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진행된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관련 이야기로 아직도 뜨겁다.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울먹이는 장면, 남쪽 동포들에게 전한 인사, 미국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삼간 점, 전투복과 소총부터 전면 개량된 전투장비, ‘괴물’ICBM이라고 불릴 정도로 화성 15형보다 크기가 커진 새 ICBM 공개까지 열병식에서 등장한 다양한 장면이 아직도 잔상으로 남아 있다. 몇 가지 들었던 생각을 글로 옮겨보고자 한다.

단상 1 - 75

조선노동당의 역사 75년. 이 기간은 분단의 기간과 같다. 일본 패망과 함께 강대국에 의한 분단이 75년이 됐다. 그 사이 우리는 나뉘어 서로 총부리를 겨눴고, 미국과 중국이 참전하는 국제전쟁으로 비화된 후 미국이 한반도에 핵폭탄 투하를 구체적으로 계획할 정도로 위태롭고 참혹한 전쟁을 치렀다.

그리고 양쪽 모두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삶의 터전을 재건했다. 남쪽은 압축적인 산업화와 기나긴 민주화 투쟁으로 모범적으로 산업화된 민주국가로 성장했고, 북쪽은 소련 붕괴 이후 고난의 행군을 지나 핵무력을 완성한 다음 그토록 요구했던 미국 대통령과 직접 정상 대화를 시작했다. 분단 이후 한반도의 75년 역사를 보면, 남북 모두 참 대단한 민중들이 만들고 지켜온 역사였다.

여기서 들었던 생각은 어떠한 제재를 가하더라도 북쪽 동포들을 굴복시킬 수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사상 최대의 제재라며 미국을 위시한 유엔안보리는 북측을 국제 사회로부터 원천봉쇄했다. 유엔안보리는 핵무기 개발에 쓰일 수 있는 외화 공급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목적으로 동해안에 지천으로 나는 도루묵까지도 해외에 팔수 없도록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제제로 평양의 쌀, 휘발유, 달러 가격이 폭등하고, 경제가 붕괴될 것으로 예상했다. 북측이 두 손 들고 항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열 번째로서 마지막 유엔 제재가 내려진지 약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북측의 쌀값은 폭등했다는 소식이 없다. 평양 시내에 여전히 휘발유를 넣은 자동차가 운행되고 있다. 무슨 일인지 북측의 전기 사정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600만 명 이상의 북측 민중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시간이 더 지난다고 해도 북측의 상황이 경제 붕괴로 갈 것 같진 않다.

북녘 민중들을 국제 제재로 굴복시키겠다는 전략은 성공하지 못하고 있고, 아마 실패할 것이다. 남측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봉쇄 일변도의 전략을 변경해서 한반도와 지역 안정을 위해 어떠한 새로운 길로 가야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단상 2 - 눈물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광경인가 보다. 주석단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위원장도 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김일성 광장에 도열한 평양시민들도 울고 있었다. 심지어 억센 무력의 상징인 열병식에 참가한 인민군 장병들마저 철모 턱끈 옆으로 굵은 눈물을 흘렸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단에서 인민들에게 “고맙습니다”라며 자신을 믿고 따라준데 대한 한 없이 고마움을 표현했고, 어느 대목에서는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자신을 낮췄다.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보내며 남북이 다시 손잡는 날이 오길 바란다”는 인사도 건넸다. 이날의 연설문은 상당히 감성적이고 격정적이었다. 이날의 연설을 보면, 조선노동당과 김정은 위원장은 민중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정치술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반도 남북의 정치지도자들은 이제 휴전선 너머에 사는 민중들을 상대로 한 정치도 하고 있다. 서해상에서 발생한 남측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표시했는데,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민중들의 정서를 고려한 정치행위다. 2018년 가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시민들 앞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했던 것도 휴전선 넘어 민중들을 상대로 한 정치행위다. 남북은 미디어의 발달로 점점 더 서로에 대해 깊이 알아갈 수밖에 없고, 양측의 지도자들은 휴전선 너머에 사는 민중들을 고려한 정치적 발언을 구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서 든 생각은 통일 국면이 되면 당연히 남측이 인구, 경제, 정치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에 남측 주도로 통일이 될 것이란 기대는 너무 나이브하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대중연설을 보자. 우리 정치지도자들 중에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는 정치연설을 할 수 있었던 김대중, 노무현 같은 명연설가는 이 세상에 없고, 이제 나훈아(?) 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남측 정치인들은 우리 국민들에게 불신의 대상이요,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정치꾼으로 인식되어 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통일 국면에서 남측 정치세력은 남측 민중들로부터 신뢰를 유지하고, 북측 민중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단히 분발해야 한다. 한편으로 통일정책에 관해 여야가 작은 차이점을 부각해 정쟁을 일삼기보다 큰 방향에서 합의를 이뤄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단상 3 - 최신식 무기 등장

열병식에 다양한 신형 무기들이 등장했다. 재래식 전력에서부터 최첨단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까지 다양한 무기들이 동원됐다. 군인들의 전투복부터 싹 바뀌었다. 조준경과 소음기가 부착된 소총과 개인 통신장비, 일부 군인들의 팔목에 부착된 태블릿PC로 보이는 것, 야간투시경 등 개인전투 장비가 업그레이드 됐다고 한다.

미국의 최첨단 장갑차, 전차와 유사한 북측의 무기도 등장했다. 이 무기들은 모두 지상전투에 사용되는 무기들이다. 근래 시험사격을 한 것으로 알려진 신형 대구경 방사포, 초대형 방사포, 북측판 이스칸데르, 에이태킴스 미사일도 선보였다. 지상전투용 무기, 신형 방사포 등 무기들은 사거리를 감안할 때 남측에 위협되는 무기체계들이다.

북측이 무기체계를 현대화하면 할수록 자신들은 안전해진다고 느끼겠지만, 반대로 남측은 위협을 느끼게 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남북은 안보에서 시소관계에 놓여 있다. 쌍방 모두 재래식 무기를 발전시킴으로써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어느 한쪽만 탓하기 어렵다.

남측도 2t 이상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괴물’미사일 현무4를 개발했고, F-35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를 40대 도입 중에 있으며,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하는 경항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남측은 전 세계 무기수출 10위권 이내에 진입했다. K-9 자주포, 구축함과 잠수함 등 해군용 무기, 고등훈련기 등 항공무기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KFX 사업을 통해 4.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

북측 입장에서는 남측의 최첨단 군사력이 자신들의 숨통을 겨눴다고 생각한다. 북측이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를 통해 F-35 도입에 대해 비난했던 것을 보라. 남측 국방부는 F-35 도입이 남북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합의서 문구만 엄밀하게 보면, 무력증강 행위가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다. 합의서에는 쌍방이 무력증강 문제 등에 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서 협의해 나가기로 남겨놨지, 구체적인 내용까지 합의한 바 없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는 북측이 열병식을 통해 공개한 재래식 전력에 대해서도 같이 적용된다. 국방부 입장을 그대로 적용하면 북측의 재래식 전력 강화는 9.19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다.

여기서 드는 생각은, 남북 모두의 무력증강은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신속하게 개최해서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무력증강 문제, 봉쇄 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관해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남측이 북측보다 더 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증강배치 한다고 해서 안보 불안이 해소될 수 없다. 북측도 마찬가지다. 백해무익한 군비경쟁만 낳을 뿐이다.

단상 4 - ‘괴물’ ICBM

열병식에서 화성-15형보다 더 큰 탄도미사일이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탄두부의 무게가 증가된 다탄두 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 북은 화성-15형 발사 성공 직후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발표했었다. 북은 노동신문을 통해 1Mt 이상을 ‘초대형 핵탄’으로 분류했던 것을 보면(통일뉴스 2013. 5. 21.자 기사 참조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2615), 화성-15형은 1Mt 이상 폭발력을 지닌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중량급’이라는 의미가 탄두의 무게를 의미하는지, 그렇다면 그 무게의 기준이 얼마인지를 밝히고 있지 않아서 화성-15형에 탑재되는 탄두의 무게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에 관해 국방부는 국방백서에서 화성-15형은 중량 약 1t 탄두를 탑재할 수 있을 평가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이번 열병식에 선보인 ‘괴물’ ICBM은 다탄두를 탑재할 수 있고, 탄두의 총 중량은 1t을 상당히 초과하고, 총 폭발 위력이 1Mt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에 진행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북측은 전략무기 개발사업을 더 활기차게 밀고 나갈 것과 세계가 곧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시간벌기 전략을 팔짱끼고 지켜보면서 북측이 국력을 소모하지는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열병식을 보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야기한 ‘새로운 전략무기’가 ‘괴물’ ICBM과 잠수함 탄도탄(SLBM) ‘북극성 4-ㅅ’과 이를 탑재할 신형잠수함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재의 시간에도 북은 물밑에서 전략무기를 발전시키고 있었다. 북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충격적 실제행동으로 넘어갈 것을 예고했었는데, 북이 빈말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 대선 이후 새로운 전략무기의 시험 발사를 강행할지도 모르겠다.

많은 전문가들은 나쁜 합의보다 노딜(no deal)이 낫다고 하는가하면 ‘하노이 노딜’로 북한은 제재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다. 시간은 미국편이라고 기대했다. 정말 그런가? 열병식을 보고 든 생각은 북측의 전략무기는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 선보인 전략무기의 완성도에 관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북측은 전략무기를 발전시키려는 명확한 의지가 있고, 그 의지대로 부단히 노력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열병식 이후 북측이 최근 몇 년간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북측의 새로운 전략무기는 다탄두 탑재형으로서 완성된다면 한발로 동시에 뉴욕과 워싱턴을 공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미국에 대한 위험은 증가했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시간은 미국편도 아니다. 남북 모두의 편도 아니다. 시간은 북측에겐 경제 발전을 좌절시키고, 미국에겐 안보 위협을 증가시키며, 남측에겐 평화번영을 가로막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노이에서 노딜(no deal)보다 배드딜(bad deal)이 차라리 나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북측은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충격적인 실제행동’ 차원에서 ‘괴물’ICBM을 시험 발사할지도 모른다. 그럼 유엔안보리는 대북 제재결의안 채택, 북측은 괌 포위사격 같은 위협, 한미는 합동훈련을 실시해 한반도에 미국의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출격, 북미 정상 간에 말폭탄 주고받기 등을 목격하게 될지 모른다.

한반도는 익숙하지만 반갑지 않은 전쟁위험 속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전 세계 이목을 끌며 진행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물거품이 된다. 뻔히 보이는 파국으로 왜 다시 돌아가야 하는지 답답하다. 이러한 파국을 막기 위해서 미국 대선 직후 한미는 대북전략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신속한 대북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

단상 5 – 원산갈마지구 휴양시설 완공 소식은?

김정은 위원장은 당창건 75 주년에 맞춰 중요 건설 대상 완공을 지시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휴양시설, 평양종합병원, 삼지연군 3단계 공사, 단천발전소 1단계 공사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당창건일이 지나도 완공되었다는 소식이 없고, 김정은 위원장도 열병식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왜 중요 건설 대상 공사 완공 소식이 없는 것인가? 여러 가지 추론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 가설은 제재로 인해 건설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태풍과 홍수 피해, 코로나 등 불가항력적인 사정으로 건설이 늦춰졌다는 것이다. 세 번째 가설은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삼지연군 2단계공사 등은 건설은 공사는 마무리 단계지만 코로나로 인해 개장해봐야 외국 손님을 맞을 수 없어 준공식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측이 제재 속에서도 삼지연군 1, 2단계 공사, 양덕온천지구,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등을 신속히 건설했던 전례와 제재 속에서도 신형 무기를 신속히 개발해왔던 점을 보면 제재가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미국 국가지형정보국이 작년 10월 단천발전소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건설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을 보더라도 제재가 건설 속도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첫 번째 가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단천발전소 노동자들이 홍수피해 복구에 투입되었고, 평양 수도당원들이 대거 수해복구 현장에 투입되었다는 북측 보도를 보면 자연재해가 주요 건설 대상 공사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또 북측이 코로나 방역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 방역을 위해 인력 동원을 자제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열병식 연설에서 자연재해와 코로나로 인한 돌발적 위협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러한 불가항력적인 사정이 공사 지연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는 사정이 좀 다르다. 지난 해 4월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사진을 보면 원산갈마 해안지구의 건축물들은 골조가 상당한 정도로 건축되어 있었다. 구글어스를 통해 확인하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는 지난 해 11월 중순에 대부분 건물의 골조와 외관 공사가 완료되었고, 일부 건물의 골조와 외관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지난 해 12월 초순에는 사실상 모든 건물의 골조와 외관공사가 마무리 되었으며, 공사 차량과 인력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올 9월 13일에 촬영한 구걸어스 위성사진을 보면 지난 해 말과 비교해 새로 건축되거나 완공된 건물이 거의 식별되지 않았고, 공사 자량과 크레인도 식별되지 않았으며, 잔디밭과 조경수가 식재되어 있는 모습이 식별되었다. 올해 4월 27일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위원장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아마 이 시점에 건설이 대부분 완료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위성사진으로 내장공사와 가구 등 구비 여부까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외장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시점을 작년 12월로 보면 당창건 75주년 기념식까지는 내장공사에 필요한 충분한 기간이고, 내장재는 북측 내부에서 자체 조달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므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는 사실상 완공 상태로 추정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관광용 건설 대상은 코로나로 인한 외국 관광객 유치가 불가능하여 완공을 미루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든 생각은 북측은 남측의 협력을 내심 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북측은 전력, 관광, 보건 분야에서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태풍과 홍수, 코로나까지 겹쳐 북측이 당창건 75주년에 맞춰 계획한 대규모 공사의 완공은 지연되고 있다.

한편, 관광수입을 목표로 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마식령스키장, 미림승마장과 미림비행장, 양덕온천지구, 삼지연군은 자연재해와 보건위기를 극복하더라도 외부의 협조가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 내국인만으로 대규모 관광시설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접근성, 언어, 문화, 구매력을 고려할 때 남한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북측이 평양종합병원을 최첨단 의료 장비를 갖춘 종합병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인도주의와 한반도 공동 방역 차원에서 의료장비를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전력문제 해결도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지 않는 것 같다. 단천발전소 1단계 공사가 완공되더라도 숨통이야 트이겠지만, 산업화를 다그칠 정도로 전력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남측이 선제적으로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을 해야 한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대북송전을 제안했던 전례가 있다. 북측이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꺼려할 수 있지만, 설득해야 한다. 송전은 유엔 안보리 제재 리스트에 전혀 들어 있지 않다.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북측이 가려워하는 곳이 어디인지 더 명확히 드러났다. 전력, 관광, 보건 분야 협력을 위해 우리 정부가 준비해야 한다. 다만, 남측이 공개적인 구애를 하기보다 물밑에서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하면 족하다. 남측이 호의라며 북측에게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북측의 필요를 확인했으니 느긋하게 기다리다 보면 북측이 머지않아 물밑에서 요청할 것이라고 본다.

나가며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강경하게 북한에게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 방식의 핵폐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관망하는 것 말고, 실제 효과적인 실천은 전혀 하지 않았다. 북측이 2017년 11월 말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한 이후로 만 3년이 다되어가는 시점에서 CVID는 진척이 있었는가? 핵동결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북측은 신형 전략무기를 개발하고, 그 수량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핵물질과 핵탄두 생산되고 있으리라고 추정되고 있다.

결국 미국은 북측을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에 있도록 3년 동안 방치했다고 밖에 평가되지 않는다. 미국이 북측을 어찌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대중국 전략 속에서 나온 미국의 ‘큰그림’이 있는 것인가?

미국이 어떠한 의도가 있더라도, 여하튼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한반도 민중들은 한반도 핵문제, 군사적 대결, 교류와 협력, 통일이라는 난제를 슬기롭고 안전하게 풀 것이라고 믿는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37기)을 수료한 후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4대강 공사 취소 행정소송(한강담당)과 천안함 민간조사위원 신상철씨 형사사건 1심을 공동으로 변론했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법정에 참여하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통일위원회와 미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민단체들과 함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활동을 벌였고, 서촌 궁중족발 사건을 변호하였다.

저서로는 「골목사장 생존법」, 「변호사가 풀어주는 공정거래법 Ⅰ, 하도급편」(개정판)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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