정세에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남북사이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더 크게 열릴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장관은 취임 100일을 넘겨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남북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신뢰를 만든다면 계속해서 이어질 더 좋은 정세의 흐름을 남과 북, 우리가 함께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2000년 북미 코뮤니케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선례를 들어 "남북의 대화와 협력이 있었기에 북미관계의 진전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거듭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관계 진전을 이루자는 선순환론을 언급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서 북측이 남북, 북미간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고 비핵화에 전향적 의지를 보여준다면 한반도가 평화를 위해 나아갈 뿐만 남북간 평화협력의 공간이 확대되는 성과를 우리가 다시 함께 만들 수 있다"고 하면서 "이를 통해 남·북·미가 하노이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평화의 결실을 향해 다시 나아갈 수 있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북측에는 "신중하고 현명하게, 그리고 이 유연하게 전환의 시기에 대처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미국 차기정부와 공조하여 더 나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한미동맹간의 새로운 동행의 시간을 만들어 보겠다"며, "한미동맹 또한 평화질서를 주도하는 보다 새로운 단계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 정책공조 등을 위해 최소한 수개월은 불가피하게 소요될 수 있지만 이 기간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 조야와 소통하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한미간 협조와 지지의  토대를 보다 단단하게 만드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함께 확인하고 남북미의 협력 필요성도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취임 후 100일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던 것이 엄연한 사실인데, 그에 대한 평가는 어떠할까. 또 이제 와서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삼겠다는 건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는걸까.

이 장관은 "그동안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고 또 평화를 향해서 묵묵히 한 방향으로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결재를 해 나가면서 큰 정세 변화를 시야에 넣고 전략적 행보를 모색해 왔다"며,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후회는 대체로 없다"고 말했다.

또 교착이 장기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대화와 협력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코로나 방역에서 시작해 삶의 문제와 밀접한 보건의료, 재해 재난, 기후환경 분야에서 대통령이 말한 생명안전 공동체를 향한 협력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남·북·미 신뢰를 기반으로 그동안 이루어진 '모든 합의의 전면적 이행'이라는 더 큰 접근으로 전환하기 위한 모든 준비와 여건을 갖추어놓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전환기 정세에서 남북관계를 잘 풀어 북미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처라고 설명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전환기 정세에서 남북관계를 잘 풀어 북미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처라고 설명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미관계 선순환론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미관계가 교착되어 있는데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기존 정책을 리뷰하고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데 시간이 필요하니까 이 시기에 남북관계를 잘 풀어서 북미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처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가 기존 하향식 접근이 아니라 실무적 접근을 통한 의사결정을 선호하는데 대해서는 개인 캐릭터에 의해 움직이는 것보다 시스템이 작동된다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미·중 패권경쟁 와중에 바이든 정부가 미국의 이익이나 목표와 관련해서는 다르지 않겠지만 상황에 더 합리적으로 접근한다는 전제하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데 그렇게 나쁜 환경은 아닐 수 있으며, 오히려 충분히 의견을 조율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측의 태도에 대해서는 "새로운 정세에 북측이 신중하고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합리적인 결과를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하면서 "우리가 미국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이고, 우리 스스로 남북 협력과 대화의 폭을 얼마나 만들어내고 작동시켜 나갈 수 있는지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남북관계에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건 북측의 의지가 아닐까.

이 당국자는 뒤늦게 공개된 지난 9월 남북 정상간의 친서, 서해 피격때 보여주었던 북측의 이례적인 사과,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의 대남메시지 등을 거론하면서 북측이 최소한 남북관계를 파국적으로 몰고 가려는 것은 아니며 더 적극적으로는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서해 피격사건 등으로 국내에 강한 비판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활동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올해 연말과 내년초를 지나면서 더 나은 상황은 만들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화와 협력을 할 수 밖에 없는 객관적 요인이 증대될 것이라고 본다"고 하면서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하긴 하지만 코로나19 관련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된다면 보건의료협력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에서도 그 전과 후가 많이 다르지 않겠느냐"는 의미심장한 언급을 했다.

이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때도, 4.27판문점합의때도 제재가 작동하는 가운데 큰 정세의 변화를 만들어 냈다"고 상기시키고는 "내년 도쿄 올림픽도 있고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제재가 작동하는 가운데에서도 남북관계를 개척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매머드급 뉴스가 꽤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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