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37.5도가 넘으면 코로나19 의심자로 분류된다. 바이러스시대, 1도의 엄중함을 전 세계인들이 체험중이다. 정상체온에서 1도가 오르면 미열이 나고 1.5도 이상 오르면 고열로 고통스럽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한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올여름 최장기간 장마와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덕(?)에 많은 매체에서 기후위기 프로그램을 편성하면서 ‘1.5℃’는 기후위기를 상징하는 숫자가 되었다.

4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계절별로 40~50도 차이를 겪고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가을날은 하루에도 20도를 오르내린다. 감기와 몸살이 올 수는 있어도 1~2도 차이가 무슨 대수인가 싶다. 

화석기록을 보면 지난 6억 년 동안 총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50%~80%의 생물종들이 각 시기별 대멸종기에 사라졌다. 6,500만 년 전 5차 대멸종으로 공룡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가장 상위층 포식자 자리를 차지했던 종들은 모두 멸종했다.

인류와 모든 생명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현재의 기온을 이룬 홀로세가 12,000년 전에 형성되었고 인류는 안정적 기후를 바탕으로 해안가를 중심으로 도시를 건설하고 화석연료에 기반한 문명을 꽃 피울 수 있었다.

오랜 동안 지구에 축척된 자원인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은 온난화를 가속했고 지난 10,000년 동안 지구온도 4도가 올랐을 뿐인데 산업혁명이후 100년 동안 1도를 올렸으니 오직 인간의 힘으로 온난화는 25배 빨라졌다. 100km로 달리던 차가 2,500km로 페달을 밟으니 차가 공중분해 될 지경이다.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2050년까지 허용된 온도는 1.5도이다. 지난 100년 동안 1도를 올려놓았으니 0.5도가 남았을 뿐이다. 1.5도를 잡는다고 기후변화가 멈추는 것이 아니다. 1도를 올리는 동안 배출해 댄 탄소가 수 백년이상 지구상에 존재하므로 매일매일 누적될 뿐 감소하지는 않는다.

코로나19로 한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7% 감소했지만 온실가스 지수가 더 나빠진 이유이다. 물론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인간 활동이 다시 시작되면서 탄소배출량은 다시 증가추세이다. 10년마다 0.2도씩 데워지는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2040년쯤이면 1.5도에 도달한다. 기후위기를 막을 방법은 탄소배출을 멈추는 것 밖에 없다.

편리와 자본을 향한 욕망의 업보가 100년 후 생사를 가르는 고통으로 다가올 줄 알았을까?

2050, 순제로(net-zero)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수준에서 45% 줄여야 하며,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균형을 이뤄 0이 되는 상태인 순제로(net-zero)가 되어야 1.5℃에 다가갈 수 있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모인 195개국 정상들은 며칠간의 밀당 끝에 2050년 2도를 넘지 말자고 합의했다. 합의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 음모론을 제기하며 기후협약을 탈퇴했다. 온실가스배출 2위 국가의 배신이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에 모인 각국 기후변화 담당자와 과학자들은 지구온도를 2050년까지 1.5도로 제한할 것을 골자로 한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2도 상승은 지구가 회복력을 상실하는 수치로 지속가능한 인류를 상상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1.5℃ 특별보고서’는 파리기후협정에서 합의했던 2도를 의식해서인지 1.5도와 2도 상승을 비교해 영향력 차이를 분석했다.

여름철 북극해빙은 1.5도 상승하면 100년에 한 번 사라지지만, 2도에서는 10년에 한 번씩 완전히 없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아무리 여름철이라도 북극빙하가 완전히 녹는다는 것은 겨울철 빙하의 크기가 현저히 작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고기들의 서식처인 산호초는 1.5도에 70~90% 감소하지만 2도에서는 완전히 사라진다. 1.5도는 산호초를 일부나마 살릴 수 있는 수치이다.

1.5도는 2도에 비해 해수면 상승이 10cm 낮아져 피해를 볼 사람이 천만 명이나 줄어들 것이고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과 열대지방 옥수수 생산량 손실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극심한 폭염에 노출되는 사람도 4억 2천만 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들과 탄소의 30배 효과를 내는 메탄을 품고 있는 영구동토층 2백만 평방Km가 수 세기동안 보존될 수 있다.

2016년 여름 시베리아 동토가 녹아내린 자리에서 발견된 순록사체에서 탄저균이 발생했고 그 근처 호수 물을 마신 사슴 2,500마리가 죽고 12세 소년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75년 전에 죽은 순록의 사체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2도 상승으로 세계 육지의 20~30%가 사막이 되지만, 1.5도는 그 지역의 2/3가 사막화를 피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1.5도 이내로 막으면 2도 상승에 비해 인류에 닥칠 기후변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새로운 체계

영국 언론 <가디언>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를 지구가열(global heating)이라고 쓰고 있다. 과학적 수치가 보여주는 1.5℃ 상승만으로도 고통스럽다.

현재 60기를 보유하고도 7기의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가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 전기 사용량의 70~85%를 공급해야 한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에 2010년 수준 75~9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가능할까 싶지만, 가능해야 한다.

석기시대가 돌이 모자라서, 청동기시대가 동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닌 것처럼 화석연료가 있어도 쓰지 않는 새로운 시대로 가야함을 의미한다. 화석자본주의를 끝내고 새로운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IPCC 특별 보고서는 1.5도 달성을 위해 2035년까지 연간 투자액이 2.4조(2,7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에너지 관련 총 투자는 1.5도가 2도보다 약 12% 높고 저탄소 에너지기술과 에너지 효율에 관한 연간 투자는 2015년에 비해 2050년까지 5배가 더 필요하다.

지금 당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금세기 후반 기후변화 피해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비용보다는 적다는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 마셜버크 교수가 2017년 5월 <네이처>에 발표한 ‘온실가스 저감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에 관한 논문은 IPCC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기온이 낮아지면 생산성을 유지하고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되며, 탄소배출 저감으로 대기오염을 줄여 건강에 이익이 된다고 봤다.

마셜버크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1.5도 유지는 세기말까지 20조 달러 이상을 절약한다고 하니 2.4조 달러 투자해 10배 정도의 이익을 보는 셈이다. 기후위기로 심화된 불평등도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019년 5월 영국의회가 세계최초로 기후위기비상선언을 채택한 뒤 1년여 만에 2025년 순제로(net-zero)를 선언했다. 2050년에서 25년을 앞당긴 셈이다.

재생에너지 생산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45~85% 떨어졌고, 앞으로 10년 안에 50%가 추가로 떨어질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많이 쓸수록 이익이고 일자리도 기존 화석에너지보다 많이 생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사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2014년부터 재생에너지로 100% 생산을 약속하는 ‘RE100’을 선언했다. 애플사는 이미 RE100을 달성했고 협력업체들에게도 RE100으로 부품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유럽은 국경을 넘는 생산품에 탄소세를 붙여 RE100 효과를 높이려 하고 지자체들은 국가보다 강력한 RE100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에코 이코노미’라는 경제개념도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2007년에서 2017년 사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이 10% 줄었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25%나 늘었다. 독일은 에너지 전환률이 40%가 넘고, 프랑스와 일본뿐 아니라 파리협정(2015)에서 탈퇴한 미국조차 20%대다. 중국은 태양광시장에서 미국과 1, 2위를 다툰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율은 4.5%로 OECD 국가 중 꼴찌다. 지난 8월까지 전 세계 30개국, 1,767개 도시가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지난 9월 24일 국회에서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2030년 감축목표도 없고 여전히 경제성장의 가치를 전제로 한 미약하기 짝이 없는 결의안이지만 2030년 50% 절감, 2050 순제로(net-zero)을 위한 실행방안들이 하루빨리 나오길 기대해본다.

올여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이야기 제목이 ‘마지막 한 번의 기회’였다.
지금 아니면 기회는 없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자연도 인간도, 우주도...

한낱 인간의 욕망이 지구를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꾼다.

에코아나키스트가 꿈이다.

 

(수정, 6일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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