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북한과의 미사일 전문가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를 일괄타결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북.미 관계에 정통한 여러 관계자들의 분석에 기초해 회담 진행과정과 장소, 그리고 양측 대표단의 회담 도중 눈길을 끌었던 사항들을 항목별로 정리했다.

< 회담 진행과정 >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중지와 미국의 위성대리발사, 또하나는 북한의 미사일 수출중단과 보상 문제였다.

두가지 사안 가운데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언질을 준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어려운 문제였으며, 전자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중단하겠다는 미사일 사거리의 범위 등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져 상당한 접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사일 수출중단과 관련, 북한은 `노동` 미사일 수출중단에는 얼마, `스커드C`급 수출중단에는 얼마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보상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가입, 즉 국제규범에 맞는 미사일 문제 해결이라는 일괄타결 카드를 들고나와 북한을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MTCR에 가입할 경우 사거리 300km 이상의 미사일 관련 수출은 중단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현금보상은 불가능하며 대북 투자확대,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자금지원 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오는 11-20일로 예정된 브루나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과 베트남 방문과는 별도의, 단독방문 형식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시기적으로는 11월 말~12월 초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콸라룸푸르에서 나와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는 미 대선결과, 중동사태 등의 변수가 있지만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게 되면 오히려 클린턴 대통령은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하에 오히려 방북결정을 확실히 하리라는 분석이다.

< 회담 대표 >
당초 회담 전에는 미측 수석대표인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보의 북측 파트너로 리용호 외무성 순회대사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결국 10월 31일 콸라룸푸르 세팡공항에는 장창천 외무성 미국국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장 국장은 회담내내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미국측은 장 국장이 기존의 입장만 반복하고 훈령에 의존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장 국장보다 실권이 있는 관리가 북측 대표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는 후문.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르면 미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비서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 정도를 희망했던 것으로 보인다.

< 회담 장소에 얽힌 사연 >
지난달 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 방북 결과 이뤄진 이번 회담장소와 관련, 미국은 당초 중국 베이징(北京)이나 홍콩을 제시했으나 북한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 북한은 자신의 혈맹이나 다름없는 중국 안에서 회담할 경우의 부담을 우려했을 것이며, 규모는 작지만 경비절감 등에서 유리한 대사관도 있고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의 통치방식이 주체사상과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콸라룸푸르를 선호했으리라는게 소식통들의 공통된 견해.

< 북측 대표단 대변인-정성일 과장 >
이번 북측 대표단에서는 정성일 외무성 군축과장이 회담기간 내내 대변인 역할을 해냈다. 그는 회담 시작 전날인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차량의 문을 열고 회담 중간중간의 상황을 짤막하게라도 취재진에게 전했으며, 마지막날인 3일에는 아예 차량에서 내려 북측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측이 회담 첫날인 1일 아인혼 차관보의 언론 브리핑 이외에는 일절 상황을 전하지 않았음을 물론, 지난 7월에 했던 마지막날 브리핑 마저 이번에는 하지 않았던 점에 비춰 정 과장은 상당히 진일보한 자세를 보였지만, 브리핑 가운데 회담 내용이나 결과를 알 수 있는 설명이 없어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연합200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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