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국정원-통전부 간 연락망을 제외한 모든 대남통신망을 차단하고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였다. 이후,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되어 새로운 한반도 위기가 조성되었다. 그 배경에는 북한의 국내적 요소인 특히 악화된 경제상황, 코로나19 확산,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과 북한지도층의 피포위 강박증(siege mentality) 등이 작용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위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할 때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는 더 이상 대화할 생각은 없으며 핵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일관성 있게 대북지원과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제안으로 인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이 가시화되기 시작한다. 최근 불행하게도 서해상에서 비인도적인 북한군의 민간인 피살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9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최고 존엄’이 직접 사과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리고 국정원-통전부 간 연락망을 통해 남북 정상간 친서 교환(9월 8일과 12일)을 한 사실을 청와대가 전격공개(9.25) 하였다.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꽉 막힌 남북 관계의 복원을 위해 남과 북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남북 간 협조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는 느낌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유엔 총회 영상 기조연설(9.22)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한반도 종전 선언과 대북지원을 위한 국제 협력 요청이 시의적절한 제안이었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따라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곧 서울과 동경을 방문하여 현안 문제들을 논의한다는 보도는 고무적이다. 그가 서울 방문 시 판문점에서 북미 간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필자는 지난 3년간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문재인 정부가 일관성 있게 대북정책을 추진해온 조치들을 높이 평가한다. 본 칼럼에서는 현 시점에서 꽉 막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출구전략 모색을 위해 남북미 3국 정상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필자의 구상을 제언하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첫째, 지난 20년 동안 남북 정상들이 합의(6.15,10.4,4.27, 9.19)한 4대 합의를 성실히 준수하고 실천, 이행해야 한다. 한국정부가 그동안 방치한 4대 합의에 대해 국회가 빠른 시일 내에 비준을 해야 할 것이다. 국회 비준은 남북 간 합의를 성실히 준수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은 초당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을 경주할 것을 촉구한다. 문 대통령은 21대 국회가 여당이 다수당인 점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먼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자신감을 갖고 야당의 지도자들과 소통을 통해 그들의 협조를 얻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현 한반도 위기의 출구전략으로 문 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의 청사진을 만들어 초당적 협조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건설적이고 실천의지를 담은 창의적인 대북정책 제안을 기대한다.

셋째,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5월 31일 대북전단 살포가 기폭제로 작용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불만, 좌절감, 그리고 피포위 강박증(siege mentality) 등이 맞물려 현 한반도에 위기 상황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탈북민 단체의 활동이 실질적으로 다수 국민의 안전한 삶, 번영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에 소수의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에 따라 국가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고 신장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규제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향후 대북전단 살포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넷째, 트럼프 행정부의 현 대북정책은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지연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이 새로운 대북정책으로 전환하도록 문재인 정부는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필자는 향후 북미관계 개선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문 대통령은 대북/대미 관계에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당사자 역할”을 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는 무엇으로 해야 할 것인가? 필자의 제안은, 하노이 제2 북미정상회담에서 원래 공동발표하기로 한 것으로 북미실무회담에서 합의한 북미정상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고 발표하도록 문 대통령이 적극적/주도적 역할을 하여 북미 양 정상을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섯째, 앞에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남북정상 간 친서교환과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민간인 피격사건에 대한 최고 존엄의 직접사과를 계기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남북관계의 복원을 위해 문 정부의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첫째, 북한 스스로 변화하여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북한 스스로 변화 없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선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식량지원을 포함한 남한의 인도적 지원 제안에 긍정적으로 호응하길 바란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영상 축사(6.15)에서 남과 북은 “소통과 협력”으로 함께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자고 제안하였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남북의 신뢰"라며 "끊임없는 대화로 신뢰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주 유엔총회 기조연설(9.25)을 볼 때 대북 제안은 진실성 있으며 대단히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제안이기에 북한지도부의 호응이 있길 촉구한다. 북한의 호응 없는 태도는 남북 간 적대감정을 야기할 뿐 남북관계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지도부는 즉각 호응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둘째, 현재 북한은 대남/대미 대화를 접고 제2의 ‘고난의 행군’으로 나아갈 ‘자력갱생’의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남북 간 적대적 대결이 장기적으로 국가 이익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남북 간 적대적 대결이 지속된다면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 핵전쟁으로 확대되어 한민족의 공멸로 끝날 것인데 이런 전쟁을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원할까? 원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조속히 남북 간 적대적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공존정책으로 복원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소탐대실 하지 말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제안을 수용하고 “소통과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해법을 모색하길 바란다. 김정은 위원장이 ‘의지’만 있다면 새로운 한반도 위기의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북한지도부가 북한에는 코로나19 피해자가 한 명도 없다고 억지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북한에도 코로나19 예방과 방역을 위해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북한지도부는 북한인민들의 귀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인도주의적 국제지원을 쾌히 받아드릴 것을 촉구한다. 특히 기존의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주의적 지원 제안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이 북한체제의 생존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새 한반도 위기의 출구전략의 첫 단계로 북한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수용하길 바란다.

넷째, 북한지도부가 명심해야 할 것으로, 최고 존엄이 확약한 조건부 한반도 비핵화는 꼭 지켜야 한다. 두개의 전제조건은 (1)대북적대시 정책 철회 (2)북한체제의 보장이다. 그러므로 핵을 포기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확약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핵 포기를 하겠다는 최고 존엄의 의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그의 비핵화 확약을 행동으로 보여 주기 위해 비핵화의 선제조치를 과감히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번 북한군의 민간인 피살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 복원의 기회가 도래했다. 이와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의 그동안 제안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북한 최고지도자의 존엄을 인민들에게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왔다.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소탐대실하는 일이 없길 진정으로 촉구하고자 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스마트한 비즈니스맨-정치인이다. 자기의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정치인이다. 그래서 11월 3일 재선의 승리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재선 승리를 원할 것이다. 그는 북미관계의 개선이 재선에 도움이 될 것임을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한반도 ‘비핵-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선제 조치를 과감하게 행동에 옮길 것을 촉구한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창의적이고 전례 없는 대북 조치를 강구해야한다. 먼저 한반도 종전선언과 미국의 일부 대북제재 해제 논의를 위해 북미 실무회담을 재개하자고 먼저 제안해야 한다. ‘10월 서프라이즈(surprise)’를 제안하여 북미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해야 한다. 미국이 앞에 두 가지 조치부터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호응해 올 것으로 믿는다. 그 이유는 미국과 관계개선을 통해 현재 북한은 3중고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둘째, 일단 북미 간 고위급 실무회담이 10월중으로 개최되면 이를 계기로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셈법”을 내어 놓아야 할 것이다. 기존의 주장인 ‘선 비핵화 후 제재와 보상’을 요구하면 실무회담은 실패로 끝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입장을 버리고 새로운 셈법을 제시해 반드시 북한이 호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셋째, 미국은 한국정부와 긴밀하게 대북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정부가 한반도 문제해결의 당사자임을 확실히 인정하고 한국정부의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로드맵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조율하여 북미 간 고위급 실무회담에서 논의하길 제언한다. 한반도 종전선언을 논의할 수 있는 당사자는 미중남북 4자이다. 현 시점에서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해 미중 협력이 전제조건이지만 미중 패권경쟁으로 인해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해 미중간 협력을 얻기는 무리이다. 그러나 남북미 3자간 합의를 거친 후 중국의 추인을 받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남과 북이 중국을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남북미 3자간 종전선언을 먼저 한 후 중국이 추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전선언은 법적, 제도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다자간 종전선언이 되어야 한다.

넷째, 미국은 현재 구상중인 인도-태평양지역에 “나토(NATO)형 대중안보 연합체”에 한국정부를 끌어드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한국정부는 한미동맹을 공고하게 유지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한반도의 지정(경)학적 으로 인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고려하여 한국정부가 “균형외교”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이해해주길 바란다. 대한민국은 주권국가로서 상이한 국익을 추구할 수 있음을 미국이 존중해주길 촉구한다. [이에 대한 필자의 칼럼, 한국정부가 미국의 ‘대중연합체’에 참여해야 하나?, 통일뉴스(9.14게재)]

끝으로, 현재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기본원칙으로 남북미 3국이 ‘역지사지’ 정신으로 상대방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길 바란다. 그러면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위해 상호 양보와 타협 의지가 기본원칙임을 재론할 필요가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한민족의 공멸이기 때문에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남북 간 조그마한 무력 충돌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고 국지전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한반도에서는 어떤 형태든지 무력사용을 남북미 3국이 자제할 것을 호소한다. 상기에 논의한 남북미 3국이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추진되면 지금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대학원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국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참여포럼(KAPAC)상임고문 등, 경남대 명예정치학 박사 수여(2019),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3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언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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