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군사전문가)


나이키 미사일을 배치한다고?

지난 3월 12일 조선일보 기사 중 일부다.

"합동참모본부와 공군은 월드컵 대회 기간 중 서울 상암동 등 전국의 10개 축구경기장에 고도 3㎞, 사정거리 600m∼5.3㎞에 이르는 프랑스제 휴대용 대공미사일인 ‘미스트랄’ 2기를 고정 배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또 나이키 허큘리스 장거리 대공미사일, 호크 중거리 대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경기장 인근 방공포 부대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투대기 태세를 유지, 단거리~장거리에 이르는 단계적인 방공망을 구축키로 했다. 공군은 이와 함께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경기 종료 1시간 후까지 경기장 반경 32㎞ 이내 상공에 F-16 등 전투기를 초계 비행토록 할 계획이다."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이런 조치를 정말로 취한다면 월드컵 경기장은 더 불안해지지나 않을까. 나이키, 호크가 1970년대 한국에 배치되어 이제는 고철이 다 되었다고 제일 먼저 말한 당사자는 공군이다. 지난 98년 인천에서 오발사고를 일으켜 공중 폭발된 바로 그 미사일이다. 지난 1월 명중률 8%라고 말하던 바로 그 미사일이다. 이런 미사일이라면 월드컵 경기장으로 오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F-16은 또 어떤가. 지난번 연이어 2대가 추락한 외에도 이전에 2대가 추락한 적 있다. 멀쩡하던 4백억원짜리 비행기가 갑자기 공중에서 엔진에 불붙어서 손 쓸 겨를도 없이 추락해 박살이 났다. 월드컵 경기 중에 부근에 이 비행기가 초계활동을 하다가 경기장으로 돌진할 일은 없는가.
 
경기장 부근의 방공포부대도 전투대기 태세를 유지한다고? 그러면 지난번 롯데호텔 옥상에서 8발이나 발칸포가 오발된 사고가 또 일어나지 말란 법 있나? 이런 무기가 얼씬거리는 월드컵 경기장이라면 구경갈 마음이 싹 가신다. 이런 발상은 지난 9·11 테러에서 민간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로 돌진하던 상황을 가상으로 한 대비책으로 보여진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로 테러를 대비한다는 건 아마 한국 밖에 없을 성싶다. 차라리 별 대책없이 그냥 내버려두는 편이 더 낳은 것은 아닌지, 헷갈리기만 하다.

군의 평화시 전쟁 마케팅

아마도 공군에서 이 글을 보면 서운한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불과 1년새 모두 사고를 일으켜 국민을 놀라게 한 무기들로 경기장 영공에 방공망을 친다니 기분이 여간 께름칙한 게 아니다. 더군다나 여객기가 월드컵 테러에 이용되지 않도록 사전 대책을 강구해야지 이왕 납치되고 난 후라면 가차없이 격추시키겠다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닌고 무언가.

그런 판단은 과연 올바른 것인가. 여객기가 납치되었을 때 위기관리 조치와 규칙을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에 대해 국민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옳지 이름만 들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무기를 가지고 뭘 어쩌겠다는 건가. 이 조치 하나만으로도 월드컵 경기는 안전하지 않다. 차라리 군견 1백마리를 풀어놓는 것만도 못하다.
 
그러면 별 실효가 있을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 이러한 조치가 발표되고 조선일보가 이를 받아쓰는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전쟁을 대비한 군사자산의 존재이유를 높이기 위한 고차원적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다. 국방예산 편하게 얻어 쓰기 위한 이 전략을 일컬어 `평화시 군사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컨대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군의 `대민지원`이라는 용어 속에도 숨어 있다. 군 병력이나 장비를 동원하여 각종 평화적 목적의 대민지원을 할 경우, 이것은 불법이다. 우리나라 현행법령 어디에서도 군사자산의 목적외 사용을 합리화하는 법조문이 없다. 이를 잘 아는 국방 수뇌부도 군의 `평화시 임무`를 위한 명문화된 법규정 하나 만들어놓지 못했다.
 
이렇게 해서 평화시 군사자산의 역할에 대한 개념을 안 만들어 놓으니까 당연히 민간의 재난에 대한 군 자산의 복구지원이란 것도 체계화되지 않은 채 그저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비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이나 제대로 정비하지 않고 매년 불법적으로, 생색내듯이 대민지원 한 다음 이를 엄청나게 언론에 우려먹는다. 이 보도만 보면 군 자산이 전쟁 이외 상황에도 대단히 유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 효과를 유발하도록 하는 전쟁 마케팅 전략! 이번 월드컵 경기장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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