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 기자(hjpark@tongilnews.com)


지난 10월 12일 조미 공동코뮈니케는 "미합중국 대통령의 방문을 준비하기 위하여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가까운 시일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클린턴 대통령의 역사적 `방북`은 기정사실처럼 인식되어 놀라움을 던져 주었다. 또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24일 평양에서의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문제의 `중요한 진전`을 얘기했을 때도 클린턴의 방북은 이제 `절차와 시기`의 문제로 인식됐다.

이미 국내외 신문은 그의 방북을 11월17일 안팎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보도를 하였다. 11월17일 안팎은 APEC 정상회담이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때이기 때문에 클린턴이 이때를 이용해 동아시아를 방문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5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떠난 직후부터 미국내 여론의 향방은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11월 중순으로 점쳐지던 그의 방북이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국내정치의 종속변수로 바뀌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이는 미 언론 논조의 추이를 보면 더욱 잘 알 수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5일 사설은 `미소만으론 충분치 않다`라는 제하로 클린턴 대통령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에 이어 서둘러 평양을 방문해서는 안된다는 방북 신중론을 폈다.

<뉴욕타임스> 25일 사설은 `김정일의 영토에서`라는 제목으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북한측으로부터 사전에 북미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를 보장받은 뒤에 북한 방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방북전 북한측의 선 보장을 요구하였다.

<워싱턴포스트> 27일 사설 `김정일과 건배를`에서는 더욱 강경하게 올브라이트 방북시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치 않은 점에 대해 비판하며 대북 관계개선의 강경입장을 피력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제회복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이념적 도약을 취할 용의가 있다는 증거가 거의 없는데 있다"고 말해 북한에 대한 깊은 불신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이제까지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북미 관계 개선의 환영 논조 속에 숨기고 있던 대북경계 혹은 우려감을 올브라이트 방북에 이어 클린턴의 방북으로 이어지는 모습에 급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뉴욕타임스>는 29일 `효과를 보고있는 핵 위협` 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쟁보다는 북한에 보상을 하는 것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유일한 당근책` 임을 전하며 북한 입장에서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최고의 성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 클린턴 대북정책에 살짝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면서 클린턴의 방북을 결정하게 될 변수가 북-미관계보다는 미국내의 정치상황에 의해 좌우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급기야 <워싱턴포스트> 1일자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방북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굴복한 것처럼 비쳐질 위험과 한반도의 위협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놓고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칼럼에서 짐만은 방북 반대 3가지 이유를 들며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북미관계에 `이정표`가 될 것이 틀림없으나, 미 국익 차원에서 볼 때 `레임덕 대통령`이 취할 구상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일정으로 운위되고 있는 시기는 미 대선 윤곽이 결정되는 때이다. 미 대선의 승자는 슈퍼 화요일인 11월 7일(미국시각)에 판가름난다.

현재의 외교일정으로 보건데 클린턴 방북은 11월 중순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자면 늦어도 11월 초엔 방북 결정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다음 대통령 당선자가 나오기 전에 결정할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 당선자가 나온 뒤인 7일 이후에 결정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민주당 고어 후보 진영으로서는 7일 이전에 클린턴의 결정이 이뤄진다면 현재와 같은 여론에선 선거에 부정적이라는 판단을 할 것이다.

이 경우 북-미 미사일 협상이라는 변수가 있겠지만 방북여부의 발표 시기를 7일 이후로 미룰 가능성도 크다. 물론 이 경우도 고어 후보와 클린턴 대통령의 이해가 일치하는 걸 전제했을 때의 예상이다.

때마침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2일 미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문제 해결, 양국관계 개선 및 빌 클린턴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의 회담 가능성 등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말하며 여론을 다독이고 나섰다.

또한 일각의 비난 여론을 의식, 지난달 30일 TV 인터뷰에서는 북한집단체조 관람이 불편했다고 토로하며 거절하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냉전을 종식하고 미국과 전세계에 대한 북한 미사일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해 클린턴 방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의 말처럼 이제 `클린턴 자신만의 판단이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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